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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영웅의 귀환<6>
제1화 영웅의 귀환<6>
  • 서휘산
  • 승인 2012.10.21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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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친구여! 친구여(6)
미리 약속이 되 있는 듯 두 편으로 갈려, 한 편은 금계독립세를 취하고 또 한 편은 맹호은림세를 취했다.

 "예. 스님."

 "계속하시게."'

 그 말에 스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호면(얼굴 보호구)을 쓰고 죽도를 다시 들었다. 그리고 미리 약속이 되 있는 듯 두 편으로 갈려 한편은 금계독립세(金鷄獨立勢)를 취하고 또 한 편은 맹호은림세(猛虎隱林勢)를 취했다.

 다시 새벽을 깨우는 기합소리.

 "이얍!"

 "이얍! 얍 얏!"

 단전에서 우러나오는 맑은 소리와 함께 스님들은 현란한 자세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상대편의 머리와 손목, 허리 등을 파고들고, 또 그것을 한편으로 피하는 그들의 검법은 탁월했다. 그러나 예리하고 날카로운 살기는 없었다. 대신 부드럽고 유(柔)하다.

 그들은 쉼 없이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둥근 죽도를 내리치고 밀고 날렸다.

 그러기를 약 20분, 서늘한 월광을 받으며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영봉이 뛰어들었다. 그리고 한마디 소리쳤다.

 "칼은 몸으로 닦고 마음으로 벤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순식간에 10여 명의 스님 모두가 그를 에워싸자 영봉은 발초심사세(撥草尋蛇勢)를 취하며 공격을 시작했다.

 "머리 허리 팔 머리 손목!"

 영봉의 외침과 죽도의 타닥거리는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마음과 몸이 완전하게 일치해 있는 것이다. 영봉은 정면을 공격하다가 자세를 후일격세(後一擊勢)와 향우방적세(向右防賊勢)로 바꿨다. 그리고 한꺼번에 달려드는 스님들을 공격했다.

 그 공격에 속절없이 당하는 스님들…….

 `우와……!`

 숨을 죽인 채 언덕에서 그 장관을 바라보고 있는 백지한의 감탄이었다. 한순간의 정지 없이 몰아치는 영봉의 동작은 한없이 부드러우면서도 강했다.

 `언제 저렇게 검술의 달인이 됐단 말인가?`

 다른 스님들은 아름다운 나비를 쫓는 동자승이라고나 할까.

 그들의 검은 앞으로 우로 좌로 위로 뒤로 수시로 바뀌는 영봉의 몸에 닿는가 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번번이 실패했다. 그리고 틈새를 파고들어 간간이 공격하는 영봉의 율동적인 공격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다.

 백지한이 넋을 잃은 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데 이윽고 무궁사에서 퍼져오는 목탁소리가 천태산을 낭랑하게 울렸다.

 도량석(사찰에서 새벽예불 전에 만물을 일깨우고 도량을 청정하게 하기 위해 목탁ㆍ법고ㆍ목어ㆍ범종을 차례로 치며 행하는 의식)을 알리는 것이다. 그 목탁 소리에 맞춰 스님들의 훈련이 끝났고, 훌쩍 암벽을 타고 올라온 영봉이 격해진 숨결을 고르며 권했다.

 "곧 새벽 예불이 시작될 터인데 부처님 친견이나 하고 가게나."

 "그럼세."

 여전히 영봉의 그 유연한 동작에 홀려있던 백지한이 흔쾌히 대답하고 산을 내려오니, 서산으로 기우는 달빛이 무궁사 구석구석에 어른거렸다. 백지한은 샘물가에 가서 손을 씻고 얼굴을 씻었다.

 그리고 큰법당으로 조용히 들어선 순간,

 `아-.`

 그는 입술을 터트리며 절로 합장했다.

 법당엔 예불을 기다리며 삼매에 빠져있는 스님들로 가득했다. 그 파르라니 깎은 머리에서 목련처럼 희고 깨끗한 내음이 풍겨 나온다.

 여느 절에서도 볼 수 없는 가슴 뭉클한 장면이었다.

 저 스님들이 방금 검술로 심신을 닦던 그 사람들이란 말인가.

 이윽고 종소리가 목탁소리로 바뀌었다. 예불이 시작된 것이다. 백지한의 몸이 전율하기 시작했다.

 "나무일승시방불(모든 중생을 성불시키려는 시방에 두루 계시는 부처님이시여) 나무환인천부경 나무묘법연화경."

 제목을 봉창하는 스님들의 경건하고도 또 다른 맑음이었다.

 예불이 진행되면서 백지한의 가슴은 처음의 감동에서 점차 해희로 바뀌어갔다.

 "……,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제석천왕 환인을 비롯한 모든 천신들은 저희 남섬부주 해동 태환인국을 옹호해 천하태평 국토안온케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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