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 조증윤
  • 승인 2012.06.0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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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증 윤 극단 번작이 연출가

조 증 윤
극단 번작이 연출가

 봄 처녀가 떠난 지 벌써 오래다. 피어냄과 생동감의 마법으로 오묘하고 신기한 수백 수천 가지의 색색으로 피어내던 꽃잎들이 져버렸다. 노래가사처럼 봄 처녀가 떠난 자리에 새 풀 옷이 그 자리를 차지했으니 세상은 온통 초록투성이다.
 하지만 화훼기술의 발달로 굳이 봄이 아니라도 꽃구경은 쉽게 할 수 있다. 내가 있는 소극장에도 공연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꽃들이 만발한다. 주로 지역배우들의 지인들이 공연을 축하하기위해 가져온 꽃다발 때문이다. 꽃을 든 모습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꽃다발(부케 Bouq
uet)의 기원을 보면 기원전 600년 전부터 있었다한다. 처음에는 풍요로움과 다산을 상징하는 곡물 다발이었는데 차차 들꽃향기가 나쁜 악령이나 질병으로부터 신부를 보호한다고 믿어져 꽃다발로 바뀌었다고 한다. 신랑이 직접 들에서 꺾은 꽃으로 신부에게 선사할 꽃다발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부케(Bouquet)의 기원이고 신부는 감사와 답례의 표시로 그 중 한 송이를 신랑에게 줬는데 이것이 신랑의 가슴에 다는 부토니아(boutnniere)의 유래가 됐다고 한다.
 꽃에 대한 우리의 이야기는 더욱 애틋하다. 신라의 향가 `헌화가(獻花歌)`를 보면 그 애틋함이 잘 드러난다.
 신라 33대 성덕왕때 순정공이란 이가 강릉태수로 부임하기 위해 일행을 거느리고 동해의 바닷길을 가고 있었다. 도중에 때가 되어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높이가 천 길이나 되는 돌로 된 산 위에 아름다운 철쭉 꽃이 눈부시게 활짝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수로부인이 그것을 보고 `누가 저 꽃을 꺾어다 줄 사람이 없을까?`하고 물었다. 모두가 말하기를, 그곳은 사람의 발길이 미칠 수가 없는 곳이라 해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 이때 마침 한 노인이 암소를 끌고 지나가다가 부인의 말을 엿듣고는 천길 석벽 위로 올라가 부인이 바라던 그 꽃을 꺾어 와서는 노래까지 지어 꽃과 함께 부인에게 바쳤다.
 `붉은 바윗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 하신다면/ 저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꽃은 예나 지금이나, 서양이나 동양이나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하는 것이라는 점, 또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읽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공연장에서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출입을 할 수 없다. 이유는 꽃 자체로도 예쁜데 더욱 예쁘게 보이려고 장식한 포장지의 바스락 소리에 공연 분위기를 해칠 수 있고, 간혹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관객에게 재체기를 유발할 수 있기도 해서 음식물과 함께 꽃다발은 반입이 금지된다. 그래서 꽃을 든 사람에게서 꽃을 빼앗는 심정과 꽃을 뺏기지 않으려는 심정 때문에 종종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형편이 넉넉지 않은 극단 사람에게는 꽃다발이 그리 달갑지 않다. 먹지도 못할뿐더러 그 꽃의 생명력이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천덕꾸러기가 돼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모습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꽃다발보다 케익이나 마실 음료를 선물해주는 분들이 많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꽃이나 케익이나 둘 다 소모성으로 너무 쉽게 사라져버려 주신 분에 대한 고마움의 기억이 오래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뭐가 좋을까?`라고 묻는 지인들에게 나는 아예 대놓고 키울 수 있는 작은 화분으로 선물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렇게 선물 받은 화분들이 아직도 공연장 입구에서 예쁜 마음의 꽃을 피운다. 그래서 공연장은 언제나 봄날풍경이다.
 먹을 수 없고 그것이 비록 돈다발로 변할 수는 없지만 안치환이 목이 터져라 외치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라는 말에 나는 절대 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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