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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한지 생산자의 ‘분노’
의령한지 생산자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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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1.1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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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 경 출 중부지역본부장

 천년을 이어온 의령한지(韓紙)의 명맥을 외롭게 유지하고 있는 의령군 봉수면 청계리 신현세(65) 씨의 어려운 사정이 알려지면서 올해로 제6회째 열린 ‘의령한지병풍축제’가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령군이 한지와 병풍의 문화적 가치 재조명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며 올해까지 총 4억 8천600여만 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 행사는 제1회 행사만 의령군이 주최하고 제2회부터는 민간단체인 ‘의령한지병풍축제위원회’(이하 축제위)가 주관하면서 각종 잡음과 졸속행사라는 지적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의령군 봉수면은 한지 생산이 번성할 때 한마을 100여 가구 중 절반 이상이 한지를 생산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수익성이 없어 대부분 생산이 중단된 채 의령군과 축제위의 실질적인 지원도 받지 못하는 신씨가 40여 평의 영세한 공장에서 부인과 함께 10여 년간 전통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결과 의령 한지의 명맥은 신씨가 1년에 한두 차례 입찰에 낙찰돼 월 1~2회 생산을 하고 있다. 이 마저도 박물관이나 기록원 등에만 납품을 하면서 일반 대중화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행사장에서 나돌고 있는 한지 중 일부는 중국산이라는 것과 한지의 주원료인 닥나무도 의령군 봉수면 일대에서 재배된 것이 아니라 대구 등 외지에서 사오고 있는 실정이다.

 신씨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병풍과 한지가 없는 관련 행사가 있을 수 있느냐”며 “궁류 병풍의 명맥은 이미 끊어졌고, 봉수 한지 생산도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판국인데도 실제 생산자가 참여하지 않고 원자재 또한 외국산이 대부분인 행사에 예산만 쏟아 붓고 있다”며 발끈했다.

 주민들도 “행정과 축제위가 한지 생산자에 대해 지원은 커녕 관심도 없이 자기들만의 보여주기 행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늦었지만 힘들게 한지 명맥을 잇고 있는 생산자에게 실질적인 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2회 행사 때 김채용 의령군수는 “의령한지와 장판 및 병풍 등은 천년을 이어온 의령군의 자랑이자 보존해야할 문화적 유산이 충분하다”며 “이들 제품을 명품화 하고 전통을 재현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기자는 축제위가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과 노래판 위주의 행사보다 마지막 한지 생산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도 함께 강구 해 줄 것을 촉구해본다. 물론 축제위의 내부 잡음 비난에 대한 반성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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