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7:59 (수)
변화와 일관성의 균형을 유지하라
변화와 일관성의 균형을 유지하라
  • 곽숙철
  • 승인 2012.11.26 1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곽 숙 철 CnE 혁신연구소장
 젊은 신문기자 몇 명이 하숙을 했는데 하숙집 할머니가 "자네들은 신문기자들이니 나 주식해서 돈 좀 벌게 해달라"며 자주 졸랐다. 그래서 한 수습기자가 할머니에게 이렇게 말을 해줬다.

 "할머니, 경제신문 1면 기사만 보세요. 거기에 `주식 대폭락`과 같이 증권투자하면 망할 것 같은 기사가 나오면 무조건 사시고요, `증권 활황, 상승분위기 탔다` 하는 식으로 잘 될 것 같은 기사를 읽게 되면 무조건 파세요."

 그런 일이 있고 모두들 바빠서 할머니에게 해준 조언도 잊고 지냈다. 그 해 연말에 할머니가 송년회를 해주겠다고 해서 하숙생 기자들이 모두 일찍 들어왔다. `구두쇠`로 유명한 할머니는 그날따라 푸짐한 갈비파티를 열어줬다. 할머니가 말했다.

 "총각들 덕분에 큰 돈 벌었네. 자네들이 시키는 대로만 투자했더니 떼돈 벌었어. 이제 하숙 안 칠 거니, 새집들 알아보게."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change or perish)."

 이 말이 현대경영의 금과옥조가 된 지 오래다. 비즈니스 세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이를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이 말의 뜻은 아주 분명하다. 만약 새로운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지 않는다면, 또는 업계 최고의 비즈니스 관행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당신 회사는 사망 선고를 받아도 싸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성공적인 변화를 달성한 기업을 우러러보며 그 기업의 리더를 신처럼 존경하고 과거에 집착하는 리더를 악마라고 부른다. 비록 지배구조 문제로 지탄을 받고는 있지만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93년 6월 이 회장은 200여 명의 그룹 수뇌부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불러 모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든 걸 바꾸라"고 지시했다. 이른바 `신경영 선언`이다. 이후 삼성은 양적 성장을 중시하는 관행에서 질적 성장 위주로 전환하는 등의 적극적인 변화를 통해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도 그는 "지금이 진짜 위기다"라며 계속해서 변화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정말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걸까? 그래서 마누라와 자식은 물론 자신까지도 바꾸겠다는 각오로 끊임없이 변화를 도모해야 하는 걸까?

 이에 대해 경영의 구루로 불리는 세계적인 경영학자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신간 `위대한 기업의 선택`을 통해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오랜 기간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을 조사해 보니 이들은 세상의 극단적인 변화와 혼란에도 불구하고 `레시피(원칙이나 방법)`를 덜 바꾸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번창한 기업들은 사업이 하락세에 빠졌다고 해서 금세 자사의 레시피가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들이 레시피에서 벗어나지 않았는지 또는 레시피를 유지하기 위한 규율이나 엄격함이 흐지부지되지 않았는지를 먼저 살핀다. 만일 그렇다면 레시피에 담긴 철학을 다시 생각함으로써 해결 방안을 찾고, 이를 충실히 지키기 위한 열정을 회복한다."

 걷잡을 수 없는 격동의 시대. 변화가 이 시대의 화두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변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일관성의 유지다. 변화도 좋지만 무엇을 위한 변화인지, 현재의 상태가 변화를 통해 정말로 개선될 것인지, 시간과 돈을 들이고 조직을 파괴하면서까지 추진해야 하는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하며, 변화의 소용돌이 가운데 일관되게 유지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다.

 인간이 만든 어떤 조직도 일관성 없이는 최고의 성공에 이르지 못한다. 만약 그 조직을 성공에 이르게 할 통합된 개념과 훈련된 방법론을 갖추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환경의 변화에 쉽게 패배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운명을 맡겨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어떤 조직도 생산적 진화, 즉 변화 없이는 성공의 최고 단계에 이르지 못한다. 변화하지 않아 실패한 기업 이상으로 오랫동안 자신들의 성공을 이끌어온 레시피를 섣불리 바꾸어 실패한 기업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변화와 일관성의 균형을 유지하라. 변화를 시행하는 것과 우왕좌왕하는 것은 다르며, 원칙 없이 변화를 도모하는 것은 변화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