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1:26 (수)
쉽게 돈 버는 유혹 못 떨쳐
쉽게 돈 버는 유혹 못 떨쳐
  • 한민지 기자
  • 승인 2012.12.04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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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 성매매> 2. 성 노동하는 그 여자의 속사정
생계 유지ㆍ학비 마련ㆍ명품 구입 등 이유 많아
"떳떳하지 않아도 나쁘지 않다" 스스로 위로
▲  도내 한 유흥주점에서 여성 도우미가 손님을 접대하고 있다. <경남매일 DB>
 왜 성노동을 시작했느냐고? 그녀들에게 답은 그저 `돈이 없어서`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대학생도, 전기료부터 월세까지 밀린 20대도, 여자 홀로 아이를 키워내야하는 3~40대도 `돈`이다. 물론 명품을 구입하거나 자기 치장을 위해 성노동을 하는 여성도 일부 있긴 하지만 그 또한 목적은 `돈`이다.

 4일 저녁, 창원시 상남동에 위치한 유흥 주점들. 영업 준비를 마친 성매매 여성들은 몸매를 노출시키려 애쓴 흔적이 역력한 얇은 옷을 입고 짙은 화장을 한 채 자신이 간택(?)되기를 기다리며 줄지어 방으로 들어왔다.

 아가씨라 불리는 그녀들은 어두운 조명에 갖가지 향수 냄새로 코를 찌르는 방 안에서 순서에 맞춰 이름과 자신있는 신체부위를 소개했다. 기자는 이들 중 직업의 연륜이 느껴지는 2명의 여성을 만나 속사정을 들었다.

 유치원 생 아이를 양육중인 구민애(28ㆍ여ㆍ가명) 씨는 6년 전 이혼했다. 전 남편은 재수생 시절 학원에서 만났고 2년 남짓 원룸에서 동거를 하다 덜컥 애가 생겼다. 배가 점차 불러올 무렵 전 남편은 술만 마시면 폭행을 일삼았다. 성매매 여성으로부터 성병을 옮겨오기도 했다. 그녀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 서둘러 짐을 싸 그 집을 탈출하 듯 나왔다. 배가 불러온 딸을 부모는 외면했다. 차마 아이를 지울 수 없던 그녀는 홀로 아이를 낳았지만 수중엔 분유 값도 없었다.

 그녀는 성노동자들끼리만 공유하는 구인ㆍ구직 사이트에 가서 업소를 알아보고 면접을 봤다. 아이와 함께 생활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지자 다른 조건은 따지지 않았다. 한 번에 보통 테이블비로 받는 팁이 10만 원, 성매매 비용이 20만 원이다. 이 중 10% 정도를 마담이 가져가지만 아이와 함께 살 수 있다는데 만족한다.

 일을 시작한 지 1년 정도 됐다는 정현아(24ㆍ여ㆍ가명) 씨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 전선에 뛰어들었다. 대학 생활 2년은 잠을 쪼개가며 바나 커피숍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학자금은 고사하고 성적만 떨어졌다. 언젠가 상가 건물 화장실에서 `일당 10~50만 원 보장합니다`라는 광고를 본 그녀는 고심끝에 성노동을 시작했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인지 최면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는 인터뷰 내내 이 말을 곱씹었다. 현재 자신의 삶이 떳떳하지는 않지만 통장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돈의 액수`를 볼 때면 이 생활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그녀들 모두 성노동을 하는 데 큰 결심이 필요치는 않다고 했다. 성노동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거나, 성노동에 대한 인식이 후해서다.

 할 수 있는 일은 적고, 빚은 늘어만 가는 상황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형편을 조금 불릴 수 있는 성노동이 딱 이라고. 그러자 극단적인 생각만이 머리에서 맴돌았다고 했다.

 그녀들은 TV 뉴스에서 보도되는 것 마냥 구원의 손길이 필요한 것과는 다소 멀어 보였다. 스스로를 가여이 여기지도 않았다. 그래도 그녀들은 `창녀`다.

 그렇다면 성노동자가 청소년인 경우에는 어떨까. 오히려 목적이 `돈`일 경우엔 상황이 심각해진다. 이들도 불우한 가정환경 또는 가출 등 저마다의 사정이 있지만 그래도 답은 하나같이 `문제`다.

 실제 당장 생계전선에 내몰린 아이들은 `약육강식`의 법칙을 강조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보다 약한 청소년을 착취하기도 하고, 성인들이 향유하는 잘못된 문화에 빠져든다.

 아이들은 돈이 절실하고, 심지어 하룻밤 몸을 뉘울 곳도 없을 때 어른들의 검은 손은 뿌리칠 수 없는 마약과도 같다. 그녀들의 속사정.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해를 할런지는 바라보는 이들의 몫이다. 성노동을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들을 돈 몇푼이면 얼마든지 갖고 놀 수 있는 놀잇감 정도로 치부하라는 것은 더욱 아니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할 때 상대방의 연령은 정확히 파악하라는 충고는 던지고 싶다. <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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