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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태극기…' 벽 넘고 싶었다"
장동건 "'태극기…' 벽 넘고 싶었다"
  • 경남매일
  • 승인 2011.12.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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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억원 대작 영화 '마이웨이' 주연
▲ 배우 장동건이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마이웨이'(감독 강제규) 시사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로 관객들이 저에게 갖는 선입견이 있겠죠.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배우 장동건이 16일 서울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새 영화 '마이웨이'에서의 자기 배역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순제작비 280억 원이 투입된 대작 영화 '마이웨이'에서 주인공 '준식'을 연기했다. 강제규 감독과 '태극기…'를 함께 한 뒤 7년 만에 다시 만났다.

   그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태극기…'가 최고의 흥행작인데다 이번 영화가 비슷하게 전쟁을 소재로 하다보니 비슷한 연기를 하게 될까 봐 걱정했다고 했다. 그래서 '태극기…'에서는 전쟁광으로 변하는 입체적인 캐릭터 '진태'를 연기한 반면, 이번에 연기한 '준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직한 인물로 보이고자 연기 욕심을 많이 눌렀다고 했다.

   현재 중국에서 허진호 감독과 '위험한 관계'를 촬영하는 그는 오랫동안 집을 비워 아이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며 촬영이 끝나면 당분간 쉴 계획이라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문답.

--강제규 감독과 두 번째 작품인데.

   ▲'태극기…'를 하면서 알게 됐고 그때 기억이 너무 좋았다. 만드는 과정도 좋았고 결과도 좋았고 감독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었다. 이후 7년 동안 선후배로 가깝게 지낸 분인데, 감독으로서도 좋아하지만 인간 강제규도 참 좋다. 일할 땐 합리적이고 촬영할 때에는 말단 스태프 의견도 다 듣는다. 겉으로 드러나는 카리스마가 아니라 사람을 따르게 하는 능력이 있다.

   --오다리기 조와 함께 주연을 맡았는데, 비교되는 데 대한 부담은 없었나.

   ▲영화 기획단계에서 준식은 굉장히 변화가 심한 인물이었다. '종대'(김인권 분)란 캐릭터가 원래 없었고 준식이 그런 성격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기존 '태극기…'의 잔상이 있는 상태에서 '진태'란 캐릭터와 차별성이 없었고 실화에 없던 마라톤 코드가 들어오면서 준식이 우직하고 일관성 있는 캐릭터가 됐다. 그러면서 오다기리 조가 연기한 '타츠오'란 인물이 상대적으로 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됐다.

   --연기에 주안점을 둔 부분은.

   ▲연기하면서 사실 답답함이 많았다. 준식이란 인물은 강제규 감독님 같은 느낌이 있다. 어떨 땐 조금 촌스럽기도 하고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고…. 그런 점이 강 감독님과 닮았다. 그래서 준식은 강제규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생각했고 의구심이나 불만이 들 때마다 감독님에게 물어봤다. '사람이 이렇게 돼요?'라고. 그러면 감독님이 아주 자신에 찬 목소리로 얘기해주셨다(웃음). 감독님 말 중에 준식이를 통해서 주변 인물이 다 변화한다는 얘기가 가슴에 많이 남았다. 개인적인 연기 욕심은 누르고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태극기…'에서와 같은 연기를 기대한 관객이 많을 텐데.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 자체가 다르다. '태극기…'의 이미지가 워낙 강한데, 넘어야 할 벽이라고 생각한다.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시나리오 보면서 영화 초반 인력거 끄는 장면이 걱정됐다. 카체이싱(자동차 추격전)을 방불케 하는 장면을 만들어야 하니까…. 그래도 한국영화가 기술적으로 많이 발전했으니까 뭔가 장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장에 갔더니 그냥 직접 끄는 거였다. 인력거에 동력장치만 있었는데, 그다지 편리하진 않았다. 또 전투기에 쫓기는 장면이 힘들었는데, 이틀 반 정도 찍으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달렸다. 벌판이라 아무리 빨리 뛰어도 화면엔 속도감이 별로 안 나서 힘들었다.

   --전쟁영화고 포탄이 많이 터지는데, 촬영 중 위험한 순간은 없었나.

