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 인생을 꿈꾸다
해피엔딩 인생을 꿈꾸다
  • 조증윤
  • 승인 2012.05.29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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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증 윤극단 번작이 연출가
 `연극은 배고프다`라는 말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능력이 출중해 배부른 사람도 제법 있는 것이 요즘 연극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같이 재주 없는 사람은 여전히 배고프다.

 연극은 두 남녀가 무대를 가로질러 가는 것에서 시작된다. 두 남녀의 등장에서 상황이 만들어지면 갈등과 위기가 다가오고 반전을 통해 한 편의 연극은 끝을 맺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한때 종횡무진 연극무대를 누비던 후배가 어느 날 무대를 떠났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에 제법 예쁘고 연기도 제법 잘하는 여배우가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 딱히 먹고 살 걱정을 해결해 줄 방법이 없는 나로서는 보내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감감 무소식이던 그녀는 3년이 지나서야 우리들 앞에 갑자기 나타나 직접 구웠다며 갓 구운 빵들을 한가득 무대 위에 펼쳐 놓았다. 실력 없는 연출가의 성화에 굶주린 배를 참으며 고래고래 대사를 외치던 우리들의 허기는 마치 제과점 쇼 케이스를 통째로 들고 온 것처럼 다양한 종류의 빵들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동안 잘 지냈느냐?` `여전하시네요!`라는 짧은 안부가 끝나고 그녀가 내뱉은 말은 `저, 결혼합니다`였다.

 배고픈 무대를 떠나 절대 배 안고픈 파티시에가돼 나타나서는 절대 배를 안 굶길 것 같은 파티시엘과 사랑을 하게 됐다는 애기를 대충 들려줬다. 그리고 3년만의 갑자기 출연(?)한 목적이 드러났다. 다짜고짜 청첩장에 두 사람의 사랑을 제대로 전달해 줄 괜찮은 내용의 문구를 꼭 써달라는 부탁을 하고는 갓 구운 빵처럼 폭신한 걸음으로 그녀는 사라져 갔다.

 그녀와 함께했던 연극 `우리읍내<원제: OUR TOWN/쏜튼 와일더 作/1936년 초연>`의 결혼장면의 대사를 청첩장에 넣을까 생각했다가 주인공 에밀리의 짧은 행복으로 끝나는 장면이 염려스러워 인용하지 못했다. 결국에는 그녀가 잘 아는 전도연 박신양 주연의 영화 `약속`의 원제(原題)였던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의 주옥같은 운명적 사랑의 대사를 인용할까 생각하다 그 작품도 결말이 행복하지 않아 주저주저 망설이기만 했다.

 그러고 보면 애틋한 사랑이야기는 비극적 결말이 대다수다. 우리가 아는 사랑의 대표적 희곡인 로미오와 줄리엣도 비극적이지 않던가. 이때까지 사랑의 끝은 이별 아니면 결혼이다. 이별은 당연히 새드엔딩이지만 결혼은 새드엔딩인지 해피엔딩인지에 대한 분간이 모호하다. "아이구! 내가 못살아"라는 말을 달고 살다가도 행복해 죽겠다라는 모습들을 보면 해피도 새드도 아닌 애매한 결말인 것 같기도 하다.

 유쾌한 엔딩의 사랑도 있다. 헐리우드 영화의 사랑엔딩 방법이 그것인데 한참을 두드려 부수고 죽이다가 온갖 고난을 헤치고 마지막에 살아남은 두 남녀가 마치 운명적 사랑이기라도 한 듯 진한 키스장면으로 해피하게 끝을 맺기도 하지만 그것이 순수한 사랑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결국 공연일정은 다가오고 청첩장의 원고 마감도 다가왔다. 허겁지겁 먹어버린 빵은 이미 단원들이 모두 소화시켜 버린지 오래고, 머릿속은 복잡할 대로 복잡해져 어떠한 한 줄의 문장도 떠오르지 않다가 번쩍 머리를 스쳐 간 생각이 `연극은 배고프다`라는 현실에서 그녀가 가져다 준 빵을 떠올리며 문장을 써내려가니 그녀의 흡족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마음에 든다며 함박웃음으로 그녀의 웃음이 기억에서 사라질 즈음 우리들에게도 청첩장이 도착했다. 물론 갓 구운 많은 빵과 함께 말이다.

 `그와 그녀는 파티쉐입니다.

 그는 단팥빵을 좋아합니다.

 그녀는 크림빵을 좋아합니다.

 두 사람은 하나가 되기 위해 단팥크림빵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잘 먹고 잘 사는 연극 `단팥크림빵`의 1막 1장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그녀는 아마 잘 먹고 잘 살 것이다. 두 사람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연극 `단팥크림빵`의 결말은 `알콩달콩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라는 해피엔딩으로 미리 짜두었기 때문이다.

 인생은 연극이다. 우리 모두의 연극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란다. 그리하여 웃을 일이 많아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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