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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함께 찾아온 ‘춘곤증’
봄과 함께 찾아온 ‘춘곤증’
  • 허정원
  • 승인 2012.03.21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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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정 원 자미원한의원 원장
 직장인 정은영(30) 씨는 최근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사무실 자리에만 앉으면 졸려서 고민이다. 오늘도 몽롱한 상태로 꾸벅꾸벅 졸다가 정시에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늦어졌다. 분명히 어젯밤에도 일찍 잤다고 생각하는데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으면 저절로 눈이 감겨 괜히 커피만 계속 마시게 된다. 커피를 많이 마시니 밤에는 오히려 잠도 설치고 그 다음날 더 헤매는 악순환이 반복돼 괜스레 만사가 피곤하고 귀찮다.

 남쪽에서는 매화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로 매섭던 추위가 한풀 꺾였다. 봄이 오면서 꽃과 봄바람을 얻었지만 괜스레 졸려오는 ‘춘곤증’이라는 불청객까지 함께 찾아왔다. 잠이 쏟아지면서 정신이 몽롱해지고 소화불량을 나타내는 증상을 ‘춘곤증’이라고 부른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해가 길어지면서 겨울보다 활동량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인체 내부에서 혈류량과 호르몬의 변화에 몸이 재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춘곤증이 나타나는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졸음은 단순히 현재하고 있는 활동에 흥미와 관심의 결여로 인해서 나타나기도 하지만 심한 체력저하나 스트레스 등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3월은 만물이 소생할 뿐만 아니라 시기적으로 주변의 환경이 많이 바뀌는 시점이다. 학생들은 방학이 끝난 후, 학교나 학년이 바뀔 것이고 직장인들에게도 전년도를 정리하고 올해 업무를 워밍업하던 1, 2월이 지나 본격적으로 올해의 실적을 올리기 시작하는 시기가 3월이기도 하다. 이에 스트레스가 점점 가중되고 예민해지면서 체력이 떨어지면 춘곤증이 나타날 수 있다.

 춘곤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과식이나 무리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과식을 해서 위장으로 혈액이 몰리게 하거나, 격한 운동을 함으로써 근육으로 혈액이 많이 몰리게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머리로 향하는 혈류를 줄어들게 만들어 두뇌 활동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또한 옛말에 “땅과 붙어 있는 내 몸의 면적이 넓어질수록 집중은 안 되고 눈꺼풀은 무거워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서 있는 자세보다 앉아 있는 자세에서 무언가를 하면 금방 졸릴 수 있다는 소리다. 근무 시 너무 똑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있으면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원인이 되므로 수시로 사무실 복도를 왔다갔다 걸어보는 것도 졸음을 깨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졸음은 눈 자체에 충분한 영양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눈이 피로해서 나타나는 증상일 수도 있다. 이때는 안구운동을 하거나 눈을 감은 채 세손가락으로 넓게 안구를 지긋이 눌러주거나 눈 주변 혈자리를 지압해 혈액 순환을 자극시키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뒷목의 근육이 심하게 경직돼 있거나 경결점이 생겼을 때 눈에 심한 피로나 충혈감이 생기는 경우가 있으므로 뒷목의 근육을 손으로 주물러 주는 것도 잠을 깰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수면시간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하품을 하거나 졸음이 쏟아진다면 수면의 질을 한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수면 중에 심한 뒤척거림으로 신체 움직임의 빈도가 잦았었거나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과다수면, 기면증과 같은 수면장애로 인해 수면을 통한 충분한 정신적, 육체적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 낮 시간에 졸림이나 컨디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춘곤증은 과다한 카페인 섭취보다는 스트레칭이나 주변의 환기로 공기를 전환시켜줌으로써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이 밖에 점심시간 같이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 15분 내외의 토막잠을 자는 것도 춘곤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머리까지 혈액을 올릴 수 있는 힘이 부족한 경우에도 쉽게 졸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적절한 한약 처방으로 기운이 머리끝까지 통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만약 주위에서 기면증을 의심할 정도로 졸린 증상이 심하다 싶을 때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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