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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중 제가 제일 못생겼죠?"
"배우 중 제가 제일 못생겼죠?"
  • 연합뉴스
  • 승인 2012.10.2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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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영화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주연
"영화배우로는 제가 제일 못생겼을 걸요. 이 키와 이 외모는 따라잡기 쉽지 않죠."

배우 김인권은 자신의 외모를 이렇게 폄하하며 웃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개성 있는 외모의 이 배우는 이미 많은 관객들이 알아보고 좋아하는 대중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09년 '해운대'에 이어 최근의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그는 벌써 출연작 중 두 편의 영화가 1천만 관객을 넘는 기록을 갖게 됐다.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라고 본인은 몸을 낮췄지만 조연으로도 흔치 않은 기록이다. 더구나 그는 두 편 모두에서 비중 있는 조연으로 영화의 재미를 살린 공이 크다.

"영화 입장에서는 1천만 관객이라고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그저 '내가 본 영화들 중 하나'일 뿐이죠. 관객에게는 영화가 재미있었는지, 없었는지가 중요할 뿐입니다. 저는 그저 한 명 한 명의 관객이 보고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한 명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영화가 되게 하고 싶습니다."

이런 소망을 얘기하는 배우 김인권은 새 영화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에서 주인공을 연기했다.

25일 개봉을 앞두고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기대도 크고 부담도 크다고 했다.

 

 

 

장편 상업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것은 이 영화를 연출한 육상효 감독의 전작 '방가? 방가!'(2010) 이후 2년 만이다. 코미디 안에 따뜻한 휴머니즘과 사회성을 녹이는 육상효 감독의 영화에서 김인권은 감독을 대신하는 페르소나가 됐다.

최근작 '광해…'에서는 왕의 충성스러운 호위 무사 역을 맡아 진지한 연기를 보여줬지만, 왕을 대신한 광대 '하선'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아이처럼 목놓아 울음을 터뜨리는 연기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그는 타고난 코미디 배우로 보인다. 그 역시도 코미디가 좋고 편하다고 했다.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제가 웃겨 드렸을 때 반응이 좋았어요. 폼을 잡았을 때는 반응이 별로 안 좋았죠. 영화도 '해운대'나 '퀵' 같은 영화가 반응이 좋았고 드라마도 '외과의사 봉달희' '미남이시네요'에서처럼 웃기는 역할을 대중이 좋아해줬죠. 그런 게 저한테 맞는 옷인 것 같아요. 이번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도 그런 점에서 관객들이 더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그는 요즘 머리를 묶고 다닌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강철대오…' 에서 이소룡을 좋아하고 따라하는 중국집 배달부 '대오' 역을 위해 8개월쯤 전부터 머리를 길렀다고 했다. 다행히 그 사이에 먼저 찍은 '광해…' 역시 상투를 트는 분장이어서 머리를 계속 기를 수 있었다. 이번 '강철대오…'에서의 이소룡 이미지는 그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 애착이 더 크다고 했다.

 

 

영화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의 한 장면.

 

 

"감독님이 원래 굉장히 단단하고 본인의 틀이 확고하신 분인데, 이번엔 제 의견을 많이 받아주시더라고요. '방가? 방가!' 때부터 많은 신뢰가 쌓인 것 같습니다. 원래는 '대오'가 따라하는 게 주윤발 캐릭터였는데, 아무래도 제가 연기하기에는 이소룡 캐릭터로 가는 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서 그게 나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쌍절곤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여러가지로 즉각적인 즐거움을 끌어낼 수 있겠다 싶었어요. 결국 이소룡으로 바뀌면서 이 부분은 제 영역이 됐고 감독님이 저한테 많이 맡겨주셨어요."

실제로 영화 속에서 이소룡처럼 단발머리를 하고 이소룡이 입은 것 같은 중국식 옷을 입고 중국집 테이블에 종이컵을 전광석화로 세팅하는 모습은 웃음을 준다.

하지만 이 역할이 그에게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그에게도 코미디 연기는 늘 어렵고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간단해 보이지만 엄청난 게 필요해요. 쌍절곤을 돌리는 것이나 철가방을 들고 오토바이를 타면서 돌멩이를 막는 장면이나 중국집 홀에 종이컵을 세팅하는 장면이나 여러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감독님은 글만 쓴다고 편하게 쓰셨지만 저는 힘들었죠(웃음). 그런데 제 성격이 뭘 하나 하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게 있어서 이 모든 걸 하는 게 즐거웠어요. 그동안 했던 역할들이 너무 단순했다 싶을 정도로 이번 역할에 푹 빠져들었죠."

 

 

 

 

 

그는 어릴 때부터 찰리 채플린, 성룡, 짐 캐리, 주성치 같은 강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코미디 배우들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했다.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그는 사실 배우가 아니라 감독을 꿈꿨다.

동국대 연극영화과에도 연출을 공부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2학년 때 우연히 군 입대를 앞두고 본 오디션(영화 '송어')에 합격해 배우로 데뷔하게 됐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니면서 연극 무대에 많이 서 본 경험이 있어 대학 때 연기 수업에서도 선배들로부터 늘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송어'를 하면서 2-3년 가까이 현장에 있다 보니까 그만둘 수가 없어서 계속 배우 오디션을 보고 극단 '연극세상'에서 어깨너머로 배우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러다 '박하사탕'에 단역으로 출연하고 '아나키스트' '조폭 마누라'까지 하면서 코미디 캐릭터로 알려지게 됐죠."

그렇게 출연한 영화가 벌써 30여 편에 이른다.

"자주 하다 보니까 작품이 다양해졌어요. 아무래도 생계랑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딸이 셋이거든요. 먹여 살리려면 닥치는 대로 해야하니까 미션이 주어지면 무조건 하는 거죠. 그래도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니까 이제 배우로서 관객들에게 인상은 남기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어요."

1978년생, 한국식 나이로 서른다섯인 그는 8년 전인 2004년 결혼해 벌써 세 아이의 아빠다.

연애 시절 아내를 향한 그의 구애는 이번 영화 '강철대오…'에서처럼 뜨거웠다고 했다.

"원래 여자한테 호감형은 아니에요. 너무 과격하고 뜨거웠어요. 상대방이 타버릴 정도로. 와이프한테 엄청 빠졌었는데, 돈 없어도 결혼할 수 있다고, 나중에 전용 헬기 태워줄 거라고 호언장담해서 결혼까지 하게 됐죠. 하하."

그는 이 영화에서 관객들이 주인공 '대오'의 순수함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대오'에 공감이 많이 됐어요. 지금 많이 잊고 사는 순수함에 대한 얘기인 것 같아요. 시를 읊으며 사랑을 얘기하고 자장면 한 그릇으로 사랑을 표현하거든요. '대오'가 사랑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걸 표현하면서 가슴 속에서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이 영화가 자본주의가 황폐화시킨, 지금 우리 모습에 대한 깨우침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코미디 연기를 보노라면 웃기다가도 가끔 '짠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코미디의 최고 경지라고 할 수 있는 '페이소스' 연기의 가능성이 보인다.

채플린 같은 코미디 배우를 꿈꾸냐고 물었더니 그는 수줍어하며 답했다.

"코미디의 힘은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채플린이 히틀러에 맞섰던 것처럼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죠. 하지만 전 그 경지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죠. 쉽지 않고요. 지금은 그저 한 명의 관객이라도 즐겁게 해드리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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