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8:41 (목)
창의성의 본질을 이해하라
창의성의 본질을 이해하라
  • 곽숙철
  • 승인 2012.10.08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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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 숙 철 CnE 혁신연구소장
 늦은 오후, 고등학생 아들 방에서 나오는 중학생 딸아이 손에 노릇노릇 잘 구워진 식빵이 들려 있다.

 "또 먹어? 어디서 났어?" / "오빠가 만들어 줬어." / "오빠가?"

 `토스터가 고장이 난 지 오랜데 이 녀석이 고쳤나?` 하는 생각을 하며 방문을 열자 아들 옆으로 식빵 봉지와 딸기잼 병, 버터 등이 보이고, 그 틈으로 다른 것들과 어울리지 않는 물건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다리미였다. 아들은 알루미늄 포일로 식빵을 싸서 다리미로 식빵을 굽고 있었던 것이다.

 재밌는 현장을 목격한 내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이야~! 재주도 좋네. 엄마도 하나 구워 주라."

 월간지 <행복한 동행>에 실린 `창조게릴라` 김은주 대표의 글 `찾아라, 창의력의 힘`에서 옮긴 이야기다. 이 글에서 필자는 다리미를 토스터로 변신시킨 오빠의 기발한 아이디어의 근원을 `그냥 먹을 수도 있는 식빵을 오로지 내 입맛에 맞춰 구워 먹겠다는 불굴의 의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흔히 뛰어난 두뇌가 창의성의 원천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창의성에 대해 잘못 알려진 내용이 꽤 많은데, 그 가운데 창의성의 본질과 관련된 대표적인 세 가지 오해에 대해 살펴보자.

 ◇ 첫째, `아이디어는 어느 순간 저절로 떠오르는 것으로, 여유로운 시간과 쾌적한 환경이 주어져야 창의성이 촉발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땡! 틀렸다. 아이디어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소나기 같은 것이 아니다. 하늘의 계시와 같이 어느 날 갑자기 번뜩하고 떠오르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는 문제의식과 의지를 가지고 좋은 해결책을 찾아 다른 사람의 두 배, 세 배 생각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주어지는 것이다. 물론 고강도의 업무와 규율, 열악한 환경이 창의성을 저해하는 요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무리 환경이 좋아도 기필코 문제를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결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없다. 많은 기업들이 창의적인 조직문화 운운하며 `아이디어 룸`을 만드는 등 환경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환경이 아니라 의지가 창의성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 둘째, `창조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창의성은 특별한 소수의 사람에게 만 주어진다`는 것이다.

 옳은 이야기가 아니냐고? 아니다!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낸다`는 사전적 정의를 생각 없이 받아들여 자칫 그런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창조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유에서 또 다른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은 오로지 신(神)만이 할 수 있다. 인간은 단지 세상에 존재하는 생각과 사물을 활용해 새로운 보다 생각과 사물로 재창조할 수 있을 뿐이다. 창의성은 언뜻 봐서는 연결되지 않는 것들을 결합시키는 능력이다. 이는 곧 논리의 일관성을 파괴하는 것이며, 상식의 궤멸 속에서 새로운 탄생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결국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창의성의 본질이며, 따라서 창의성은 후천적으로 계발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 셋째, `전문가 한 사람이 비전문가 여러 사람보다 더 창의적이며, 성공한 혁신은 아이디어가 처음부터 뛰어나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천만에! 창의성은 종종 개인의 번뜩이는 통찰력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혁신은 대부분 집단의 산물이다. 벨연구소의 과학자들이 개발한 트랜지스터가 단적인 예를 보여준다. 에디슨과 이스트만이 달성한 신기술 역시 이 두 저명한 발명가와 여러 엔지니어들이 함께 일군 결과다. 창의적 집단은 대부분 개인적 연구보다 더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최근 들어 `집단 지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창의성은 근본적으로 `협업`과 관련돼 있다는 말이다.

 `더 싸게, 더 좋게`가 아니라 어떻게 `남다르게` 만드느냐가 핵심 경쟁력인 시대. 최근 우리 기업들도 너나없이 창조경영을 화두로 삼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의 기업이 창의성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럴듯해 보이는 외국 기업의 사례를 무분별하게 흉내 내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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