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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내가 아는 작은 것들 공유하고 싶어"
김태원 "내가 아는 작은 것들 공유하고 싶어"
  • 경남매일
  • 승인 2011.11.2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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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 에세이 '우연에서 기적으로' 출간..인세 전액 기부
"제가 아는 작은 것들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이 힌트가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오랜 시간이 걸려 알아낸 것들을 여러분은 한순간에 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록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46)이 첫 자전 에세이 '우연에서 기적으로'(청어람미디어)를 펴냈다.

   김태원은 21일 오후 서울 세종호텔에서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제가 아는 아주 작은 것들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썼다"고 운을 뗐다.

  

"배우지 못한 사람이 책을 썼을 때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궁금하시다면 제 책을 보시면 좋을 겁니다.(웃음) 수학을 배울 때 공식이 어려워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 책에는 공식도 없고 어려운 단어도 없어요. 그러면서도 한 사람의 희망과 용기와 좌절을 다 담았습니다. 제가 알아낸 것들을 여러분은 순간에 알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처음에는 제가 워낙 말을 짧게 하는 스타일이라 책을 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나중에는 재미를 느끼게 됐다"면서 "책이라는 건 누군가가 옆에서 압력을 가하고, 얼마만큼의 용기를 줘야 쓸 수 있는 거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며 웃었다.

   김태원은 책에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폐소공포증, 마약 중독, 멤버 간 불화 등 온갖 난관을 딛고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성장한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무너지고 또 무너지는 게 일상'이었던 그의 삶 가운데서도 가장 어두웠던 시기는 바로 마약에 빠져 있었던 1987∼1992년이었다.

   "그 안에 모든 사건이 포함돼 있어요. 제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최악이었죠. 비 오는 날 허공을 향해 제 이름을 계속 부르기도 하고…. 미치기 직전까지 갔던 것 같아요."
김태원은 "1988년에 부활이 해체됐다. 이승철 씨는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저는 부활의 리더로서 모든 걸 잃게 된 시기였다"면서 "몸도 정신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도피할 곳이 없었고 그래서 더 마약에 심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마약으로 어떤 음악을 만들자, 그래서 복수를 하자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걸로는 아무런 작품도 얻어낼 수 없다는 결론을 4년 만에 얻었죠. 느낀 점도 있어요. 당시 이승철 씨가 (부활을) 떠난 이유가 있더군요. 20대 후반의 저는 독설에 고집에 히스테리에…. 그런 것들이 당시 제 옆에 있었던 분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나 싶어요."
나락으로 떨어진 그를 구원해준 건 역시 음악이었다.

   "음악에 미쳐 있었기 때문에 부활할 수 있었죠. 많은 후배가 제게 음악으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질문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조건을 걸어요. 음악에 미쳐야 한다는 조건이요. 그래야 역경을 이길 수 있어요."
'애증의 관계'인 가수 이승철과 앞으로 한 무대에 설 생각이 있는지 묻자 그는 "그럼요"라고 답했다.

   "그 친구가 살아있고 또 제가 살아있는데 뭔들 못하겠어요.(웃음) 할 수 있다면 그 친구하고 커다란 음악을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에서 저희 나이에 메이저에 있는 경우는 드문데 둘 다 그런 행운을 가지고 있으니 그 에너지를 큰 곳, 아름다운 곳에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태원은 "정말 재밌는 건, 이승철 씨와 나는 의외로 싸운 적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아마 내일쯤 제가 전화해도 아무 일 없이 통화할 것"이라며 웃었다.

김태원은 책에서 '내 음악의 미래에 대해 한 가지 얘기할 수 있는 건, 이제 궁지에 몰린 음악은 없다는 것이다(116쪽)'라며 남은 생 동안 희망과 용기, 위로에 대한 노래를 만들겠다고 말한다.

   음악적 지향점이 바뀐 것인지 묻자 그는 "내 인생에 한 가지 테마만 있는 건 아니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영화감독이 계속 SF만 찍는 건 아니잖아요. 액션도 찍고 멜로도 찍죠. 저도 제 인생에서 떠오르는 테마들을 음악으로 표현할 뿐이에요."
최대 라이벌로는 임재범을 꼽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록 임시정부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저는 부활 사단이고 임재범 씨는 시나위 계열의 사단이죠, 그리고 백두산이 있습니다. 아직 YG나 JYP 같은 거대한 나라에는 승부를 못 걸지만 임시정부끼리 작은 승부를 하고 있죠.(웃음)"
시나위의 신대철, 백두산의 김도균과 함께 2003년 만들었던 프로젝트 밴드 D.O.A와 비슷한 활동을 해 볼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여러분이 자리를 깔아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앨범을 냈는데 상처가 되면 어쩌나요. 아무런 반응이 없는…. 슬픈 이야기지만 2003년 D.O.A가 그랬거든요."
김태원은 책에서 '영화감독이 되려고 음악을 처음 시작했다'는 뜻밖의(?) 고백도 한다.

   그는 "음악을 모르던 중학교 1학년 때는 '주말의 영화'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영화를 좋아하고 배우를 좋아하면서 음악이 들리게 된 것"이라며 "언젠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고 소개했다.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MBC '위대한 탄생' 등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가 된 '비결'에 대한 나름의 해석도 나왔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인데 제 유일한 무기는 '순수'라고 생각한다"면서 "저 사람이 저렇게 되는데 나도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저 사람의 인생을 대강은 아는데 어떻게 저렇게 사랑받을 수 있지 하는 궁금증이 (시청자들이) 저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든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예능 출연 이후 저는 신세계를 살고 있어요. 영화에서나 보던 희열을 느끼고 있죠.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영광스럽습니다."
김태원은 "'이 대목에서 나는 그럴 만했다' 하는 보상심리 같은 건 절대 없다"면서 "저는 언제든 다시 내려갈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라고 몸을 낮췄다.

   김태원은 책 판매 수익 전액을 장애 아동을 위한 시설에 기부할 계획이다.

   "둘째(아들 우현 군)에게 장애(자폐)가 있는 걸 발견하고 난 다음 8년 동안 아내랑 저는 거의 사는 게 아니었어요. 겪지 않고는 모르는 일인데, 그나마 저는 밥이라도 먹고 사는 부모였죠. 만약 이런 아이가 정말 가난한 집에 태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어요. 제가 영향력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그쪽에 다 쓰고 싶었어요. 음악이든 말이든 동원해 그 상황을 전달해주고 싶었죠."
그는 "가양동 쪽에 장애우들이 머물 곳을 만들고 있는데 인세를 다 그쪽으로 기부할 계획"이라면서 "이 책은 소외된,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말했다.

   책의 표지에는 김태원의 아들 우현 군이 그린 삽화가 삽입돼 있다.

   김태원은 "책에도 쓰여 있듯이 모든 기적은 우연으로 가장돼 있다"면서 우현 군의 그림을 넣은 것도 그런 뜻에서였다고 설명했다.

   김태원은 끝으로 '멘토'에 목말라 있는 청소년들에게 "자기 자신에게 미쳐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기에게 미쳐야 해요.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필요로 하는 모든 분을 다 만날 수는 없지만, 이 책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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