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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세월 받치며 원형 간직 `감탄`
100년 세월 받치며 원형 간직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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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2.0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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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고택을 거닐다] 의령군 부림면 입산마을 4채 (1)

▲ 탐진 안씨 종택 본채
1903년 건축 안준상 고택 등 100m내 자리 잡아
닮은 듯 또 다른 한옥 구조 비교하며 재미 `쏙쏙`

 의령군 부림면 입산마을에는 1900년대 초 근대 한옥으로 건축된 탐진 안씨의 종택을 비롯해 고택 4채가 반경 100m 안에 있다.
 총 40여 가구의 80%가 안씨 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현재까지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특히 전국 각지의 수많은 고택들은 지자체를 비롯해 문중과 후손들이 보수를 해 관광지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지만 의령의 안씨 고택들은 20세기 초의 원형 그대로를 감탄과 아쉬움으로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한옥 구조가 닮은 듯 또 다른 탐진 안씨 종택(제437호)과 안준상 고택(제438호), 안호상 고택(제439호), 안범준 고택(제440호)들은 경남도 문화재 자료로 등록돼 있다.

▲ 탐진 안씨 종택 부엌
 먼저 탐진 안씨 종택 본채를 중심으로 광채(창고)와 사랑채 등 전체 4개동으로 건축 된 탐진 안씨 종택은 안호종의 고조부 안영제가 1906년에 건축한 탐진 안씨의 종가이다.
 안채는 대청 종도리 받침장여 밑면에 `大韓光武十年丙午…`으로 기록한 상량 묵서가 있고 평면과 구성 및 구조면에서 20세기 초 근대 한옥의 특징을 보여주면서 106년 전에 건축 된 것을 알 수 있다.  정면은 7.5간의 전후 툇집으로, 홑처마 팔작 기와집이다. 평면은 우측부터 2.5칸 부엌, 2칸 안방, 2칸 대청, 1칸 작은방의 순으로 구성돼 있으며, 부엌을 2칸 반으로 넉넉하게 꾸민 것이 특징이다.
 전후 퇴간에는 각각 툇마루와 수장 공간인 반침과 벽장 및 툇마루를 꾸몄다. 부엌 배면에는 바닥에 우물마루를 깐 작은 찬방이 있다. 작은방 앞 툇마루는 바닥을 높게 구성하고 앞쪽에 X자형의 난간 살로 꾸민 평난간을 시설한 것으로, 툇마루 밑에는 난방용 함실아궁이가 있다.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건축형식에 근대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반영한 건물로 사용한 부재가 견실하고, 치목수법이 우수해 일제 강점 이전 시기의 경남지방 부농층의 정침 모습을 잘 보여준다.
▲ 안준상 고택
 안준상 고택은 탐진 안씨 종택보다 3년 앞선 1903년에 건축한 근대한옥으로, 입산마을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건축한 부농주택이다. 입산마을 중앙의 막다른 골목 끝에 동향으로 자리 잡고 있고 대지 내에는 대문 및 부속 건물은 멸실됐고 현재는 안채 1동만 남아있다.
 대지의 좌ㆍ우측은 한식 맞담이지만 안채 배면은 약 1m 높이의 자연석을 쌓아 대지를 조성하고 건축했다.
 안채는 정면 5.5칸 전후퇴를 갖춘 홑처마의 팔작 기와집이다. 전열과 대청, 배면, 기둥만 원주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방주이다. 기단이 과시적으로 높고, 건넛방 전면의 높은 툇마루 앞에는 숫대살 형식으로 살 짜임을 한 평난간을 둘러 장식했다.  
 안준상 고택은 제헌국회의원을 역임한 안준상의 생가로 근대초기 입산마을 부농주택의 원형으로 전해오고 있다. 이후 건축된 부농주택들이 이 집의 평면 형식과 구조 및 의장 수법을 따라 건축한데서 알 수 있다.
▲ 안호상 고택
 안호상 고택이 건축사적 가치를 가진 것은 1911년에 건축한 안채 뿐이다. 안채를 제외한 아래채, 협문 등은 건축연대가 늦고 학술적 문화재적 가치가 부족하다. 또한 건물 배치 및 외부공간의 구성면에서 볼 때 사랑채와 대문채 및 기타 부속건물의 멸실로 인해 원형이 크게 훼손돼 있다.    
 안채는 정면 5칸, 측면 1간의 일(一)자형 건물로, 전ㆍ후ㆍ좌ㆍ우에 퇴가 발달한 홑처마 맞배집이다. 종도리 받침장여에 `歲在辛亥二月十五日…`로 쓴 묵서명이 있어 1911년에 건축 한 것을 알 수 있다.
 평면은 좌로부터 가운데 대청을 두고 좌우에 작은방과 안방이 연결된 형태이며, 부엌 배면에는 찬방(부엌방)이 달려 있다. 정면 좌측의 작은방 앞의 누마루형 툇마루 앞은 X자형의 평난간으로 꾸몄다.
 이처럼 안채는 사면(四面)에 퇴가 발달한 평면구성 및 첨차형 부재를 사용한 견실하고 과시적인 구조수법, 정면성 강조, 여러 형식을 복합한 창호 형식 등이 특징적인 근대 초기 경남지방 부농주택이다.
▲ 안범준 고택
 안범준 고택은 1912년에 대지 내에 안채와 사랑채, 문간채가 주축선상에서 안마당과 사랑마당을 가운데 두고 전후 3열의 三자형으로 배치했고, 안마당 우측에는 곳간 채가 모로 자리 잡고 있다.
 정면 4칸의 사랑채는 좌측 끝에 사랑마루를 두고 오른편으로 2칸 사랑방과 작은 사랑방 연결돼 있으며, 작은 사랑방 뒤는 사랑 부엌이며, 부엌 위에는 사랑방에서 사용하는 다락이 있다.
 청방 칸에는 4분합 들문으로 공간을 구획했다. 분합문은 위로부터 정방형의 교살의 불발기, 띠살 창, 궁창 널을 넣어 짜 맞춘 것으로 창호의 구성이 장식적이다.  
 지붕틀은 사랑마루 상부 대량 위에 동자주 대공을 세워 종도리를 받고, 종도리 끝에서 측면 중앙기둥 사이에는 휘어진 충량을 결구하고 거기에 추녀를 걸었다. 다른 고택과 같이 사랑채는 근대 한옥의 특징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평균 100년을 넘고 있는 고택들은 본채보다 사랑채와 대문, 광채, 담 등은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 이어 일부는 임시로 받쳐둔 쇠기둥에 버티고 있으면서 세월의 무게를 실감케 하고 있다.

편집 = 최하나 기자
취재 = 변경출 기자

▲ 탐진 안씨 종택 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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