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윽! 오늘 네가 부른 노래가 `사랑에 미쳤나봐!`였지? 정말 그런 기분인데…!"
그가 온몸을 비틀며 몸부림칠수록 하이나도 노래의 클라이막스를 향해 열창하듯 그녀의 행위를 고조시켰다. 그랬다. 정말로 침대는 화려한 조명이 번쩍이는 무대가 되었고, 두 몸뚱이가 빚어내는 섹스는 그녀와 무용수가 함께 격렬하게 이어가는 노래와 춤과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연예인중 최고는 뭐니 뭐니 해도 가수라더니, 진짜 그렇네! 하악!"
"저도 마치 오늘 뮤티즌 1위곡인 제 노래를 부를 때 같았어요. 호호!"
그녀는 윗분을 가느다란 팔과 긴 다리로 감아조이며 끈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러자 윗분이 눈을 뜨며 악마처럼 대꾸했다.
"흐흐! 넌 이제 내가 부르면 무조건이야!"
"낮에도 좋아! 밤에도 좋아! 당신이 부르신다면! 인가요? 하지만 제가 무대에 출연하는 시간은 안 되는 것 아시죠?"'
"에끼! 우린 상부상조하는 동일 업종인데 그야 당근이지! 하하!"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였다. 계속해서 방송사로 케이블로 각종 행사장으로 전국을 누비느라 초죽음이 된 하이나에게 또다시 박홍보 이사가 은밀한 지시사항을 내렸다.
"힘들지? 하지만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인기는 한 순간이란 말야! 또 한번 바닥친 인기는 회복하기가 데뷔때보다 훨씬 어렵지! 왜냐하면 팬들은 항상 새로운 스타를 찾는 변덕쟁이들이거든! 그러니까 하이나도 초심을 잃지 말라구!"
박이사는 위협적인 눈길로 하이나를 쳐다보며 이런 당조짐을 했던 것이다. 순간 그녀는 가슴이 덜컥 무너져 내리는 충격을 느끼며 얼른 겸손과 애교가 넘치는 대꾸를 했다.
"어머머! 박이사님! 제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요? 벌써 슬럼프에 빠질 것 같아요?"
"됐네! 이 사람아! 그래서 얘긴데 이번엔 해외에 다녀와야겠어."
"네에? 벌써 제가 한류가수로 떴나요?"
감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에게 박이사는 어이가 없다는듯 이렇게 힐책했다.
"하이나 가수! 넌 이제 겨우 방송가를 접수했을 뿐이야! 한류가 되는 게 그리 쉬운 줄 알아? 동방신기나 슈퍼주니어가 하루 아침에 된 게 아니라구! 또 얼마나 투자했는지 알아?"
순간 하이나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얼른 박이사에게 사과를 했다.
"죄송해요! 박이사님!"
"그러니까 내 말은 비즈니스로 제주도에 간단 말야!"
"아아! 알겠습니…"
"대답이 왜 그래? 싫어?"
"아… 아뇨! 이제 겨우 시작인데…"
요즘 멀티 예능인이란 가수라고 해서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고 때로는 예능프로에서 MC로 나서는가 하면 TV 드라마, 영화, 연극에 전천후로 뛰는 것이 대세였던 것이다.
"나랑 동행하니까 딴 걱정말고, 재벌급 황태자니까 즐거운 휴가라고 생각하면 좋을거야!"
그리하여 마침 스케줄이 없는 주말에 하이나는 박이사와 함께 제주도로 날아갔다. 아직 제주도는 초행이라 그녀는 괜히 가슴이 설레었다.
이윽고 황태자가 나타나자 그녀는 깜짝 놀랐다. 황태자는 바로 연예계의 스타 사냥꾼으로 이미 소문난 30대 초반의 남자였던 것이다.
"최근 가요방송에서 인기 정상의 스타 가수라구여? 이거 방가방가해염. ㅋㅋㅋ!"
나이와 외모와 달리 철없는 N세대처럼 인터넷식 말투로 지껄여대는 그가 너무도 황당한듯 박이사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후후! 반갑습니다. 전 M&S엔터테인먼트의 홍보이삽니다.
박이사의 명함을 들여다 본 그가 대꾸했다.
"난 명함을 안 가지고 다닙니다. 양해 바래여!"
"천만에요. 좋습니다. 그럼 전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