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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vs 2015년 고입 연합고사
1980년 vs 2015년 고입 연합고사
  • 김재길
  • 승인 2012.01.10 19:5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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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재 길창덕중학교 교사
 경남교육청이 2015학년도부터 시행하려는 고입 연합고사는 과거 1980년대 연합고사와는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시대 상황도 많이 달라져 탈락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과잉 경쟁으로 인한 위화감 조성이나 중학교 보충학습 및 야간 강좌 운영, 문제풀이식 수업 등은 우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일부에서는 경쟁률도 없는 시험을 왜 치르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말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먼저 연합고사라는 용어 자체가 과거 연합고사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

 학생들은 중학교 3년 동안 학기별 정기고사 2회만 치르기 때문에 종합적이고 총괄적인 평가를 받을 기회가 없다. 중학교 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학업성취 수준을 점검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한데 연합고사가 이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경남교육청이 시행하고자 하는 `연합고사`라는 용어를 `고입총괄평가`나 `고교수학능력시험` 등과 같이 평가의 성격에 맞는 적절한 명칭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연합고사는 어디까지나 중학교 교육과정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한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시험이나 평가를 반기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평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람 자신도 평가받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워하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거부하려 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평가`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 측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평가가 지닌 긍정적 측면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평가를 적절히 잘 활용하면 비록 외적 동기이긴 하지만 학습동기와 학업에 대한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학습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연합고사는 예방 접종 주사에 해당한다. 날카롭고 뾰족한 주사바늘을 보면 무섭고 겁이 나서 피하고 싶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기고 접종을 끝내면 우리 몸은 면역력이 생겨 더욱 튼튼해진다.

 연합고사 역시 시험이라는 점에서 학생들을 긴장시키고 주눅들게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연합고사를 준비하고 대비하는 시간을 통해 기초ㆍ기본 학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 기초 학력이 튼튼한 학생들은 학습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게 될 것이고 더욱 값진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시험이 없는 세상에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험도 과제도 없는 그런 세상은 없다.

 오늘날 대학들도 우수 인재를 뽑기 위해 온갖 다양한 전형 방법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대학에서 절반 이상을 모집하고 있는 수시 전형에서도 거의 예외 없이 반영하고 있는 것이 고등학교 내신 성적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다. 언제까지 시험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해 학생들을 내신성적의 울타리 안에 가둬둘 것인가?

 고입 전형은 대입전형과는 다르다는 핑계만 대고 수능시험이 기다리고 있는 고등학교 입시 상황을 언제까지 회피할 것인가? 연합고사는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분산시켜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고 진학을 선택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중학교 때부터 내신성적 관리에만 급급하고 협소한 학습 방식에 얽매여 있다가는 고등학교 진학 후에 직면하게 될 수능시험에 대해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학교 때부터 미리 기초ㆍ기본 학력을 닦아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요즘 한창 급부상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나 창의적 체험활동 운영 등도 결국 내신성적 및 수능시험과 결합돼 전형이 이루어진다.

 입학사정관제에 필요한 스펙만 많이 쌓는다거나 자신의 진로 및 진학과 관련된 창의적 체험활동만 많이 한다고 해서 원하는 진로를 개척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결국 내신성적과 수능시험 성적을 기조로 해서 다양한 활동과 체험을 쌓아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소중하고 값진 체험들을 엄청나게 해 놓고도 수능시험 최저 학력을 충족시키지 못해 좌절하게 된다면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할 것인가? 언제까지 시험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이상론만 운운할 것인가? 연합고사 시행과 관련해 각계각층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고 앞으로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다. 이런 때일수록 무엇이 정도인지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각계각층에서도 진보니 보수니 하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교육의 중심에 누가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길 바란다.

 경남도교육청은 종합적인 안목과 전문가의 식견으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해서 연합고사 실시에 대한 용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각계각층에서도 정치적 입장이나 이해관계를 떠나 교육의 가장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학생들의 미래부터 걱정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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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이 아빠 2012-01-14 16:29:58
여납고사가 ㅏㄱ업 스트레스를 분산 시킨다고요?
왜 그런건가요?
시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트레스가 가중된닥 생각하는데 스트레스를 분산시킨다는 것은 납득 할 수가 없는데 고영진 교육감도 고입연합고사가 즐거운 시험이 될거라고 하던데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을 못하던데 왜 그런지?
학교에서 아이들 다루기 얼마나 힘들었으면 시험으로 족쇄를 채우려한다는 의구심 밖에 들지 않습니다

에고이즘 2012-01-14 12:41:39
연합고사 준비 기간이 학력을 신장시킨다고 하는데 그럼 모두의 학력신장은 의미가 없는거 아닌가요? 시험을쳐서 학력을 향상 시키려는 노력보다 우선해야 할것들을 모두 놓치고 가니 문제가 아닌가요? 시험준비에 쫓기느라 결국 제일 중요한 개개인의 특성 자기계발의 시간은 오히려 멀어지는것 아닌가요? 저마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왜 시험에만 목숨 걸게 하는지 이해가 않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