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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자 아닌 친구로서의 부모 역할
권위자 아닌 친구로서의 부모 역할
  • 한상지
  • 승인 2012.07.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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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상 지
라온언어심리치료센터 원장
 아이를 학교에 보내게 되면 부모는 아이보다 더 긴장하고 걱정할 것이다. 우리 아이가 학교라는 곳에 첫 발을 잘 내딛을 수 있을지, 사회로 향해가는 첫 단추를 무사히 잘 끼울 수 있을지, 부모로서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부모가 시작하는 아이를 위해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아이의 전반적 발달단계를 고려한 새학년 스트레스에 대해서 알고 준비를 한다면 새로운 환경에 대한 성공적인 적응과 발달과제의 완수라는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은 유아기, 학령전기 동안의 가정이라는 보호적 환경 속에서 벗어나 학교라는 단체에 적응하게 되는 학령기(7-12세)의 시작으로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학교에 간다는 것은 부모로부터 분리, 부모이외의 새로운 권위자인 선생님과의 만남, 규칙적이고 틀에 짜인 교실에서 공부해야 하는 환경 변화, 그리고 부모, 형제들로부터 벗어나 혼자 힘으로 친구, 동료와 사귀고 부모로부터 독립을 연습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1학년 적응과정에서 흔하게 겪는 스트레스는 엄마와의 분리불안, 규칙적인 수업시간과 학습 환경에 적응, 친구관계 문제이다.
 흔히 `등교 거부 증훈군`이라고 불리는 학교 거부는 복통, 두통 등의 신체증상, 울음 짜증 등의 반응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가장 중요한 원인은 `엄마와의 분리불안`이다. 입학 전에 엄마의 지나친 걱정이 학교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만들었거나 엄마와의 안정적 애착 부재, 아이의 불안하고 예민한 특성 등이 영향을 주게 된다. 엄마의 안심과 아이에 대한 믿음, 학교는 즐거운 곳이라는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엄마의 안심과 아이에 대한 믿음, 학교는 즐거운 곳이라는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친구와 함께 방학동안 학교 운동장, 놀이터에서 뛰어놀게 하거나 교실을 둘러보게 하여 `이렇게 멋진 운동장과 교실에 다니게 된다`는 느낌을 통해 학교에 대한 친밀감과 긍정적 생각, 멋진 학교의 학생이라는 자부심을 느껴보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수업과 통제된 교실은 `산만한 아이`의 특성을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한다. 자유로운 유치원 환경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던 아이들도 초등학교 입학 후 산만한 행동으로 선생님께 지적받고 혼나고 학교생활이 힘들어지기도 한다. 이들 중에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낯선 환경에 대해서 불안이 높아진 아이, 학습관련 자극을 제대로 처리 못하는 학습장애나 난독증, 드물게 경계선 지능의 아이들이 있다. 평소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 산만한 아이라면 부모가 아이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고 반응해줘 아이가 줄거리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육하원칙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표현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 자기 이야기에 집중해주는 부모의 반응은 아이에게 좋은 본보기가 돼 선생님과 친구의 말에 조금이라도 집중하려고 노력하게 할 것이다. 학습에 있어 특히 산만함을 보인다면 아이가 이해하고 집중할 정도로 난이도와 학습 양을 조절해주고 잘 수행할 경우 칭찬을 해준다. 성취감은 학습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여 집중시간을 조금씩 향상 시켜 줄 것이다.
 그동안 부모 형제와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해 왔다면 친구 걱정은 덜어도 될 것이다. 그러나 간혹 지나친 과잉보호나 강압적인 환경에서 생활한 아이들은 양보심, 협동심, 자기주장 등이 연습되지 않아 친구관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자기중심적인 아이라면 타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정말 슬프겠구나`, `네가 그러니까 엄마 마음이 아프다` 등으로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엄마의 감정을 표현해주는 대화를 통해서 아이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반면 내성적이거나 소극적인 아이, 자기주장을 못하는 아이의 경우, 다그치거나 강요하지 않고 경청해주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부모가 자신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경청해주는 경험은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큰 힘이 되므로 아주 사소한 아이의 표현도 중요하게 들어주고 긍정해주도록 한다. 부모의 눈높이에 맞지 않더라도 아이 입장에서 이해해주고 기다려준다면 천천히 자기표현을 할 것이며 이런 경험은 또래관계에서 조용하지만 위축되지 않은 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보다 건강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해선 부모의 걱정이나 조급함으로 아이를 다그치거나 비판하기보다 믿음과 격려, 칭찬으로 자신감을 심어주도록 해야 한다. 아이에게 믿음과 사랑을 확인시켜줘 아이 스스로 새로운 환경이나 적응과정의 시행착오에 대해서 당당히 마주할 힘을 만들어 줘야 한다. 더불어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갖도록 하자. 그동안의 권위자-보호자로서의 부모가 아니라 친구-신뢰하고 존경하는 보호자로서의 부모가 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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