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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건 열심히 배우고, 실천할 땐 정말 열심히"
"부족한 건 열심히 배우고, 실천할 땐 정말 열심히"
  • 원종하
  • 승인 2012.11.05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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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하 교수가 만난 경제인의 人生스토리] 유성식육점 오경란 사장(김해 동상동 전통시장 내)
▲  오경란 씨가 "외국인들에게 요리하는 방법까지 가르쳐 살코기 보다는 부산물이 더 인기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랑의 마음으로 전통시장 살리기에 앞장 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전통시장 모범사례 강연

 "외국인 고객을 모시기 위해 직접 그들의 나라에 가서 식(食)문화를 체험하고 와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15년 동안 김해 동상동 전통시장의 한 자리에서 유성식육점을 경영해 오면서 대형슈퍼마켓에 밀려 시들어가는 전통시장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오경란(여ㆍ49) 씨.
 그녀는 5년 전 점점 무너져 가는 전통시장을 보면서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각오로 스스로 전통시장의 문제점을 파악해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자기 점포를 먼저 개선한 뒤 동상동시장 100여 개의 점포 전체를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동상동시장은 이제 상인 모두가 고객중심의 마인드로 무장해 특히 외국고객을 단골로 오게 만들어 살아있는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오씨는 김해에 중소기업이 많아 시장 손님의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라는 점에 착안해 그들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판매법을 개발하기 위해 홍콩, 베트남 등 현지를 다녀와 외국 식문화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요리법까지 가르쳐 줌으로써 마음을 이해하고 문화를 이해하는 상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 참석해 사례발표를 할 만큼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녀의 인생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였지만 늘 다른 사람에게는 사랑을, 자기 자신은 교육을 통해 고난을 극복하는 삶의 태도가 오늘의 우리에게 또 다른 교훈을 주고 있다.
 김해에는 홈플러스에 이어 최근 메가마트가 오픈을 했고 향후 신세계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의 대형 마트가 들어서면 `빅4` 유통업체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이 결과 전통시장은 점점 경영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미래를 준비하는  씨를 가을비가 내리는 10월 어느날에 만나 전통시장의 개선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오경란 씨를 인터뷰 중인 원종하 교수.
 -전통시장을 살리는 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떠한 계기로 `전통시장 살리기`에 뛰어들게 됐나.
 "남편과 결혼을 한 후 현재 까지 정육점을 15년 동안 열심히 해왔다. 남편이 15년 해왔고 함께 15년 합하면 30년을 운영했다. 그러나 지나온 15년 동안 더 나아진 것은 없고 신시가지가 생기면서 상권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 어려워지더니 최근에는 대형마트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버렸고 그 많던 매장도 점점 없어졌다.
 시장은 우리에게 생명이다 다름없다. 위기감을 느꼈다. 물론 그러한 위기감은 우리 식육점의 문제만이 아니라 동상동시장 전체 더 나아가 전국적인 문제였다.
 그래서 도대체 왜 이럴까를 며칠 고민하다가 전체 매장을 둘러보게 됐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지저분한 매장, 자기매장만 잘 보이게 하려고 앞으로 튀어나온 매대 등 이었다. 역으로 내가 손님이라도 이런 곳에서 물건을 구입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결과는 `어린 니가 뭘 알아?`하는 반응 이였다. 전체를 바꿀 수 없으니 `나부터 바꾸자`라는 생각으로 우리 점포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예상치도 않게 점차 손님이 많아졌다. 그런 작은 변화가 동상동 시장전체를 변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나이 드신 분도 많고 전체를 이렇게 바꾸는 데는 저항도 많았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그동안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물론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부산 해운대에서 `시장경영센터` 워크숍이 열려 참석하게 됐다. 교육을 받는 순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날 강의를 한 교수님이 우리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강의가 끝난 후 동상동 시장을 방문해 해결책을 설명해 줄 것을 부탁했다. 처음에는 서울에서 김해까지 오기가 멀고 경비도 많이 든다고 난색을 표했으나 간곡한 요청에 시장을 방문했다.
 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디스플레이 등 시장 활성화에 대한 조언을 했다. 그러나 또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나이가 많고 변화를 싫어하는 점포 주인들은 나와 교수님을 도리어 핍박했다.
