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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과 스토커 사이… `사생팬` 논란
팬과 스토커 사이… `사생팬` 논란
  • 경남매일
  • 승인 2012.03.1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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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의 친밀감 표현"… "사생활 보장받아야"
▲  스타를 향한 팬의 관심이 `애정` 수준을 넘어 집착으로 번질 경우 팬은 스타의 가장 강력한 `적`이 되기도 한다. 최근 불거진 그룹 JYJ의 `사생팬(사생활까지 쫓는 극성팬)` 폭행 논란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은 그룹 JYJ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소한 것까지 기사화 하는 언론 과잉 경쟁도 문제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스타들에게 팬이란 없어서는 안 될 `불가분의 존재`다.

 하지만 스타를 향한 팬의 관심이 `애정` 수준을 넘어 집착으로 번질 경우 팬은 스타의 가장 강력한 `적`이 되기도 한다. 최근 불거진 그룹 JYJ의 `사생팬(사생활까지 쫓는 극성팬)` 폭행 논란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팬인가, 스토커인가. 사생팬 논란을 들여다봤다.

 ◇도청ㆍ미행에 무단 침입까지… "창살 없는 감옥" = 그룹 JYJ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사생팬들의 행동은 대중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JYJ 멤버 김준수는 "(사생팬들이) 우리의 신분증을 이용해 통화 내용을 노출했고 자동차에 위치 추적 GPS를 몰래 장착해 쫓아다녔다. 또 빈번히 무단 침입해 개인 물건들을 촬영하고 심지어는 자고 있는 내게 다가와 키스를 시도했다"고 털어놨다.

 박유천도 "데뷔 이후 감사하게도 대중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8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사생팬들에게 고통받았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토로했다.

 사생팬으로 인한 고통은 비단 JYJ만의 것이 아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스타들은 누구나 한 번쯤 극성팬에게 시달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이라고 말했다.

 ◇일그러진 팬덤… 그 원인은 = 전문가들은 `사생팬`이 등장한 이유를 경쟁 사회 속에서 돋보이고 싶은 개인의 심리, 사생활 침해에 관대한 한국 사회 특유의 문화 등에서 찾는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사생팬`들의 행동은 스스로를 드러내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서 `나는 스타와 이 정도로 친하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에 점점 과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발달과 함께 이른바 `인증샷 문화`가 생기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면서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이 SNS를 타고 순식간에 전파되면서 팬들 사이의 경쟁심도 심해져 더욱 극단적인 사례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사생활 침해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한국 사회 특유의 문화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의 사생활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종종 `친밀감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특히 연예인의 경우에는 `공인`이라는 명목 아래 사생활에 대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의 과열 경쟁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만 아는 아이템`이라는 이유로 연예인에 관한 것이라면 아주 사소한 것까지 기사화하는 일부 매체들도 `사생팬`의 등장에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해법은 없나 = 사생팬 문제의 해법은 뭘까.

 곽금주 교수는 "누구든 어느 한 쪽에만 시선을 두게 되면 객관성을 잃게 된다"면서 "당장 내가 즐겁고 행복한 것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작 그토록 좋아하던 스타를 고통 속에 밀어 넣은 것은 아닌지,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잃어버린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곽 교수는 이어 "사생팬 문제는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팬덤의 주류를 이루는 청소년들의 문화적인 욕구를 채워줄 다양한 기회들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덕현 씨는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법적ㆍ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면서 "사실 `사생팬`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 아닌가. 아무리 공인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사생활은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더 이상의 불미스러운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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