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21:43 (화)
근종 몇 개에 자궁 적출이라니
근종 몇 개에 자궁 적출이라니
  • 김재욱
  • 승인 2012.11.22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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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재 욱 민트영상의학과 원장
 가정주부 한모(38ㆍ대구) 씨는 최근 1년간 생리 때마다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 과도한 생리량 탓에 외출이 조심스러웠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았다. 밤에는 소변 때문에 세 네 번씩 깨기 일쑤였다. 산부인과 검사 결과, 자궁근종이 원인이었다. 의사는 자궁 적출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혹시나 해서 유명하다는 산부인과 네 곳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았다. 청천벽력이었다. 장기를 떼어내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던 그녀는 수지침, 한의원 환약 처방, 영양제 복용 등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다. 그때마다 근종은 오히려 더 커져 절망감만 깊어갔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수술 없이 근종을 치료할 수 있는 색전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병원을 찾아 시술날짜를 잡았다. 시술 후 현재는 생리양도 정상으로 돌아왔고, 무엇보다 자궁을 건강히 지켰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자궁근종은 일명 ‘혈액을 먹고 자라는 종양’이다. 자궁의 근육에 생기는 혹으로, 세간의 오해처럼 암이 아닌 양성종양이기 때문에 전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나라 여성들 중 약 40% 이상이 앓고 있는 흔한 질병이다. 다만 생리양이 급증하거나 생리통, 골반통, 빈뇨, 하복부 불편감 등의 증상으로 생활에 지장이 생기면 치료가 필요하다.

 자궁근종의 치료법으로는 자궁절제술, 복강경수술, 호르몬 치료 등이 있다. 근종이 애매한 위치에서 자라거나 수가 많을 경우, 기이하게 클 경우에 보통 자궁 적출술을 권유 받는다. 하지만 20~30대의 가임여성들에게 자궁을 들어내는 극단적인 수술은 마치 ‘날벼락’과 같다. 성욕감퇴, 질 건조증 등의 부작용은 둘째 치고라도, 여성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는 생각에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이를 낳은 40~50대라도 자궁 적출로 인한 상실감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실제로 이달 초, 창원에서는 자궁 적출 수술을 한 50대 여성이 우울증으로 인해 남편을 칼로 찌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참극이 벌어져 충격을 안겼다. 그녀는 수술 후 ‘자궁이 없어졌다’며 평소 심각한 우울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자궁 적출로 인한 정신적인 후유증은 때에 따라 전문적인 치료를 요하는 경우로 발전하고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자궁 적출의 효과적 대안으로 자궁근종 색전술이 제시되고 있다. 색전술은 국소 마취 후 사타구니 부위에 주삿바늘 정도의 가는 관을 삽입한 후, 모래알만한 작은 플라스틱 입자로 혈관을 차단해서 근종을 괴사시키는 시술이다. 종양이 혈관에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굶어 죽는’ 것. 혈관 조영 장비를 이용한 시술이기 때문에 인터벤션 영상의학전문의가 시술을 주도한다. 색전술은 여러 개의 근종도 치료할 수 있고, 시술한 근종은 90% 이상에서 완전 괴사가 가능하다. 일단 치료되면 거의 재발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입원기간이 1~2일 정도로 짧고, 회복기간도 적어 일주일 이내에 정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시술법이지만, 해외에서는 인지도가 높다. 일례로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2008년 8월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권하는 임상지침서(Practice Bulletin)’에서 자궁근종 색전술을 ‘레벨A’ 치료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 학회는 지침서를 통해 “장단기 치료 결과를 근거로 보았을 때, 자궁 보존을 원하는 환자에게 안전하고도 효과적인 치료”라고 제시하고 있다.

 2~3년 전만해도 자궁근종 색전술에 대해 잘 몰라 결정을 어려워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환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고 한 명 한 명 최선을 다해 진료하면서 현재는 시술을 받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민트영상의학과는 국내 최초 인터벤션 전문병원으로 지난 2008년 개원했다. 이듬해 자궁근종 색전술을 시행해 2012년 현재 1천건 이상의 시술건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숫자다. 자궁근종 외에 하지정맥류, 정계정맥류, 골반울혈증후군 등의 질환에 색전술을 도입해 치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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