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양육에서의 아빠 역할
자녀양육에서의 아빠 역할
  • 한상지
  • 승인 2012.11.1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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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상 지 라온언어심리치료센터 원장
 아무리 훌륭한 엄마라도 아빠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고, 경제력이 좋은 아빠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현재 취학 전 아이를 둔 아빠이거나 혹은 예비 아빠들의 연령대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이들은 경제적인 능력 외에도 가사와 육아를 살뜰히 살피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받는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아빠의 양육 참여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들이 속속들이 발표되고 아빠 양육에 대한 관심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아빠가 아이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부모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하버드대학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빠와 같이 식사를 하는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언어능력이 10배나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를 `아버지 효과(father effects)`라고 부른다. 자녀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서는 아버지와 아이가 잘 교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즘 엄마들은 자녀 양육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관련 서적을 읽고 자료를 찾으며 좀 더 적극적인 경우에는 육아 모임이나 카페를 만들어서 정보를 주고 받는다. 이렇게 양육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진 엄마의 경우 아빠가 아이와 함께 놀이를 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아빠의 모습이 어설프다고 느낄 때가 많다. 아빠와 아이가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엄마는 매순간 아슬아슬 하기만 하다. 마음 속에선 `아직 어린애인데 좀 봐주지, 왜 저리 죽기 살기로 하나? 저러다 아이 기죽이는 건 아닌가?` 라는 불만이 솟아나고, 아이가 다칠만한 위험한 태클을 일삼는 아빠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아빠가 아이와 죽기 살기로 경쟁하고, 매사 아이를 비난하거나 아이가 다칠 것이 분명한데도 방치하거나 그런 행동을 허용하면 그건 정말 문제 아빠이다. 하지만 엄마들이 꼭 알아야 할 건 엄마들이 보기에 다소 무모해 보이고, 경쟁적인 아빠표 놀이가 아이의 발달에 분명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엄마와 아빠는 다른 점이 많다. 엄마는 주로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양육행동이 주특기라면 아빠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절제하며 책임감을 갖는 `자르는` 특성을 갖는다. 놀 때도 엄마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아이의 마음을 세세히 살피는 것을 잘하는 반면 아빠들은 다소 거칠고 아찔하지만 흥미진진하고 모험심 있는 놀이를 선호한다. 이렇게 다른 놀이는 보다 아이들의 발달을 보다 균형 잡히게 도와준다. 엄마를 통해서는 감성을 발달시키고, 아빠를 통해서는 절제력과 탐험심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만일 아빠가 자신이 원하고 잘하는 놀이 방식대신 엄마처럼 하도록 요구받으면 아이는 중요한 발달자극을 놓친 셈이 된다. 이런 점에서 엄마는 아빠가 엄마처럼 행동하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탓하고 엄마처럼 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아빠의 양육 참여가 많을수록 아이의 사회성이 높아지며 엄마와는 다른 아빠의 역할을 통해 아이의 사회적 경험이 풍부해지고 대인관계도 좋아진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고 산책하고 밥 먹이고 놀아주는 행동 하나하나에 `아빠만이 줄 수 있는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신체를 이용한 놀이를 많이 해주는 아빠를 둔 아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으며 활동성이 뛰어나고 사람을 대할 때 생기는 여러 갈등 상황도 잘 이겨낸다고 한다. 장 자크 루소는 그의 책 <에밀>에서 "아이는 어느 유능한 교사보다도 분별력 있는 평범한 아버지에 의해 더 훌륭한 교육을 받는다"고 썼다. `참다운 유모는 어머니, 참다운 교사는 아버지`라는,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못 박은 루소의 구식 교육관조차 바쁘고 피곤한 이 땅의 아빠들에게는 잘 먹히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일단 아이를 붙잡고 레슬링이라도 해보자. 아빠만이 해줄 수 있는 평범한 행동들이 아이를 키운다.

 조물주가 이 세상에 여자와 남자를 만들고, 또 아이에게는 엄마와 아빠라는 두 명의 성인을 배정한 것에는 분명 깊은 뜻이 있을 것이다. 아이에게 두 명의 엄마, 혹은 두 명의 아빠는 필요하지 않다. 다만 엄마다운 엄마와 아빠다운 아빠가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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