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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봉변 당할까" 사용 꺼림칙
"혹 봉변 당할까" 사용 꺼림칙
  • 박준언 기자
  • 승인 2012.12.17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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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탈선 장소 공중화장실 긴급 진단 2. 누구나 찾지만 꺼리는 곳
▲ 김해 한 상가 내의 화장실. 남녀구분 없이 공용으로 사용하게 돼 있어 여성이용자들이 범죄에 노출 돼 있다.

김해 575곳 CCTVㆍ비상벨 거의 없어

공용 땐 "남자 갑자기 들어올까" 불안

 경찰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폭행ㆍ절도 등 각종 범죄는 파악된 것만 1천526건. 이중 성폭행 및 강제추행 사건은 203건이다. 또 성 풍속범죄도 153건에 달한다. 이는 공중화장실에서 일어난 전체 범죄 중 23.3%에 해당된다.

 그러나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수사기관에서 고발.고소.제보 등이 없어 인지하지 못한 사건과 인지해도 원인과 목격자.피의자를 찾지 못해 해결하지 못하는 미제사건 등을 포함하면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17일 한국여성의 전화 관계자는 "실제로 공중화장실에서 성 관련 범죄가 많이 발생하지만 상담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전체 사건의 10%도 안 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초 집계된 전국의 공중화장실은 5만 8천15곳으로, 공원 내 화장실은 5천 9곳, 지하철은 852곳이다.

 김해지역의 경우 지난해 말 현재 설치된 공중화장실은 공원, 상가, 주유소 등을 포함해 모두 575곳에 달한다.

 그러나 방범을 위한 시설 설치는 전무한 상태다. 김해 공중화장실의 경우 공원이나 상가 화장실, 심지어 경전철 역사 화장실 입구 어디에도 방범용 cctv나 비상벨이 설치된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해의 공중화장실은 화장실 위치에 따라 관리부서도 제 각각이다. 또 상가 내 화장실의 경우 지속적인 점검ㆍ지도가 필요하지만 1년에 한번 하는 점검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중 범죄에 취약한 곳은 공원 화장실과 상가 내 남ㆍ녀 공용화장실이다. 저녁 무렵부터 새벽까지 공중 화장실 주변은 중ㆍ고생 등 청소년들의 탈선 중심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공원화장실에는 학생들이 피우는 담배연기로 가득차고 버린 꽁초로 인해 화장실이 막히기가 다반수. 취재 중 만난 공원화장실의 한 관리인은 "한 달에 몇 번은 변기가 막힌다. 야단을 치면 오히려 싸우려고 덤벼 나무라기도 겁난다"고 토로했다.

 특히 상가 외부에 설치된 남ㆍ녀 공용 화장실은 남성과 여성이 함께 사용하는 밀폐 공간인 데다 안에서 문을 잠글 수 있는 구조로 돼 있어 성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남녀공용 화장실에 불만이 많다는 한 여성은 "남녀공용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남자들이 갑자기 들어오진 않을까 불안하다"며 "여자화장실에 들어와 몰래 촬영하기도 한다고 해 사용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초 김해의 상가 건물 화장실에서는 중학교 남학생이 휴대폰으로 여자화장실을 몰래 촬영하다 붙잡힌 사례가 있다.

 현행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은 남녀화장실을 구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률의 적용 범위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공용 또는 공공용시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법인 또는 개인 소유의 시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시설` 등으로 제한돼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범죄에 더 쉽게 노출되는 장애인을 위한 방범장치가 턱 없이 부족한 상태라는 것이다. 공중시설의 장애인용 화장실은 남ㆍ녀 구분이 아닌 공용으로 돼있는 곳이 많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화장실협회 관계자는 "공중화장실에서 성 범죄 등 각종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보안시설이 설치된 곳이 거의 없어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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