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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다
위기는 기회다
  • 곽숙철
  • 승인 2012.03.18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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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 숙 철CnE 혁신연구소장
곽 숙 철
CnE 혁신연구소장

 표지 제작에 사용되는 특수 스텐실 기계를 놓고 경쟁하는 두 기업이 있었다. `사장 상황` 때문에 두 기업 중 더 큰 기업이 판매사원의 출장비를 삭감했다. 그 결과, 판매팀이 현재 고객과 신규 고객을 방문할 수 있는 횟수가 크게 감소했다.
 두 기업 중 작은 기업의 CEO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지금이 기회임을 감지하고 대대적인 마케팅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판매팀을 만나 상대 경쟁회사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상품을 판매할 경우 수수료를 올려주겠다고 제안했다. 또한 판매사원이 신규 고객을 영입해올 때마다 보너스를 지급했다. 그리고 사원 한 명을 채용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판매사원과 약속을 잡는 일을 전담시켰다.
 작은 기업은 가능한 모든 고객을 접촉하면서 자신들이 고객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있으며 상대 경쟁기업이 판매한 기계까지도 수리해주고 있음을 알렸다. 더불어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보증 방침을 채택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 판매팀을 독려했다.
 "우리의 시장점유율은 100%가 아닙니다. 따낼 일이 아직도 있습니다. 가서 잡아 오세요."
 이후의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작은 기업의 CEO는 직원들에게 말했다.
 "만약 우리의 경쟁기업이 우리처럼 했다면, 우리는 망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분명 큰 피해를 입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돈이 있고, 고객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위기를 바라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위기는 닥치게 마련이다. 화재로 공장이 불타고 네트워크가 마비되고 경기가 곤두박질쳐 매출이 감소하고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장기간의 파업으로 파산의 위기에 몰리는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이를 극복하고 도약의 기회로 삼느냐 하는 것이다. 오늘날 성공한 기업치고 큰 위기를 한두 번 이상 겪지 않은 기업은 없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이러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해 오늘날의 성공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어떻게 위기에 대처할 것인가?
 중요한 것은 평소 경영자를 비롯한 조직구성원 모두가 위기의식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위기는 이상한 일이 아니라 일상적인 일이라는 생각으로 대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세계적인 변화관리 전문가 존 코터와 댄 코헨은 이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오랜 기간 고요함을 즐기면서 자만심에 빠져 있다가 가끔씩 깨어나 급하게 무엇인가 해보려는 20세기형 기업 운영 방식은 이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외부 환경의 변화 속도가 계속 빨라지는 상황에서, 성공적인 21세기형 기업이라면 위기의식을 항상 평균 이상으로 높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조직 내에 위기의식을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리더들의 행동이다. 리더의 행동은 상징성을 가지며, 이를 통해 조직구성원들은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 된다.
 특히 최고경영자와 경영층의 행동이 조직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리더들이 말로는 위기라고 하면서 실제로 거기에 걸맞은 행동을 하지 않으면 조직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다. 리더들의 결연한 의지와 행동, 그리고 그에 따르는 확연한 조치들이 있을 때 구성원들은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다. 열정도 전염되지만 위기감도 전염된다는 것을 리더들은 늘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위기감을 전달할 때는 논리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인간의 행동에는 이성과 감성이 결합해 영향을 미치며, 이성은 오직 적절한 감정 상태가 존재하면서 지원을 해줄 때에만 제대로 기능을 한다.
 따라서 공식적인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보고서 작성 및 프레젠테이션과 같이 사고를 바꿈으로 행동을 바꾸려 하지 말고, 대신에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예를 들어 구성원들에게 자신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 불량의 심각성을 깨우치게 하려고 불량률 데이터를 설명하는 것보다는 불량품으로 인해 성난 고객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인류의 역사가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면, 기업의 역사는 곧 `위기와 대응`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기업들 가운데 왜 어떤 기업은 침체해 있거나 사라져버렸고, 어떤 기업은 오랜 세월 존속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그 답은 바로 위기에 대한 대응 방식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위기에 잘 대응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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