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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사람에게서도 배우는 리더가 되라
아랫사람에게서도 배우는 리더가 되라
  • 곽숙철
  • 승인 2012.02.26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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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 숙 철CnE 혁신연구소장
 1991년,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수업 시간에 한 강사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 CEO가 유력 경영자들이 모이는 중요한 행사에서 연설을 하려고 합니다. 연설 내용은 세 가지 중에서 골라야 합니다. 첫째, 아주 매력적이고 정교해 보이지만 실전에 투입된 일은 없는 신기술을 도입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둘째, 현재 가지고 있는 기술을 강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내용입니다. 셋째, 두 가지 모두 하지 않고 판단을 시장에 맡기겠다는 내용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강단에 선 강사는 인텔의 전설적인 CEO 앤디 그로브(Andy Grove)였다. 그가 던진 질문은 실제 며칠 후에 자신이 내려야 할 의사결정 사항이었다. 전설적인 CEO가 이제 막 경영을 배우는 초보자들에게 기업과 산업의 운명을 바꿀지도 모르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의견을 구한 것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의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경영자 중의 한 사람인 앤디 그로브는 1968년 인텔의 경영진으로 합류해 1987년부터 1998년까지는 CEO로서, 이후에는 인텔의 회장으로서 인텔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그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배우고, 배운 것을 경영에 접목시켜야 한다고 늘 강조하며 `배움 경영`을 실천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배움 경영`의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새로운 문제에 부닥치면 이전에 알고 있던 모든 것을 잊어버릴 것. 고정관념은 새로운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는 경영자가 아닌 경영학자가 되어볼 것. 그래야 사실과 데이터에 입각한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져야 하는 논쟁에서 이기려고 하지 말 것. 논쟁을 하다보면 자칫 직위에 매몰되어 아랫사람의 의견을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결정을 열정적으로 설득하는 CEO는 많지만 귀를 열어 놓고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배우려는 겸손한 CEO는 정말 드물다. 드문 CEO 가운데 한 사람이 앤디 그로브다. 그는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자세를 낮추고 배우려 했다. 그의 그런 배우고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인텔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었다.

 겸손한 마음으로 배우고 받아들이는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훌륭한 리더의 대표적인 덕목이다.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 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다보면 반드시 그 중에는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는 뜻으로 `논어 술이편`에 나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스승이라고 하면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생각하기 쉽지만,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소질이 주어지기 때문에 누구든 스승이 될 수 있으므로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불치하문(不恥下問)이 있다. `논어 공야편`에 나오는 말로,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어린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이 위나라의 대부인 공문자의 시호에 왜 문(文)자가 들어갔는지를 공자에게 묻자 "행동이 민첩해 배우기를 좋아하고 아랫사람에게마저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文)을 넣은 것이다"라고 답한 것이 그 유래다.

 `불치하문`을 현대 경영에 접목시킨 것이 `역 멘토링(Reverse Mentoring)`이다. GE의 전임 CEO 잭 웰치(Jack Welch) 회장이 고위 간부들로 하여금 부하직원들로부터 인터넷 등 신기술에 대해 1대 1로 배우게 하고 자신도 이를 실천한 것이 그 시초다. 기존 멘토링 제도의 멘토(M

entor)와 멘티(Mentee)의 역할을 뒤바꾼 것이다. 미국의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약 40%가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26% 정도는 신세대가 경영진에게 새로운 지식을 전수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기업의 경영자들이 배워야 할 점이다.

 리더라고 해서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괜히 아는 체하지 말고 모르면 아랫사람에게라도 물어봐야 한다. 겸손한 마음으로 배우고 받아들이려는 태도, 이것이 진정한 리더의 자세이다.

 다음은 신영복 교수의 화보집에서 옮긴 글이다. 우리 경영자들이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다. "높은 곳에 일할 때의 어려움은 글씨가 바른지 비뚤어졌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물어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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