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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 "뿌리깊은 나무, 담백하고 맛있다"
장혁 "뿌리깊은 나무, 담백하고 맛있다"
  • 경남매일
  • 승인 2011.11.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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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사복 강채윤 열연.."추노가 감성적이라면 뿌나는 이성적"
한파가 몰아치며 어둠마저 일찍 깔린 23일 늦은 오후 강남구 청담동에서 그를 만났다.

   아래위 블랙으로 통일한 의상을 입고 나와 자칫 겨울 어둠 속에 스며들기 쉬워 보였다. 그러나 그의 또렷하고 맑은 눈빛과 표정은 환한 스탠드 불빛처럼 인터뷰 장소를 밝게 만들었다.

   장혁(35). 요즘 최고 화제의 드라마인 SBS 수목극 '뿌리깊은 나무'의 주인공 강채윤이 화면에서 걸어나와 앞에 앉았다.

이날 오전 9시까지 파주에서 밤샘 촬영을 하고 집에 들어가 짧은 휴식을 취한 후 나온 그는 "내가 원래 연기력보다 체력이 좋다"며 씩 웃었다.

   일찌감치 '명품 사극'이라 인정받은 '뿌리깊은 나무'는 명대본에 명연출, 주·조연 가릴 것 없는 호연 등이 어우러져 매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장혁은 한석규, 윤제문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면서 감히 왕에게 복수의 칼을 겨누는 노비출신 겸사복 강채윤을 마치 세상에 하나뿐인 맞춤복인 양 리드미컬하게 연기해내고 있다.

   그는 "'뿌리깊은 나무'는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정말 맛깔스럽다. 담백하고 맛있는 드라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장혁과의 일문일답.

   --한눈에 반한 작품인가.

   ▲아니다. 처음에는 하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진짜 안 할 생각이었다. 처음에 받은 시놉시스 속 강채윤의 역할은 극의 화자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이중적인 느낌이 드는 '가리온'을 하고 싶었지만 나이대가 안 맞았다. 그런데 시놉시스가 수정되면서 강채윤 역할이 입체적으로 변했고, 한글 창제 과정에서 백성의 대표격으로서 이도(세종대왕)와 주고받는 부분이 살아나면서 재미있을 것 같아 하게 됐다.

 --가리온 역에 윤제문 씨를 추천했다고 하던데. 이젠 제작자의 마음으로 전체 캐스팅도 보게 된 모양이다.

   ▲그런 건 아니고(웃음), '마이더스' 때 제문 형을 보면서 가리온에 제격이라 생각해 이런 역이 있다고 형에게 알려줬다. '무휼' 역의 (조)진웅은 친구인데 '추노'를 같이 할 때 보여준 모습이 무휼에 맞을 것 같아 추천했다.

   --겸사복 3인방의 모습도 무척 자연스러운데 실제로 서로 친한 사이 아닌가.

 ▲박포(신승환 분)와 초탁(김기방)은 10년 지기 동생들이다. 우리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심각하고 진지한데 겸사복 3인방 부분만이 민초의 삶을 해학적으로 풀어줄 수 있어 이왕이면 호흡이 잘 맞는 친구들과 하고 싶었다. 우리끼리 서로 연기의 합을 짜와서 연기하는데 정말 재미있다.

   --강채윤은 여러 가지로 '추노'의 대길과 비교된다.

   ▲'추노'가 감성적이었다면 '뿌리깊은 나무'는 이성적이다. 마치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프리즌 브레이크'의 차이다. '추노'의 대길이는 오늘 죽어도 아쉬울 게 없는, 내일이 없는 캐릭터였다. 반면, 강채윤은 복수를 위해 절대로 죽어서는 안 되는, 어제만 있는 캐릭터다.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르다. 대길이는 절실함이 없었다. 오로지 '언년'이와 걸리는 부분에서만 좀 달라졌을뿐. 하지만 강채윤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고 항상 절실함 속에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제는 어린 시절의 연인 담이(신세경)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다시 살아야 하는 이유가 생긴 인물이다.