   ▲시각적으론 위험해 보이는 장면이 많았는데, 특수효과 기술이 많이 발전한 것 같다. '태극기…' 때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분이 다시 맡았는데, 이런 영화를 통해 영화의 기술적인 면이 발전하는 것 같기도 하다. '태극기…'에 비하면 폭탄 파편의 질 같은 것들이 되게 안전한 걸로 바뀌었다. '태극기…' 때는 전쟁터에도 유해한 것이 많았는데, 이번엔 괜찮았다. 러시아 장면에서 쓰인 눈은 먹어도 되는 것이다.

   --오다기리 조와 호흡은 어땠나.

   ▲오다기리 조를 만나기 전에는 선입견이 좀 있었다. 표현방식이 독특하고 내성적이라 얘기를 많이 들어서 걱정을 했다. 촬영에 앞서 2주 정도 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액션스쿨에서 만났는데, (일본에서 왔으니) 손님 같은 느낌도 있으니까 먼저 다가서려고 노력했다. 또 액션스쿨에서 몸으로 많이 뒹굴고 하다 보니까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촬영하면서는 일본어 연기의 뉘앙스 같은 것들을 오다기리한테 많이 물어봤고 그런 면에서 많이 의지했다.

--아내 고소영은 영화를 보고 뭐라던가.

   ▲보면서 울더라. 종대가 죽을 때 하고 마지막에 준식이 죽을 때.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특히 전쟁장면은 할리우드 영화와 절대적으로 비교해도 뒤지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작품 선택할 때 아내와 상의하나.

   ▲작품이 들어오면 당연히 시나리오를 보여준다. 의견을 묻기도 하고…. '마이웨이'는 결혼 전에 시작했고 결혼 이후 처음 선택한 건 '위험한 관계'였다. 바람둥이 캐릭터라 여자로선 막 박수쳐줄 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아내도 배우란 직업을 갖고 있으니까 이해해준다.

   --다음 작품을 조금 소개해달라.

   ▲대작영화를 찍고 나면 본능적으로 어떤 갈증이나 결핍감 같은 게 생긴다. '로스트 메모리즈' 다음에 '해안선'(김기덕 감독)을 했는데, 대작에서 연기할 때 보편성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있고 9-10개월간 하다 보면 갈증이 생기게 되는데, 그런 것들이 다음 작품을 선택할 때 반영이 많이 되는 것 같다. 허진호 감독의 '위험한 관계' 선택에도 그런 게 반영됐다. 캐릭터가 많이 열려 있어서 배우의 욕심을 충족시킬 만한 캐릭터다.

   --해외 로케이션과 중국 촬영 등으로 가족과 보낸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아들이 돌 지난 지 2개월 됐다. 아기가 태어나고 1주일 있다가 '마이웨이' 촬영을 시작했다. 공교롭게 아이를 갖고 나서 집을 오랫동안 비우는 작품을 하게 됐는데, 이제 아이가 엄마 아빠의 존재를 알게 되는 나이이고 해서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려고 한다.

   --둘째 아이를 가질 계획은 없나.

   ▲막연하게 '하나 더' 정도의 생각은 있지만, 아직은 지금의 아이에게 신경이 많이 쓰여서 구체적으로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 '위험한 관계' 촬영이 끝나면 좀 쉬면서 아이와 붙어 있으려고 한다. 이제 상호 교감이 되는 때여서 아빠도 알아보고 리액션(반응)이 있으니까 아이랑 있는 게 즐겁다.

   --연기 경력이 쌓여가는데, 자신의 연기를 어떻게 생각하나.

   ▲벌써 20년째다. 아직도 너무 어렵다. 어렸을 때 했던 것을 가끔 보면 차마 눈뜨고 못 볼 정도이긴 하지만, '지금은 저렇게 못 하겠다' 할 정도로 에너지나 마음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왜 연기가 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제 나이가 마흔인데, 쉬거나 다른 걸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연기하는 게 즐겁다. 그래서 다른 것은 생각이 잘 안 든다. 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연기할 때랑 야구할 때 가장 즐거워하는 것 같더라.

   --'마이웨이' 개봉일에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 '퍼펙트게임'도 개봉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 영화에 관심을 많이 둔다. 실제 그 게임을 기억하고 있고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잘 되겠다고 생각했다. 두 영화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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