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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청소년의 삶 바꾼 러브레터
비행청소년의 삶 바꾼 러브레터
  • 박성렬
  • 승인 2012.07.09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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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성 렬제2사회부 국장대우
 교도소에 복역 중인 비행청소년의 새 삶을 찾게 해준 한 여경의 편지가 메마른 일상, 우리들의 가슴을 촉촉이 적시며 감동을 주고 있다.

 천사 같은 고운 마음씨로 진심을 담아 죄수자 K군에게 편지를 보낸 주인공은 남해경찰서 김은지(30) 경장이다.

 이들의 인연은 김 수사관이 첫 발령을 받은 남해경찰서 중앙파출소(당시 중앙지구대)에서 시작됐다.

 첫 출근날 절도로 잡혀온 당시 중학생이던 K군을 보고 동생 같은 마음이 들어 얘기를 나눴다는 김 수사관.

 “이야기를 잠시 나눴는데 본심은 정말 착한 학생이었어요. 단지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이 부족해 탈선의 길에 들어선 거였어요.” 김 수사관의 말처럼 당시 K군은 맞벌이 하는 부모의 관심에서 벗어나 문제 학생들과 쉽게 어울려 다녔고 그 뒤로도 수시로 지구대를 드나들던 비행청소년이었다.

 그 후 둘의 인연은 전문 프로파일러가 꿈인 김 수사관이 남해서 수사과 지능팀으로 발령이 나면서 인연이 끊기는 듯 했지만, K군이 지난해 5월 인터넷을 통해 100여 명을 대상으로 사기를 벌이면서 이를 담당 수사하게 된 김 수사관과 다시 만나게 된다.

 수사 끝에 K군은 덜미를 잡히고 끝내 붙잡혀 교도소에 수감됐다. 단지 맡은 바 경찰의 임무를 다한 것뿐이지만 한 어린 학생의 인생에 있어 지울 수 없는 빨간줄을 그었다는 책임감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던 김 수사관은 K군이 김천교도소에 이감된 후 친누나처럼 따뜻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처음 보낸 편지는 답장은 깜깜무소식이고 K군은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았어요. 한참 후에야 제 마음이 전해졌는지 답장이 왔어요.”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른 K군의 마음은 말 그대로 굳게 잠겨 있었다. 하지만 진심은 통한다는 말처럼 김 수사관의 진심이 K군의 마음의 문을 열었고 지금까지 둘은 5통의 편지를 주고 받으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받은 편지에는 K군이 복역 중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담겨 있었다. 취득과정, 성취감, 희망, 자신감에 행복해하는 내용이 4장의 편지지에 빼곡이 담겨 있었다.

 김 수사관은 이 편지를 받고 자신이 경찰 시험에 합격했을 때 보다 더 기뻤다고 한다.

 “사회에 나가면 정직하게 돈 많이 벌어서 부모님에게 선물도 해드리고 행복하게 살거예요. 행동으로 꼭 보여드릴게요. 지켜봐주세요.” K군의 편지 속 이 말처럼 한때 멋모르고 탈선을 일삼고, 심지어 사기행각까지 벌여 수감되기까지한 한 십대 청소년의 삶이 김 수사관의 진심어린 관심과 사랑으로 변할 수 있었다.

 프로파일러를 동경해 새롭게 자신의 길을 경찰로 돌린 김 수사관. 아이들에서 어른, 남녀노소 평범한 시민들 누구나가 어려워하지 않고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딸, 며느리, 누나 같은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그녀.

 지금 자신의 직업이 너무 만족스럽다는 그녀는 “출소 후 K군이 범죄자라는 사회적 편견과 배제로 인해 상처받고 또다시 나쁜 길로 가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작은 힘이지만 K군에게 언제든지 의지하고 힘이 될 수 있는 누나가 돼 주겠다”며 “우리 청소년들이 K군처럼 범죄에 노출되고 나쁜길로 빠지지 않도록 사회의 관심과 사랑, 배려가 필요하다”는 당부를 전했다.

 한편 K군은 교도소 생활에 있어 모범과 솔범수범, 근면 성실함이 인정돼 오는 8월 8ㆍ15 특사로 출소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마도 그때 이 둘의 특별한 만남, 인연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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