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되지 않는 법… 사회선택이론이 열쇠
납득되지 않는 법… 사회선택이론이 열쇠
  • 경남매일
  • 승인 2012.07.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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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되지 않는 법… 사회선택이론이 열쇠

레오 카츠 지음
`법은 왜 부조리한가`
와이즈베리/1만5천원

 징역 10년 형을 받은 죄수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감방에서 지낼 날들이 막막했던 그는 판사에게 제안한다. "제가 고문을 받을 테니 형기를 줄여주세요." `타인에 의해 신체가 고통받지 않을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신체 자유의 권리` 일부를 달라는 일종의 거래다.

 형 집행 당국에는 솔깃한 제안이다. 형벌을 단기간에 집행함으로써 죄수로 넘쳐나는 교도소에 자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률 원칙 중 `볼렌티 논 피트 인유리아(Volenti non fit iniuria)`, 즉 승낙한 행위는 위법이 되지 않는다는 사항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실제 법은 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레오 카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 교수는 저서 `법은 왜 부조리한가`(와이즈베리 펴냄)에서 평소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법 현상의 이유를 밝힌다.

 법이 왜 장기매매나 대리모 계약과 같은 누구에게도 피해가 없어 보이는 거래를 금지할까. 왜 좀도둑은 처벌하면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지 않은 수영선수는 그대로 둘까. 대규모 탈세를 가능하게 하는 법 조항의 허점을 메우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논리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저자가 찾은 열쇠는 사회선택이론(Theory of Social Choice)이다.

 유권자의 투표 행위를 연구하면서 발전한 이 이론은 셋 이상의 후보군 중 둘을 떼서 선호를 결정할 때 일어나는 모순을 수학적ㆍ논리적으로 규명한다.

 수학, 통계학을 비롯해 경제학, 사회학을 아우르는 복잡한 이론을 따라가야 하기에 그리 만만하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환자의 치료 순위의 딜레마에 빠진 응급실 의사의 사례를 빗댄 저자의 `응급 순위 순환론`이나 식당에서의 메뉴 선택, 흥미로운 문학작품에서 따온 풍부한 사례는 독자가 논리의 흐름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 왜 이들의 상식에 어긋나는지 설명한 치밀한 논리를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법의 부조리에 대한 막연한 답답함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금태섭 감수. 이주만 옮김. 336쪽. 1만5천원.



피그말리온의 조각상은 행복했을까

구병모 지음
`피그말리온 아이들`
창비/9천500원

 "우리는 날마다 아침 조회 때 들어요. 너희는 너희 부모와 다르다. 너희는 너희 그 자체다. 가난도 범죄도 대물림도 끊고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중략) 아무것도 잡을 것 없고, 아무 데도 기댈 데 없던 아이들이 아침마다 부드러운 어조로 이런 이야기를 몇 년이나 듣게 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마법 주문처럼 들리지 않겠는지 말이에요."(94쪽)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하여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로젠탈 효과(피그말리온 효과)에서 이름을 딴 로젠탈 스쿨. 외딴 섬 낙인도에 있는 대안학교인 이곳은 설립 의도, 교육 방침, 교육 과정, 재학생 면면, 졸업생 진로 등 모든 것이 비공개다.

 16년간 외부 취재를 일절 거절해온 이곳에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PD인 `마`가 취재를 시도한다.

 `위저드 베이커리` `방주로 오세요` 등 청소년 소설을 써온 구병모 작가의 신작 소설 `피그말리온 아이들(창비 펴냄)`은 베일에 싸여있던 로젠탈 스쿨의 실체가 마에 의해 드러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고 있다.

 실체를 밝히려는 마와 이를 막으려는 학교 측이 맞서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주는 이 소설은 가상의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일반 학교들의 교육 방식 전반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

 "세상의 수많은 갈라테이아들은 오늘도 부모 또는 교사 또는 이 세상 모두일지 모르는 자기들의 피그말리온에게 말하고 싶다. 나는 당신 소유가 아니고 당신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247쪽 `작가의 말` 중) 248쪽. 9천500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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