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이 있으면 뭐 합니까? 전기요금 낼 돈이 없는데…"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연일 계속 되는 가운데 경로당에 모인 노인들의 하소연이다.
예산 지원이나 출향 인사들의 도움을 받아 에어컨을 설치한 경로당이 적지 않지만 월 20만 원에 이르는 전기요금을 낼 형편이 못된다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는 동절기 난방비는 지원하고 있지만 혹서기 `냉방비`는 항목 자체가 없다. 따라서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 시ㆍ군이나 노인회 관계자가 냉방기 가동을 권하고 있지만 경비문제를 감안, 냉방기를 꺼 버리기 일쑤다.
6일 경남도와 노인회 등에 따르면 도내 경로당 7천24곳 가운데 85.9%인 6천31곳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다.
현재 경로당에는 지자체에서 운영비조로 월 8만 원씩 96만 원과 난방비 70만 원을 주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동절기 특별난방비(기름값)로 11월부터 2월까지 매월 30만 원씩 150만 원이 추가로 지급되고 있다.
여름철 `냉방비`는 전혀 없고 월 운영비를 쪼개 써야 할 판에 에어컨을 많이 사용할 경우 전기요금을 감당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창원, 진주, 하동, 밀양, 양산, 창녕, 합천 등 시ㆍ군에서 따로 운영비를 지원하는 곳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8월 한 달 경로당 냉방비 긴급 지원에 나섰지만 금액은 실제 전기요금의 절반에도 못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남도는 지난해 에어컨을 가동했을 경우 한 달에 17만1천 원의 요금을 부담했다는 조사를 토대로 행안부에 11억 원 지원을 요청해 놓았다.
행안부가 8월 한 달 간 냉방비를 지원키로 했지만 금액을 정하지 못한 가운데 한 곳당 3만∼5만 원선, 총 3억5천만 원 지원에 그칠 것이란 정도다.
나머지는 도비나 시ㆍ군비에서 조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데 지자체도 예산사정이 좋지 않아 어려움이 예상된다.
노인회 지회 관계자들은 "경로당에 가보면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요금이 겁나 켜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억지로 켜 드려도 돌아서면 꺼버리고 시원한 정각 등을 찾아나선다"고 밝혔다.
한편 도내 경로당에 설치된 에어컨 가운데 2천438대는 에너지 고효율 제품 설치 의향조사를 거쳐 63억 원을 들여 지난해 설치됐다. 나머지는 노인들이 직접 또는 외부 도움을 받아 설치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이상기후로 폭염의 장기화에 대비, 별도의 냉방비 책정이 요구된다"며 "읍ㆍ면ㆍ동에서 전기요금을 대납하거나 일정금액을 한전으로 지급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