 자주 만나 설득한 결과 결국에는 상인들이 교수님의 조언을 받아들여 지금의 깔끔한 시장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 과정이 말로는 쉽지만 무척이나 힘들었다."
 -동상동시장에는 특히 외국인 손님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방문하는 외국인이 베트남,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인도, 아프리카, 캄보디아 등 그 국적도 다양하다. 이분들을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해외로 나가 시장을 둘러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착안하게 된 것인가?
 "처음 1년 동안 교육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쫓아다녔다. 많은 교육을 받다보니 고객의 마음을 얻으려면 그들과 공감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즉 마음을 사야 물건이 팔리는 것이지 물건을 팔려고 하면 마음을 살 수 없어 팔수가 없다. 자비를 내어 외국에 나갈 계획을 세웠다. 2007년 홍콩을 시작으로 베트남 등 여러 국가를 다녀왔다.
 각 국가의 시장마다 다양한 특징과 배워야 할 점이 있었다. 그래서 그 나라의 문화와 우리나라 시장 특유의 정(情)을 부합시켜야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이러한 생각은 동상시장에서도 적중하였고 많은 외국인이 우리점포 뿐만 아니라 전통시장을 방문하게 됐다."
 -어려운 전통시장에서 상인으로 15년을 살아오면서 그것도 외국인을 상대로 하다 보면 말도 통하지도 않을 것이고 어려움이 많을 텐데,한번 찾아온 외국인을 단골고객으로 만들어 다시 찾아오게 한다는데 그 비법은 무엇인가.
 "저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신 것 같다(웃음). 저의 상인철학은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자`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어릴 적부터 배도 많이 고팠고 힘들게 살아 돈의 소중함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살다보니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돈을 목표로 하면 부유하게 살 수 있지만 사람은 돈으로 살 수가 없더라.
 예전에 임신한 한 외국인이 우리 점포에 온 적이 있다. 한겨울 인데도 돈이없어 여름 신발을 신고 있어서 신발을 사준 적이 있다. 몇 주 뒤 아이를 출산해 다시 가게를 찾아왔는데 여름 이불 같은 홑이불에 아이를 안고 왔다. 그래서 카드로 30 만 원을 들여 주변가게에서 예쁜 포대기와 옷을 사줬다. 2~3년 후 그 외국인이 우리 가게가 생각난다며 다시 찾아오기도 했다.
 남을 위해서 내가 무언가 해줄 수 있다고 느꼈던 그때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이번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전통시장 살리기의 모범적인 사례로 강연까지 했다. 다른 전통시장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 또 김해시에 바라고 싶은 내용은?
 "상인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지원만 바라지 말고 상인들이 스스로 돈을 써 발전해야 된다.
 그리고 꼭 열심히 해야 한다. 나는 명절 때도  집에 가지 않고 365일 가게 문을 닫아본 적이 없으며 손님이 찾으면 3분 이내에 와야 된다고 생각하며 일했다.
 또 배움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나는 상인대학을 2번이나 이수했으며 그 외에 워크숍이나 인제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참가하고 배움을 이어 나가고 있다. 상인대학 같은 것을 김해시와 인제대학이 협력해서 만들어 주면 좋겠다. 제발 공부 좀 하게 해주면 좋겠다."
 -오늘 대담을 하다 보니 그 무엇인가 철학과 꿈이 있어 보인다. 끝으로 혹시 돈을 벌어서 하고 싶은 일이 있나.
 "남동생이 2명 있는데 둘 다 장애인이다. 그래서 꼭 복지원을 차리고 싶다. 역시 돈을 목적으로 하는 복지원이 아닌 정말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그러한 복지원을 만들어 보고 싶다."
 `너희 모든 일을 사랑으로 행하라`는 성경말씀처럼 늘 사랑으로 고객을 대하는 오경란 사장은 고객들의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사랑경영을 실천하고 있었다.

 원종하는 누구인가
경제전문가이며 인제대학교 국제경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역의 인재와 대학 그리고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메커니즘을 만들기 위해 지난 97년부터 산학관 협동에 관심을 가져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기업체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07년 김해기업연구소를 창립, 현재는 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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