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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나무 강한 화력으로 사골국물 잡냄새 잡았죠"
"땔나무 강한 화력으로 사골국물 잡냄새 잡았죠"
  • 박세진 기자
  • 승인 2012.10.14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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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강소(强小)기업을 찾아서/ 식품제조사 진주 홍제원

벌목일로 얻은 땔감 이용 전통방식 국물 제조
정직한 맛 내세워 본격적인 대도시 영업 시작

 아침, 저녁으로 꽤 찬기운이 느껴진다. 뜨끈한 국물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이 계절 뜨듯한 국물 한모금은 목을 타고 넘어가며 한동안 추위를 잊게 하는 고마운 음식이다.
 기왕 국물 얘기가 나왔으니 조금은 특별한 사골 국물로 인생의 승부를 거는 이가 있어 소개한다.
 진주시내에서 목욕탕(밀레사우나)을 운영하는 김남기(49)씨는 우연한 기회에 식품제조업의 길로 들어섰다.
 김씨의 목욕탕은 고유가시대, 저렴한 연료인 나무로 목욕탕 물을 덥혀 이미 지역에서 유명세를 탔다.
 5년 전 나무보일러 목욕탕 개업과 유지를 위해 벌목일을 시작한 김씨는 벌목 허가를 받은 산주들의 요청을 받아 벌목일을 대행해주고 대신 참나무, 밤나무, 아카시아 등 벌목한 나무를 목욕탕 열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씨는 자주 드나들던 식당에서 "사골 국물을 내는데 가스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식당 사장의 푸념을 듣고 자신에게는 남아도는 나무를 이용해 사골 국물을 끓여 보면 어떨까하는 데까지 생각이 닿았다.
 이를 바로 실천에 옮긴 김씨는 지난 4월 진주시 문산읍 상문리에 홍제원이란 식품제조사를 차렸다. 지름 1m의 대형 무쇠가마솥에 사골과 고기, 물을 넣고 장작을 때서 끓여 보니 화력도 좋고 잡냄새가 나지 않았다.
 "국물을 내는데 사골과 고기, 물 이외에는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화력이 좋기 때문에 국물에서 잡냄새가 나지 않고 깔끔합니다.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국물이 식어도 맛이 변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홍제원(洪濟院)은 조선시대, 중국 사신들이 서울 성안에 들어오기 전에 임시로 묵던 공관이다. 김씨는 "사신들이 묵었던 홍제원처럼 귀한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지은 이름이다"고 했다.
 홍제원의 사골 국물은 소의 경우 12시간, 돼지의 경우 8시간 정도 끓여 낸다. 오래 끓일 수록 좋다는 게 일반적 시각인데 김씨는 화력이 좋으면 결코 오래 끓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오히려 뭉근한 불에 오래 끓이면 잡냄새가 나기 쉬워 필요 없는 첨가물이 들어가게 된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이처럼 전통방식으로 끓여 낸 홍제원표 국물은 포장과정을 거쳐 도가니탕, 곰탕, 돼지국밥용으로 제공되며 고기는 별도로 포장해 판매한다. 주방장이 필요 없는 셈이다.
 이를 발판으로 김씨는 올 5월 진주시 봉곡동에 국물나라 본점인 `가마국밥`을 개업한데 이어 한달 뒤 칠암동에 2호점을 냈다. 2호점은 김씨의 사회 후배가 경영하고 있다.
 가마국밥에 가면 홍제원에서 정성으로 끓여낸 전통방식의 사골 국물 맛을 볼 수 있다.
 깔끔하고 뒷맛이 고소한 국물 맛이 일품인데 국물이 식어도 기름이 끼지 않고 맛이 변하지 않아 다시 찾고픈 맛이다.
 도가니탕 1만원, 소곰탕 7천원, 돼지국밥이 6천원이다. 밥 이외의 요리가 먹고 싶을 때는 소갈비찜 大 3만5천원, 小 2만5천원이고 돼지수육 大 2만5천원, 小 2만원이다.
 "`먹는 것으로 장난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일합니다. 특별한 음식 비법이 있다기 보다는 조상들의 전통방식을 고수하는데서 비법을 찾고 싶습니다."
 김씨는 또 "나무 땔감을 사용하는 동종업체들이 저처럼 벌목한 나무가 아닌 건축물에서 나온 폐목재에 의존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환경오염 측면에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도 했다.
 홍제원 1천㎡ 부지의 절반은 땔감용 나무로 쌓여 있다. 또 인근에 2천㎡의 부지를 빌려 벌목한 나무를 재두고 있다. 풍부한 땔감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홍제원의 정직한 맛을 바탕으로 창원, 김해 등 도내 대도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 잡겠다는 것이다.
 "조만간 홍제원을 이전해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또 온라인상에서 주문이 가능하도록 홈페이지 개설도 서두르고 있습니다."
 취재 = 박세진 기자ㆍ편집 = 최하나 기자

주문문의: 홍제원 762-2161, 010-5333-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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