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0 00:09 (토)
이제는 창조경영이다
이제는 창조경영이다
  • 곽숙철
  • 승인 2012.03.11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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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E 혁신연구소장
 한 목재 회사에서 벌목공 채용 공고를 냈다. 자격 조건은 `나무를 잘 베는 건장한 사람`이었다. 프랑코는 수석으로 합격했다. 그는 열심히 일했고, 최고의 벌목공으로 인정받았다. 어느 날 사장이 그를 불렀다. 내심 승진을 기대하며 사장실로 갔는데 그에게 주어진 것은 해고 통지서였다. 이유를 묻자 사장이 말했다. "프랑코, 창밖을 보게." 그가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최첨단 벌목기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산을 오르고 있었다.
 어느 책에서 읽은 이야기인데, 누군가 지어낸 것이겠지만 이 짧은 이야기 속에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프랑코는 열심히 일했고 인정받았다. 그런데 왜 해고를 당하게 된 것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유튜브(YouTu
be)`에 소개된 `Wood chopper from hell has arrived(지옥에서 온 벌목 기계)`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프랑코와 같은 제 아무리 뛰어난 벌목공이라 하더라도 좋이 한 나절은 걸릴 큰 나무를 베어서 가지를 치고, 껍질을 벗겨 토막 내는 일을 이 기계는 불과 15초 만에 해치웠다. 세상에 이럴 수가! 인간의 무한한 창의력과 세상의 빠른 변화를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광속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세상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앨빈 토플러가 정보화시대를 예견한 지 30년 밖에 되지 않았건만 어느새 정보화시대가 가고 있다. 정보화시대의 핵심 자원인 정보와 지식이 빠르게 범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정보는 이미 범용화된 지 오래다. 통신 기술의 발전, 인터넷의 확산, 정보 매체의 다양화로 이제 더 이상 정보의 독점이 불가능하다. 검색 엔진, 블로그, 전문 정보 포털, 소셜 네트워크(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누구라도 특정 주제에 대해 광범위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지식 또한 마찬가지다. 학자, 컨설팅 회사, 시장 조사 기관, 공공 기관 등 다양한 지식 생산자로부터 수많은 서적과 전문 보고서들이 매일 쏟아져 나온다. 언론 또한 사회적 이슈가 불거지면 깊이 있는 심층 분석 기사를 양산해 낸다. 지식의 홍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농경시대의 핵심 자원은 토지와 가축이었다. 산업시대에는 석탄과 석유, 철강이 핵심 자원이었으며, 정보화시대에는 그것이 정보와 지식으로 옮겨 갔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와 지식이 희소성을 잃고 범용화되면 무엇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것은 바로 `창의성`이다. 이른바 `창조경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정보와 지식이 범용화되면서 품질 좋고 값싼 상품을 만드는 일이 과거보다 훨씬 쉬워졌다. 반면 경쟁사와 뚜렷한 차별화를 꾀하기는 어렵다. 설령 차별화를 한다 하더라도 후발 경쟁사들이 금세 쫓아오고 만다. 따라서 이젠 경쟁사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으로 개선하거나 개량하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 경영의 모든 면에서 `창조`라고 부를 만한 극적인 차별화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창조경영이란 무엇인가? 창의성과 창조경영에 대한 말은 많지만 아직 학문적으로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가운데, 필자는 창조경영을 이렇게 정의한다. "창조경영이란 기업 경영의 모든 면에서 지속적으로 극적인 차별화를 꾀하는 일련의 경영혁신 활동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업 경영의 모든 면에서 지속적으로`라는 대목이다. 창조경영의 궁극적인 목표는 극적으로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R&D 뿐만 아니라 디자인, 마케팅, 생산, 지원 업무 등 모든 조직의 변화 노력이 필요하며 한두 건의 반짝 아이디어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체질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개인적인 차원의 창의성이 아니라 기업 차원의 창조경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더 싸게, 더 좋게, 더 빠르게 만드는 것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남다르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창조경영의 시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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