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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6천여개 `개미 군단` 설 자리가 없다
중소기업 6천여개 `개미 군단` 설 자리가 없다
  • 오성택
  • 승인 2012.04.09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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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산업 인프라ㆍ인력난ㆍ부지난 3중고 겪어
▲ 김해시는 심각한 부지난을 겪고 있는 김해안동공단을 시외곽으로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견기업, 땅값 싸고 지원 많은 곳 찾아 `탈 김해`

 김해는 2010년 말 인구 50만 명을 돌파하면서 경남의 핵심도시로 급부상했다. 이처럼 김해가 짧은 시간 안에 경남의 중추도시로 성장한 이면에는 6천여 개에 달하는 중소기업의 힘이 컸다.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부산과 창원 등 인근 대도시에서 이주해온 업체들로 지난해 말 기준 김해시에 등록된 업체 수만 6천491개로 집계됐으며 근로자수는 무려 8만여 명에 달한다. 김해시는 1980년대 후반부터 부산과 창원 등 인근지역으로부터 적극적으로 기업을 유치했다. 부산과 창원 등 대도시들이 재개발사업을 빌미로 도심에 산재해 있던 중소기업의 역외이전을 추진하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가를 내세워 영세 제조업체들을 무더기로 끌어들였던 것이다. 가시적인 성장 결과물이 필요했던 선출직 시장의 표풀리즘 시책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이때만 해도 김해시는 산업단지 조성과 같은 기업유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이들 기업체들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무분별한 난개발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공장 진입로와 같은 도로망 부족과 부지난 등 산업 인프라 미비로 성장의 한계점을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특히 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마을과 들판도 모자라 산중턱까지 공장이 들어섰으나, 이들 기업체를 연결하는 대중교통망은 턱없이 부족해 구직자들이 취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김해지역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하는 바람에 중소기업들의 부지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해시가 중소기업을 유치할 때 값싼 공장부지가 가장 매력적이었으나, 최근 도시가 양적으로 급팽창하면서 부동산 가격도 동반 상승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메리트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림면에서 대형 플랜트구조물을 제작하는 (주)삼진HIC 권영우 대표는 "부산보다 땅값이 싸다는 것 하나만 보고 김해로 들어왔는데, 이젠 공장을 확장하려고 해도 땅값이 너무 올라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려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김해시가 파격적인 세제 지원과 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규모가 있는 중견기업들은 오히려 경영여건이 나은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며 김해를 떠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을 의식이라도 한 듯 각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중소기업 유치에 뛰어들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부산시의 기업유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1980년대 이후 도심재개발로 부산을 속속 떠났던 중소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세제지원과 같은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 김해시 주촌면 농소리 일원 150만 2천㎡에 들어서는 김해일반산업단지 조감도.
 실제로 김해시 주촌면에서 선박용 특수강관을 제조하는 (주)강림CSP는 지난해 부산 강서구 화전산업단지에 대규모공장을 신축하고 올 연말 이전할 계획이다. 또 산업용 중장비 타이어를 생산하는 (주)넥센도 인근 창녕군에 대규모 공단을 조성하고 이전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덩치가 큰 기업들이 김해를 빠져나갈 경우 당장 김해지역 고용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구직자와 구인업체간 심각한 `미스매치`로 인력난을 호소하는 중소업체들의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2만여 명에 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따라 대거 이동할 것으로 보여 지역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열악한 산업인프라에다 부지난과 인력난 등 3중고에 시달리는 김해지역 중소업체들이 대거 빠져나갈 경우 김해시 인구도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 인구 50만을 넘어 거대도시로 성장하려는 김해시의 중장기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김해시가 늦게나마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에 나서는 등 중소기업 역외 유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해시는 2007년부터 주촌면 농소리 일원 150만2천㎡에 김해Golden Root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비롯, 서김해일반산업단지와 대동첨단산업단지 등의 조성에 나섰다.
 또 김해상공회의소도 진영주호일반산업단지 조성 등 뒤늦게 부족한 산업단지 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김해지역 중소업체들의 부지난 해소에는 역부족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산업단지 조성으로 난개발도 막고 중소기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기업인들은 현재 김해시가 조성하고 있는 산업단지가 턱없이 부족하고 세제지원과 같은 실질적인 혜택이 뒷받침돼야 그나마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해시 화목동에서 철강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주진원(47) 씨는 "산업단지가 조성되어도 입주할 수 있는 기업은 한정돼 있다"며 "자금부족에 시달리는 영세업체들은 입주를 하고 싶어도 그림의 떡"이라고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올해 총선과 대선 등 `선거의 해`를 맞아 정치권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과 `공존`을 부르짖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은 다만 선거 종료와 함께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할 뿐이다.

편집 최하나 기자

<오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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