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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보다 촬영이 훨씬 힘들었죠"
"해운대보다 촬영이 훨씬 힘들었죠"
  • 연합뉴스
  • 승인 2012.12.19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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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영화 `타워`서 소방관 역 맡아 사투
`해결사` 이후 2년여 만에 재난영화로 열연
 "재난영화인 줄 몰랐어요. 블록버스터인 줄도 몰랐고요. 알았으면 안 했을 텐데…."

 배우 설경구(사진)는 영화 `타워`에 대한 얘기를 이렇게 시작했다.

 `해결사`(2010) 이후 2년여 만에 개봉하는 신작 `타워`에서 그는 소방관 역을 맡아 불과 사투를 벌인다. 역시 재난영화인 `해운대`(2009)에서 물과 사투를 벌였던 것을 떠올리면 관객이 보기에는 재미있는 반복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타워`가 재난영화인 줄도 모르고 김지훈 감독을 믿고 시작한 영화라고 털어놨다.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화려한 휴가`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돈 구하러 다니면서 힘들게 찍었던 얘기였죠. 그런데 어찌 됐든 마무리해서 좋은 성과가 있었잖아요. 그 깡이 좋더라고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생겼죠. 그래서 그냥 `하자`고 뱉어버렸어요. 대본 보면 또 뭐 하겠냐 싶어서. 실제로 감독님은 현장에서 배우를 어떻게 하면 웃길까 고민하면서 촬영하는 분이에요. 그래서 `타워` 촬영 현장도 진짜 재미있었어요. 소소한 모임들도 많아서 힘든 촬영이 끝나면 같이 모여 한두 잔씩 마시면서 얘기도 많이 하고 서로 친해졌죠."

 소방관 역할이라 대부분의 장면을 불과 함께 촬영하다 보니 `해운대`보다 훨씬 힘들었다고 했다.

 "사실 해운대에서는 물을 직접 맞은 것은 프롤로그 때 원양어선 위에서의 장면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하)지원이랑 물 위에서 나온 장면은 유수 풀에 물을 담아놓고 물살만 만들어서 찍은 거라 보이기에는 사투 같을 수 있어도 실제론 전혀 안 그랬죠. 그런데 불은 좀 무섭더라고요. 야외에서 찍어서 그런지 (촬영장인) 양수리에서 바람이 슝 불면 불이 훅 커지니까 그걸 끄다가 살이 익는 것 같아서 자꾸 바깥쪽으로 움직이게 됐죠. 그렇다고 `컷` 할 순 없고. 또 소방호스 수압이 엄청난데 그걸 놓쳐서 사람이 맞으면 대형사고가 나거든요. 머리에 맞으면 죽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물이 뿜어져나오는 장면에서 호스를 잡고 있는 게 진짜 긴장이 많이 됐어요. 놓치면 다 죽는다는 생각으로 했죠."

 화재 위험에 대비해 그는 스턴트맨들이 얼굴에 바르는 방염 로션까지 발랐다고 했다.

 "불이 CG(컴퓨터그래픽)가 아니라 진짜 불이니까 거기 들어가는 게 사실 주춤하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컷` 하면 (연료인) 가스를 내리니까 다행이었죠."

 불과 함께 나는 연기도 힘든 장애물이었다.

 "제일 힘든 게 가스였어요. 불 끄고 연기가 쌓이면서 아주 뿌얘져요. 처음 촬영장에 갔을 때 밖에서 보니 세트장 안이 뿌연 거예요. 방독면을 썼는데 30분 있으면 필터가 까매져요. 목이 금방 쉬어 버리고 속도 메스껍고 두통이 와요."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소방관들의 노고를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영화상에선 계속 뛰지만, 실제로는 연기 때문에 앞이 안 보여요. 벽이 보이는 데까지 기어서 가야 하죠. 그 속에서 소방관들은 산소통을 메고 한 시간 내에 꺼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정말로 희생정신이 없으면 못하는 직업이다, 남들과 다른 뇌 구조를 갖고 있어야지 할 수 있는 일이란 걸 알게 됐어요. 개인애가 강한 사람은 소방관을 절대 못 할 것 같아요. 특히 우리나라 소방관들은 참 불쌍해요. 그렇게 고생하는데도 외국처럼 대접도 잘 못 받고."

 그는 1천만 관객을 모은 영화 `해운대`보다 이번 영화가 더 볼거리가 많을 거라고 자신했다.

 "`해운대`는 후반 30분쯤부터 재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이번 영화는 사고 시간이 더 앞으로 당겨졌어요. CG가 있다고 하더라도 웬만한 세팅은 거의 다 하고 찍었기 때문에 더 리얼하죠. CG 기술도 전보다 많이 좋아졌고요. 또 제한된 공간에 갇혀 있어서 죽음에 대한 공포나 삶에 대한 의지가 더 강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네요."

 `해운대` 이후 `용서는 없다`와 `해결사`가 썩 좋지 않은 흥행 성적을 올렸지만, 그는 그리 실망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두 작품 잘못됐다고 해서 그렇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영화가 안 될 수도 있는 거고요. 다음 작품을 잘하면 되니까 그거(잘 안 된 것) 갖고 전체를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영화가 좀 안 되면 `이제 저 배우도 가는구나` 라고들 하는데 또다시 잘 되면 `왕의 귀환`이다, 뭐다 하잖아요(웃음). 후배들도 잘하는 친구들이 많고 (최)민식이 형도 느물느물하게 다시 나타나셨고요. 계속 노력한다면 한 방에 가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해요. 또 제가 한 방에 뜬 얼굴도 아니라서. 한 방에 안 뜬 얼굴들은 질기게 남죠. 생명력이. 하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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