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7 02:24 (화)
정치권이 남해ㆍ하동 죽였다
정치권이 남해ㆍ하동 죽였다
  • 박성렬 , 오태영, 이용구
  • 승인 2012.02.28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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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민 “선거구 폐지 아직 믿을 수 없어”
여상규 의원 “군민께 무릎 꿇어 사죄”

 여야 정치권이 ‘밀실 야합’으로 남해ㆍ하동 등 농ㆍ어촌 선거구를 폐지키로 결정한 데 이어 정부가 이 내용을 포함해 19대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299명에서 300명으로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심의ㆍ의결했다.

 이로써 4ㆍ11 총선에서는 남해ㆍ하동 선거구가 폐지돼 인근 사천에 합구돼 치러지게 됐으나,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됨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28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전날 국회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의 법률공포안 3건을 심의ㆍ의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국회가 의석 수를 300석으로 늘린 데 대해 ‘의석 수를 이렇게 늘려 가면 큰일 아니냐’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면서 “그러나 선거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현실을 감안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여상규(남해ㆍ하동) 의원은 이날 “남해ㆍ하동 선거구의 마지막 국회의원이 되는 참으로 믿기 어려운 참담한 현실을 바라보며 군민 여러분을 대할 면목이 없다”고 밝혔다.

 여 의원은 ‘남해ㆍ하동 군민에 고함’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지역구인 남해ㆍ하동을 사천과 통폐합하는 선거구 획정안이 통과된 심경을 이같이 전했다.

 그는 “(국회는) 온몸을 던져 가로막는 동료 의원의 억울함을 외면하고, 법과 원칙을 저버린 채 농어촌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인정하지 않았다”며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 받아들이고 군민 여러분께 무릎 꿇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와 관련해 여 의원은 “며칠간 심경을 정리한 뒤 빠른 시일 내에 군민 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며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군민 여러분의 명령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남해ㆍ하동지역 주민들과 예비후보들은 27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구를 사천과 합치기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자 “해도 너무 한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들어 10여 일 동안 여의도 국회를 오가며 시위를 벌여온 각 정당 당원과 주민은 물론 예비후보들도 ‘설마 설마’하다 통합 강행으로 결론나자 ‘패닉’상태에 빠진 모습이었다.

 주민들과 각 정당 당원협의회 소속 당원들은 “헌법에 정해놓은 인구 하한선보다 800명이나 더 많은데도 농촌이라는 이유로 선거구를 없애는 것은 또 하나의 농어촌 차별정책”이라고 반발했다.

 10여 일째 여의도에서 시위를 해 온 새누리당 남해지역 당원협의회 한호식 사무국장은 “농촌인구 적은 것이 우리 죄가 아닌데 대표를 뽑을 권리도 빼앗아 가는가”라며 “지금으로선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동과 남해, 사천을 모두 합치면 서울 면적의 3배나 되는데도 이를 합친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며 “19대 선거에서 남해ㆍ하동이 다시 독립하도록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남해ㆍ하동 두 군이 구성한 ‘농어촌 선거구 지키기 대책위’는 “농촌을 말살하는 정치권”이라고 규탄했다.

 대책위와 당협 관계자들은 조만간 이번 결정에 대한 공식 입장과 향후 계획 등을 담은 결의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도내 정치권도 28일 일제히 논평을 내고 국회의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새누리당 경남도당은 “농어촌 지역의 실정과 대표성을 무시한 정개특위의 결정은 도저히 수용하기 어렵다”며 “해당지역을 대표해 중앙정치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경남도당도 “아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사천지역 단일후보가 정해져 있는데 남해ㆍ하동에서 후보신청이 있으면 경선을 거쳐 후보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도당 측은 “군소정당들은 관여조차 할 수 없이 거대 정당 두 곳이 선거구 획정문제를 정략적으로 결정했다”며 양 당을 싸잡아 비난하고 “지방을 말살하는 결정은 전면 재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병하 위원장은 “19대 국회 개원 즉시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독립기구로 세워 지역패권주의를 끝낼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성렬ㆍ오태영ㆍ이용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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