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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용어 술술… 너무 어려웠다"
"의학용어 술술… 너무 어려웠다"
  • 경남매일
  • 승인 2012.01.2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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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종영 `브레인`서 천재 외과의사 맡은 신하균

"나와 다른 연기하며 카타르시스 느끼기도"

지난주 막을 내린 KBS 2TV 월화드라마 '브레인'의 이강훈은 흔히 말하는 드라마 주인공의 '전형'을 벗어난 인물이다.

불우한 어린 시절에 대한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그는 성공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무섭게 달려간다.

어머니를 잃었을 때도, 스승 김상철이 떠났을 때도, 연인 윤지혜가 이별을 고했을 때도 그는 잠시 주춤했을 뿐 멈추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변화하는 낭만 같은 건 이강훈의 몫이 아니었다.

이런 '나쁜 남자'지만 이강훈이 방송 기간 내내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은 데는 배우 신하균(38)의 공이 크다.

'브레인'으로 2003년 MBC '좋은 사람' 이후 8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그는 섬세한 감정 연기로 늘 '센 척' 하지만 실은 누구보다 여리고 상처도 많은 이강훈의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드라마가 끝난 지 이틀 뒤인 지난 19일, 종로구 통의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브레인'은 의학드라마지만, 우리와 멀리 떨어진 의사들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과 맞닿은 인물들의 이야기"라면서 "이강훈이 끝까지 질주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다음은 신하균과의 일문일답.

--이강훈은 어떤 인물인가.

▲한마디로 불쌍한 사람이다. 본인은 자신이 완벽하다고, 흠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굉장히 흠이 많다. 쉽게 말해 '센 척' 하지만 그 안에는 남들에게 표현하지 못하는 여린 모습들이 있다. 그 때문에 더욱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때론 유치하다 싶을 만큼 빈정대는 말투, 귀에 대는 것조차 귀찮다는 듯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채 휴대전화를 걸고 받는 모습 등이 화제가 됐다.

▲말투나 걸음걸이는 촬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완성했다. 윤경아 작가가 캐릭터 설명을 굉장히 상세하게 해 놓았고 지문도 많았기 때문에 내가 특별히 무언가를 준비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전화 드는 장면은 우연히 해 본 게 '대박'이 났더라.(웃음) 사실 나는 스마트폰을 안 쓰고 2G 폰을 쓰는데 촬영 때 스마트폰을 받아 보니 성능이 워낙 좋아 손바닥 위에만 놓아도 소리가 잘 들렸다. 그래서 '이렇게 한번 해볼까' 하고 했는데 반응이 좋아 계속 그렇게 쓰게 됐다. 왠지 이강훈은 그렇게 전화를 받을 것 같기도 했고.

--이강훈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김상철이다. 이강훈에게 김상철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

▲확실히 단순한 사제관계는 아니다.(웃음) 어찌 보면 부자 관계 같기도 하다. 인정받고 싶어 하고, 또 뛰어넘고 싶어 하는…. '센 척' 하려고 마음에 없는 소리로 상처를 줄 때가 많지만 가끔은 진심을 말하기도 한다.

대개 아버지와 아들은 친해지기가 힘들지 않나. 더구나 이강훈은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가 강한 사람이다. 어린 시절 갖지 못한 아버지와의 관계를 김상철을 통해 풀었는지도 모른다. 이강훈은 김상철에게 불만이 많지만, 그 안에는 분명 애정이 있다.

--김상철 역을 맡은 정진영과의 연기 대결도 화제였다.

▲두 사람이 같이 나오는 신은 워낙에 감정의 극을 달리는 장면이 많았다. 대사도 많아서 김상철과의 신만 나오면 부담감에 촬영 전날부터 잠을 못 잘 정도였다. 그 때문에 아쉽게도 선배랑 대화를 나눌 시간이 별로 없었다. 촬영이 끝났으니 이제 더 이상 눈을 부라리고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다행일 뿐이다.(웃음)

그래도 역시 정진영 선배는 대단한 분이다. 존재감이 워낙 커서 흐르는 물처럼 모든 걸 다 받아주셨다. 선배가 김상철의 자리에 서 있었기 때문에 이강훈을 어디로든 튈 수 있는 인물로 그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선배한테 너무 감사하다.

--이강훈은 끝까지 성공을 향한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욕망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무엇을 위한 욕망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막판에 김상철 교수가 '네 욕망을 향해 달려가. 이게 너에게 주어진 형벌이야'라는 말을 하는데 그게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욕망을 가지고 산다. 그게 때로는 삶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브레인'은 바로 그런 부분을 보여주기 위한 드라마다. 이강훈의 욕망이라는 건 결국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형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강훈을 연기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대사다. 영화를 할 때는 솔직히 대사가 이 정도로 많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건 의학 용어가 아닌가. 어려운 의학 용어를 술술 얘기해야 하니 정말 어렵더라. 입에 잘 붙지도 않고…. 촬영하면서 이것저것 많이 챙겨 먹었는데도 살이 5㎏나 빠졌다. 역시 인간의 뇌는 에너지 소모량이 엄청나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수술 장면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신경외과 수술은 작은 구멍을 통해 정교하게 하는 게 대부분이라 일단 수술이 시작되면 현미경에 눈을 대고 손을 미세하게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어머니(송옥숙 분)가 돌아가시고 (환자인) 할머니랑 대화하는 장면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자기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인데 이런 식으로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구나 싶었다.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하균 신'이라는 별명도 생겼는데.

▲촬영장에만 있다 보니 처음에는 스태프가 내게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근데 정말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더라. (디시인사이드) 갤러리·팬 카페 분들이 촬영장에 와서 음식도 대접해주시고 선물도 많이 주셨다. 너무 감사하다.

--'브레인'으로 KBS 연기대상도 받았는데.

▲전혀 예상을 못 했다. 네티즌상 받고 처음으로 '브레인이 사랑을 많이 받긴 하는구나' 싶어 마냥 좋아하고 있는데 대상까지 주셔서 깜짝 놀랐다. 사실 그날도 촬영하다 온 거라 피로감에 '멍'한 상태였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웃음)

--'브레인'을 포함해 그간의 출연작을 보면 유독 '센' 캐릭터가 많다. 작품, 혹은 캐릭터를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는지.

▲일부러 센 캐릭터, 독특한 캐릭터를 찾진 않는다. 그냥 내가 안 해본 역할, 내게 새로운 역할에 관심이 많을 뿐이다. 어떤 캐릭터든 제가 연민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좋다.

--일상 속 신하균은 어떤 사람인가.

▲굉장히 재미없는 사람이다. 말수가 적고 무뚝뚝하다. 그래서 '브레인'의 이강훈을 연기하며 묘한 카타르시스 같은 걸 느끼기도 했다.(웃음)

--결혼 계획은 없나.

▲그러게 말이다.(웃음) 내일모레면 마흔이니 노력해봐야겠다. 우선 성격을 고쳐야 할 것 같다. 너무 무뚝뚝해서.(웃음)

--차기작 계획은.

▲아직 결정 못 했다. 좀 쉬면서 찬찬히 시나리오를 볼 생각인데 오래 쉴 생각은 없다. 봄에는 뭐든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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