   대길이가 한가지 색깔이 뚜렷한 영웅의 느낌이었다면, 강채윤은 여러 가지로 복잡하고 확연하지 못한 캐릭터라 사람의 느낌이다. 몸은 자랐지만 정신은 아버지를 잃은 열두 살의 치기에 머물러 있는 부분이 있고, 세상이 태평하고 왕이 성군이라고 하지만 왜 나만 불행한가를 고민하고 의심하는 인물이다.

   --액션 연기도 나날이 발전한다는 평이다.
▲액션배우가 되겠다거나, 스턴트 없이 내가 다 하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하는 건 아니다. 단지 액션도 연기의 일부분이자 캐릭터를 표현하는 한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액션의 합은 내가 무술감독과 함께 짠다. 캐릭터에 따라 무술의 스타일도 다를 텐데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직접 캐릭터에 맞게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사극의 매력은 뭔가.

   ▲우리 드라마에 세종대왕뿐만 아니라 사육신, 생육신, 한명회 등 실존인물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다 우리가 알고 배운 정형화된 모습 이전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나온다. 그래서 실존인물이지만 새롭게 보인다. 실존인물도 그럴진대 강채윤이나 '추노'의 대길처럼 허구의 인물은 더 독창적으로 놀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현대극은 다 허구의 인물이라고 해도 우리가 사는 시대 속 인물이라 운신의 폭이 넓지 않지만 사극에서는 허구의 인물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재미있다.

   --최근 작품 복과 함께 상대배우 복도 잇따르는 것 같다.

   ▲진짜 그렇다. '마이더스' 때는 김희애 선배가 있었고 이번에는 한석규, 윤제문 선배 덕분에 정말 재미있게 하고 있다. 상대 배우가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리액션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또 내가 하는 것을 상대가 어떻게 받아주느냐도 중요한데 이번 작품은 그런 호흡이 기가 막히다. 주고받는 호흡이 아주 좋아 다들 풍성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촬영 일정이 힘들어도 그런 연기의 호흡이 아주 좋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행복감을 느낀다. 참 재미있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한석규, 윤제문 선배는 명포수 같은 느낌이다. 내가 어떤 공을 던져도 다 받아줄 것 같은 신뢰를 주는 그런 선배들이다. 또 그들뿐만 아니라 우리 드라마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 간 호흡이 다 좋다.

   --연기를 제대로 못한다는 평을 받을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극찬을 받고 있다. 비결이 뭘까.

   ▲그런 건 없다.(웃음) 다만 작품을 하나씩 할 때마다 긴장감과 호기심이 동시에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예전보다 연기에 익숙해진 것은 있다. 옛날에는 정말 몰라서 못했다면 지금은 조금은 알게 됐지만 과연 내 해석이 맞을까 하는 두려움이 늘 생긴다. 하지만 내가 믿고 해석한 것을 시청자에게도 믿게 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 늘 고민한다. 어차피 연기는 거짓 아닌가. 그 거짓을 배우는 믿게 해야 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얻은 것도 있을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쉬지 않고 오가면 지치지 않나. 그러느라 좋은 남편, 좋은 아빠는 못될 것 같은데.

   ▲아직은 에너지가 쉼 없이 나와야 할 나이라고 생각한다. 20대에 이런저런 실수도 많이 했고…. 물론 그런 것들이 30대를 위한 준비과정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듯 지금의 시간은 40대를 위한 시간인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기자로서 다양한 작품을 통해 좀 더 짙은 것들을 경험하고 싶다.

   가족에게는 늘 미안하다. 대신 작품 끝내면 꼭 같이 여행을 간다. 평소에는 분리수거를 잘해준다. (웃음) 연기보다는 가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간을 잘 조절해 연기하지 않을 때는 가족에 충실히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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