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3:58 (목)
조직학습을 일상화하라
조직학습을 일상화하라
  • 곽숙철
  • 승인 2012.12.03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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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 숙 철 CnE 혁신연구소장
 어느 기업의 CEO가 집중적인 `직원 교육 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 계획을 이사회에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이사회 멤버 가운데 한 사람이 따졌다.

 "직원들을 교육시켰는데 모두 떠나가면 어떻게 하죠?"

 그러자 CEO가 되물었다.

 "직원들을 교육시키지 않았는데 모두 남아 있으면 어떻게 하죠?"

 기업이 오랜 기간 성공을 이어가려면 지속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이는 조직적인 학습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많은 경영 서적들이 조직의 학습과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에서 `organizational learning(조직학습)`을 검색하면 약 1만 7천개의 검색 결과가 나온다. `innovation(혁신)`을 검색하면 6만 개가 나온다. 구글의 검색 결과는 더욱 놀랍다. `조직학습`에 대해서는 대략 820만 개, `혁신`에 대해서는 무려 4억 6천만 개가 검색된다.

 기업 경영에 있어 `조직학습`, `학습조직`과 같은 문구는 진부한 표현이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인 학습을 하는 데 필요한 경영 관행을 제대로 실천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은 조직학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이다. 조직학습을 개인학습의 연장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조직학습과 개인학습은 다르다. 개인학습이 조직구성원 각자의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라면, 조직학습은 구성원들이 가진 통찰력과 지식의 공유를 통해 이뤄진다. 그리고 이는 조직이 축적한 과거의 지식과 경험, 즉 정책, 전략 등 교육적 메커니즘에 의존하는 조직의 기억력을 바탕으로 한다. 결국 조직학습은 개인학습의 합계 그 이상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직학습을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리더들이 조직학습을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흔히 학습이라고 하면 교육부서에서 하는 일로 생각하는데, 이는 학습을 단지 예산을 편성해 직급별, 직무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조직학습은 결코 교육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어떤 인재를 뽑고, 어떤 과업을 부여하고, 어떤 경로를 통해 육성할 것인지 등 커리어 개발 계획은 물론 조직 내에서 생성된 지식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유할 것인지를 포함해 시스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 개인의 역량 개발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 만으로 조직학습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치 비행기 창문 밖으로 씨를 뿌리고 1년 후에 농사가 잘 됐으려니 생각하는 것과 같다.

 또한 직원들에게 새로운 것을 시도하도록 장려하고, 시도 과정에서 생기는 실패를 용인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사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무릎으로 기어 다니던 어린아이가 1천500번 이상을 넘어지고 일어나서야 두 발로 걷는 것처럼 학습은 새로운 시도와 실패의 반복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직원들 역시 대개 기본적인 과업과 기술을 배우고 익힌 다음 점차 어려운 문제에 도전함으로써 고도의 기술을 습득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러한 실패를 용인하지 않으면서 조직학습을 기대하는 것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달리기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울러 조직 내에서 생성된 지식을 원활하게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학습은 지식과 경험의 교류를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활발한 조직학습이 이뤄지려면 지식경영시스템(KMS)과 같은 온라인 공유 채널을 갖추어 체계적으로 지식을 축적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프라인 교류가 따라야 한다. 학습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통해 가장 잘 이뤄지기 때문이다. 학습은 회의나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 발표회 같은 공식적인 모임뿐 아니라 휴게실에서의 짧은 만남 등을 통해서도 이뤄진다. 그래서 조직학습을 중시하는 기업들은 어떻게 사무공간을 설계해야 직원들이 자주 접촉할 수 있을까 하는 것까지 신경 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지식의 양은 2년마다 배로 증가하고 있으며, 2020년이 되면 이 주기가 73일로 줄어든다고 한다. 이는 곧 제 아무리 뛰어난 개인과 조직이라 하더라도 잠시라도 학습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금세 `멍청이`가 된다는 이야기다.

 조직학습을 일상화하라. 이렇듯 폭발적으로 지식이 증가하는 세상에서 낙오하는 기업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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