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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통일절 <125>
제14화 통일절 <125>
  • 오뉴벨
  • 승인 2012.10.0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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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젊음이야! 사랑이야!(1)
일러스트 = 김 순 기자
 대학방송국 아나운서인 강지누는 사랑했던 철호 선배가 입대해버리자, 외로움에 빠져 정글같은 도시를 방황한다. 그때 에로배우 장진혁을 만나 충격적인 이반쇼 <하얀비>에 출연하고, 두 사람은 서로 간직해 온 비밀을 털어놓으며, 혼돈의 시대를 헤매는 미아임을 깨닫게 되는데…!

 나는 원시인이다! 짐승 가죽옷을 입고 돌화살과 돌칼을 들고 밀림속으로 들어간다! 앗! 벌써 늑대가 나타났다! 윤기 흐르는 털에 사나운 이빨을 가진 늑대다! 나는 잽싸게 돌화살을 쏜다! 캥! 늑대가 정통으로 맞았는지 펄쩍 뛰어오르면서 울부짖는다! 그런 상상을 하면서 나는 이 도시의 숲속을 헤맨다. 금방 내 식성의 늑대가 보인다. 카페 창가에 혼자 앉아 있는 저 남자! 정말 매력이 폴폴 풍긴다.

 “실례해도 될까요?” “무슨 일이죠?”

 “혹시 저처럼 바람맞지 않으셨나요?”

 “그걸 어떻게…?”

 “ㅎㅎㅎ! 바로 저쪽에서 두 시간째 제가 앉아 있었걸랑요!”

 “으음! 그러니까 우린 동병상련인가요?”

 남자는 의외로 친근하게 대꾸해온다. 하긴 누구나 나에겐 그렇다! 영화 <왕의 남자> 이후로 더욱 그렇다! 난 이준기보다 훨씬 더 예쁜 남자니까…!

 “여자를 믿은 우리가 바보겠죠?”

 내가 넘겨 짚자 주걸륜(장예모 감독의 영화 <황후화>의 주인공으로 보여, 이 남자를 그렇게 부른다!)이 모친인 황후 공리 앞에서 지었던 비극적인 표정으로 대답한다.

 “하지만 잊을 수는 없겠죠?”

 “물론! 그래서 언제나 술집이 만원인거죠! 여자를 잃은 슬픔을 달래려구…!”

 나는 일어서면서 주걸륜을 향해 말을 건넨다. 평소 남자를 담박에 녹이는 나의 그 하얀 미소를 살짝 날리면서…!

 “어때요? 함께 한 잔…?”

 그리고 난 남자 사냥에 나선 이반(동성애자)답게 그를 리드해간다. 분위기 죽이는 단골 민속주점에서 술로 육체를 마비시키고, 우리를 배반하고 떠나간 여자에 대해서 사정없는 악풀을 단다! 그리고 나의 원시동굴! 아니 원룸으로 주걸륜을 유인한다!

 “야! 너 지금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술의 위력은 어떤 난제라도 술술 풀리게 한다! 몹시 취한 주걸륜은 나의 어깨에 매달려 앙탈을 부려보지만 소용없다!

 “푸우! 술냄새! 빨리 샤워 하라구!”

 나의 채근에 주걸륜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갑자기 착해진다. 순간 우리는 오랜 친구! 아니 이반의 연인이 되어간다.

 “어지러워! 함께 샤워해!”

 주걸륜이 비틀대며 외치는 말! 그래서 둘이는 훨훨 옷을 벗어던지고, 욕실로 들어간다! 이때 ‘예쁜 남자’인 나와 ‘강한 남자’인 그! 두 알몸의 기막힌 조화로 욕실이 갑자기 눈부시다! 우리는 어느새 오래된 이반 연인처럼 스스럼없어진다. 사냥된 짐승은 금방 요리를 해야 맛있다. 나는 주걸륜을 내 침대에 넘어뜨린다. 그는 정말로 사냥된 짐승처럼 축 늘어져 나에게 요리된다.

 “남자끼리 섹스가 여자보다 더 즐거울 거야!”

 나는 주걸륜의 매력적인 입술부터 침범한다. 놀랍게도 슬픔에 빠진 그가 나와 보조를 맞춰 탐닉한다.

 “어때? 좋아?”

 나의 질문에 그가 혀를 물린채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한참 동안 혓싸움을 벌이다가 69 자세로 바꾼다.

 “으윽! 안돼!”

 주걸륜이 작은 비명을 지른다. 여기까지 상상을 마친 나는 드디어 저 창가의 남자 앞으로 성큼 다가갔다. 내가 마치 밀림의 왕자 타잔처럼 당당하게 주걸륜! 아니 그 남자에게 다가가자…!

 “기다렸어염! 방가! 방가!”

 오잇?! 근데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가 먼저 인터넷 용어로 인사를 건네오다니…! 뻥쪄 바라본 주걸륜의 얼굴은 송승헌 눈썹! 장동건 눈망울! 현빈 코! 동방신기 같은 입술! 그런 명품 얼굴에 알몸은 언젠가 화보에서 본 중국 남자모델 같다. 내 눈은 투시력이 있는지 멋진 남자만 보면 다 나체로 보이니까…!

카페 창가에 저 남자, 매력이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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