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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늑장ㆍ한전 불신이 전력대란 키운다
정부 늑장ㆍ한전 불신이 전력대란 키운다
  • 경남매일
  • 승인 2012.08.08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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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됐던 전력대란이 현실로 닥쳤다. 전력 비상조치로 올들어 수차례 관심 경보가 발령됐지만 주의가 내려진 것은 작년 9ㆍ15 대규모 정전 사태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정전대란으로 수백만 가구의 전기가 끊기고, 119에 구조요청이 수천건이나 빗발치는 등 엄청난 혼란을 겪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불과 1년만에 주의단계 비상조치가 다시 발령돼 가정이나 산업체의 불안감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영상 33도 이상의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고 밤에도 올림픽 경기를 보고 난뒤 에어컨을 끄지 않은 채 잠드는 이상 수요 트렌드까지 나타나 이런 현상이 빚어졌다는 입장이다. 이상기후는 물론 전력의 수요증가와 공급한계로 전력대란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됐는데도 예비전력이 결국 주의 단계에 돌입한 것은 정부와 한전의 대응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는 당초 전력 최대 공급능력은 7천854만KW 정도지만 수요는 관리하지 않으면 7천707만KW에 달해 예비전력이 150만KW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력 경보 `경계`에 해당하는 심각한 상황이 오는 것이다. 예비전력 바닥으로 블랙아웃이 될 경우 피해규모는 11조6천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수급대책을 추진해왔다. 산업계의 여름휴가를 8월 이후로 늦추고, 백화점과 호텔 등 대형건물과 공공기관의 냉방온도를 제한하는 등의 방안이다. 하지만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절전을 통한 수요관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집중휴가가 끝나는 산업체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상가 등의 전력사용은 제어 방안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전력난 해결을 위한 빅카드 중의 하나로 여겨졌던 전기요금 인상도 벌써부터 효과가 반감됐다는 지적이다. 한전이 요구한 두자릿수 인상안을 정부가 반대하면서 질질끌다가 4개월여 만에 4.9% 인상으로 결론났지만 시행시기가 늦어져 실기했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현실화는 불가피했지만 인상폭과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의 불안정한 전력 수급체계가 전기 과다사용과 값싼 요금 때문이며 절전과 전기료 현실화가 최적의 대책이라는 정부와 한전의 주장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원가에 미달하는 값싼 전기요금은 또 다른 누군가가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저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잦은 원자력 및 화력발전소의 고장과 발전정지, 안전사고 등 부실한 공급관리만 철저히 해도 신규 발전소 건설 못지 않은 전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전력 예비율을 높이기 위해 안전성이나 주민여론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와서는 안된다.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 수요관리 뿐만 아니라 한전을 비롯한 공급부문의 역할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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