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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환상 같으면서 적나라한 세계"
"'짝', 환상 같으면서 적나라한 세계"
  • 경남매일
  • 승인 2011.11.2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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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짝' 연출 남규홍 PD
SBS 리얼리티 프로그램 '짝'은 어딘가 불편하다. 사람들은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고 상대방의 외모와 성격에 대한 평가들이 거침없이 터져나온다.

   선택받지 못한 자가 홀로 도시락을 먹는 설정도 학창시절이나 사회생활에서 잊고 싶은 기억을 자극한다.

   그러나 동시에 인연을 찾는 사람들의 애달픈 마음에 가슴이 아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묘한 매력의 이 프로그램이 지난 3월 정규 편성된 후 토크쇼와 버라이어티가 주도하는 밤 시간대 자신만의 입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시청률은 평균 7~8%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화제성과 광고판매율까지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짝'의 틀은 남규홍(46) PD의 머리에서 나왔다. 애정촌이란 공간부터 번호 호명, 12강령, 도시락 선택까지 그가 만든 세계에서 '짝'은 움직인다.

  
최근 목동 SBS사옥에서 만난 그는 "시청률을 빼면 잘 굴러온 거 같다"고 지난 8개월을 돌아봤다.

   회사 안에서 남다른 발상과 접근법으로 인정받는 그는 특유의 추상적이면서 풍부한 비유로 말을 이어갔다.

   "큰 욕심 부리고 한 건 아니니 만족합니다. 정규 프로그램은 날씨와 같다고 생각해요. 항상 맑을 수는 없잖아요. 비도 내리고 먹구름 낄 때도 있는 거죠. 프로그램도 좋을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다고 봐요. 게다가 일반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게 어디로 튈지는 펼쳐봐야 압니다. 생명체와 같죠."
초반 대중이 '짝'의 세계를 낯설어했다면 지금은 규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그는 자평했다.

   "이제는 우리 프로의 틀이 정해진 코스 요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지금은 반복되는 코스 속에 (사람들의) 미세한 차이들이 섬세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인간의 다양한 측면들이 부각되고 있는 거죠. 초반 새롭고 낯설고 거친 느낌에 (시청자들이) 익숙해지면서 다른 면을 보는 힘이 생겼다고 할까요."
그러나 여전히 '짝'에 대한 호불호는 크게 엇갈린다. 마니아층의 지지가 두터운 반면 대놓고 불쾌감을 표시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남 PD는 이런 현상의 배경을 '불편한 진실'에서 찾았다.

   "'짝'이 원래 지향하는 바가 솔직함이었어요. 짝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인간 심리와 행동을 솔직하게 들여다보자는 의도가 있습니다. '짝'은 환상 같으면서 적나라합니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는데 그런 모습을 보는 것에서 개인적인 선호차가 있을 수 있어요. 예쁜 여자나 조건 좋은 남자가 선택받은 것은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환상이길 바라는 순간 그런 모습이 싫은 거죠. 보는 사람의 가치관과 맞지 않았을 때 우리 프로를 싫어할 수도 있다고 봐요."
'짝'의 배경이 되는 '애정촌'은 낯선 남녀들이 일주일간 동고동락하는 교류의 장이자 온갖 감정이 들끓는 공간이다.

   남 PD는 '애정촌'을 사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공간으로 정의했다.

   "사회에서는 회사, 집안 문제, 기타 인간관계에 감정들이 침해를 받는데 '애정촌'에서는 애정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출연자들이 '애정촌'에 들어가는 순간 오로지 짝을 찾는데만 집중하라는 무언의 압력을 받죠. 사랑이라는 감정에 집중하면서 짝을 찾는다는 게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경험이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출연을 원하고 '애정촌'을 나와도 그런 경험이 개인적으로 좋게 작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애정촌'의 상황이 현실을 왜곡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애정촌'에서 보이는 모습이 일상과 다를 수 있지만 내면의 솔직한 모습이 세밀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부부가 결혼했을 때 보이는 모습들이 '애정촌'에서 나와요. 사회에서는 여러가지 벽 때문에 내면의 심리들을 볼 기회가 차단되는데 '애정촌'에서는 외부 조건들을 차단하기 때문에 진짜 모습들이 속성으로 드러나는 셈이죠."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많은만큼 그간 논란도 적지 않았다. 출연자들은 종종 사생활 캐기의 희생양이 됐고 한 남성 출연자는 편집이 조작됐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남 PD는 "일일이 반박할 수도 없고 억울할 때가 많다"며 "프로그램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는 게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짝'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연출의 역할이 크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출연자에게 이래라저래라 시키지는 않지만 매순간이 다 연출"이라며 "기획의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고 어떻게 찍을까 고민하는 게 리얼리티 프로의 연출"이라고 설명했다.

   '짝' 이전에 그는 'SBS스페셜-출세만세'와 '인터뷰 게임' 등 남다른 감각의 프로그램을 선보여왔다.

   아이디어의 비결을 묻자 "집중과 고민을 반복하면 된다"는 답을 내놓았다.

   "저는 '그것이 알고싶다'를 할 때도 신문기사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본 적이 없어요. '사람들의 고민이 뭘까, 뭘 보고 싶어할까'를 계속 고민하다보면 합의점이 나와요. 대신 했던 거는 다 버리고 없던 것만 취해서 새로 시작하면 됩니다."
그는 '짝'은 이제 성장하는 단계라며 할 이야기가 많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짝'은 인간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에요. 짝을 찾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앞으로 펼쳐놓을 이야기가 많습니다. 시청자들이 '짝'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현재 연애 경험이 적은 '모태 솔로' 특집을 준비 중이지만 '일반인 출연자들이 소외되는 것 같아서' 당분간 특집은 자제할 생각이다.

   포맷 수출도 추진 중이다.

   "사막이나 밀림에서 사람들이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인류 보편적인 주제를 특수한 포맷으로 다루니까 프로그램의 뼈대는 탄탄하다고 봐요. 해외 수출로 프로그램의 위상이 높아지고 부정적인 이미지나 거부감도 줄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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