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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으로는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
돈만으로는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
  • 곽숙철
  • 승인 2012.04.01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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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 숙 철 CnE 혁신연구소장

곽 숙 철
CnE 혁신연구소장

 스웨덴의 경제학자 두 명이 고텐부르크의 지역혈액센터를 방문해서 혈액기증에 관심이 있는 여성 153명을 모았다. 그리고 동기 연구자들 사이에서 관행으로 굳어진 방법에 따라 그들을 세 그룹으로 나눴다.
 실험자들은 첫 번째 그룹에게 혈액기증은 자발적이기 때문에 혈액을 기증하더라도 아무런 보상이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 그룹에게는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혈액을 제공하면 각자 50스웨덴 크로노르(약 7달러)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세 번째 그룹은 두 번째 그룹에서 다시 변형된 제안을 받았다. 그들은 50스웨덴 크로노르를 받게 되며, 받은 돈을 소아암 자선기금에 기증할지의 여부를 즉각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첫 번째 그룹의 여성 중 52%가 혈액을 기증했다. 아무런 보상이 없는데도 동족인 스웨덴인을 위해 기꺼이 선행을 베풀려는 착한 시민들이었다.
 두 번째 그룹은 어떠했을까? 통상적인 동기 이론에 따르면 이 그룹에게 기증할 동기가 어느 정도 많다고 추정했을 것이다. 그들이 혈액센터를 찾아왔다는 것만으로도 내재 동기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여기에 돈까지 받으면 동기가 한층 불타오를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이 그룹 중에서 30%만이 혈액기증 의사를 밝혔다.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후에 혈액기증자의 수가 늘어나기는커녕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한편 돈을 받되 바로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 세 번째 그룹은 첫 번째 그룹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53%가 기증을 했다.
 사람들은 자기가 한 일에 걸맞은 보상을 받을 때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가운데 하나가 남에게 인정받는 것이며, 보상이야말로 가장 적극적인 인정의 형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상에는 여러 가지 비합리적인 요소가 많다. 따라서 보상을 할 때에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많이 준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다. 흔히 돈을 많이 주면 직원들이 더 행복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착각이다. 고소득자 대열에 들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 막상 그만큼 돈을 벌면 처음에 기대했던 성취감을 전혀 느낄 수 없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조사에 의하면 평균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은 초기에는 대체로 만족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만족도는 떨어지고 긴장감이 높아진다고 한다.
 둘째, 공정하지 못한 보상은 조직 내에 위화감을 조성한다. 경우에 따라 보상 내용을 비밀로 해야 할 때도 있지만, 그 기준만큼은 명확히 공개하여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없애야 한다. 보상 시스템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목적이 무엇이며,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얼마나 보상하는지에 대해 직원들은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어느 조직이든 `절차의 정의와 분배의 정의`를 갖춘 보상 시스템을 바란다. 이것이 갖춰지지 않으면 편애와 기회주의, 차별이 난무하기 십상이다.
 셋째, 보상을 하다 보면 때로 처음 의도와 반대되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한 예로 사소한 행동에도 보상할 경우 직원들은 `당신은 평소 이 일을 꺼리는 편이지만, 회사를 위해 해준다면 우리도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겠다` 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보상의 목적은 직원들의 의욕을 높이는 데 있지만 이런 식의 보상은 오히려 의욕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판매 수수료나 성과급과 같은 실적 위주의 보상도 일상화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직원들이 업무에 대한 흥미를 잃고 오로지 돈이 되는 일만 골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상에 있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인센티브와 같은 외적 보상도 필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일 그 자체에서 오는 내적 보상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고, 그 일을 할 때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으며, 그 일을 할 만한 기술과 지식을 갖추고, 실제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때 열정적으로 일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내적 보상이다.
 이러한 내적 보상의 중요성은 21세기에 들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기업이 직원들에게 순종만을 요구하던 시대에는 외적 보상만으로도 직원들을 움직일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러한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돈으로 직원들의 노력을 좀 더 끌어낼 수 있을지언정 그들의 열정과 창의성은 결코 꺼낼 수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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