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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파동
먹거리 파동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2.09.02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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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재 근전무이사
 기상이변은 사과, 배, 포도, 밀감 등의 재배단지마저 바꿔 버렸다. 올해 들어 가뭄, 폭염, 폭우에다 2차례의 연이은 태풍은 수확직전의 과수단지를 비롯한 농작물 재배지를 강타,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등 전 세계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여파로 최악의 ‘애그플레이션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곡물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일반 물가마저 상승해지는 등 경제 전반이 위협받는 상황을 말한다.

 국제 곡물가격의 급등 원인은 기상이변이다. 미국ㆍ러시아 등 세계 곳곳의 가뭄 탓에 본격화한 애그플레이션은 국내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비상이 걸렸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수입 곡물이 국내 물가에 4~7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해 국내 곡물 가격이 올해 말부터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밀가루는 올해 2분기보다 27.5%, 옥수수가루는 13.9% 급등하고 식물성 유지와 사료도 각각 10.6%, 8.8%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밀가루와 옥수수가루가 자장면, 빵, 국수, 맥주 등 ‘식탁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음식재료라는 점에서 물가 불안 요인이다. 사료 가격은 소고기ㆍ돼지고기 등 육류 가격의 상승을 불러온다. 축산농가의 생산 비용을 높이기 때문이다.

 먹거리 물가가 오르면 서민의 삶은 더 팍팍해진다. 식탁물가의 상승에다 라면, 두유 등 가공식품이 줄줄이 인상된 판에 수입 곡물이 국내 물가에 4~7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더한 물가불안이 우려돼 서민의 물가 고통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 뻔하다. 특히 국제금융센터는 이번 애그플레이션이 2007~2008년, 2010~2011년 당시의 곡물 파동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평가했다. 2007~2008년에는 투기자금 유입, 주요 생산국의 수출 제한, 옥수수로 만드는 바이오 연료인 에탄올 생산 증대 등이 곡물 가격을 끌어올렸지만 곡물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2010~2011년에는 러시아의 가뭄 등으로 세계 곡물 공급량이 3천100만t가량 부족했다. 그런데 올해부터 내년까지 곡물 부족량은 무려 4천만t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에는 투기자금마저 국제 곡물시장에 유입돼 식량 가격을 들썩거렸다. 이 상황이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당하고만 마는 게 우리현실이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011년 기준으로 27%에 불과하다. 쌀(104.6%)을 제외하면 밀(0.8%), 옥수수(0.8%), 콩(8.7%) 등은 그야 말로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어서 정부는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정부는 곡물가격 폭등세가 이어지면 밀과 콩을 무관세로 들여오고, 공공비축 대상 작물을 쌀에서 밀ㆍ콩ㆍ옥수수까지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지만 근본대책은 요원하다. 또 애그플레이션은 식량의 수급 불균형에 기인한 만성적 현상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곡물 부국의 무기화는 갈수록 더하면 더했지 상황의 반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다.

 따라서 농경지 잠식 통제, 유휴농지 활용은 물론, 전 세계에 농업기지를 구축하는 등 글로벌 농업경영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 곡물수입국이다. 식량자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그 만큼 곡물빈국이란 것이다. 정부는 농산물 대체소비와 국제 곡물시장 참여, 해외 식량기지 확보 등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을 새롭게 손질해야 한다. 애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주요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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