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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이제 절반 보여줘..지금부터 시작"
이미숙 "이제 절반 보여줘..지금부터 시작"
  • 경남매일
  • 승인 2011.11.0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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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천일의 약속'.올'리브 '배드신' 활약.."60살에도 멜로 찍을 것"

 

연기경력 32년. 1980-1990년대 정상의 인기를 누렸고 2000년대 들어서도 나이를 잊게하는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청춘의 주인공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여배우.

   그런 그가 "이제 한 반 정도 보여준 것 같다. 사실은 지금부터 시작이다"고 조금의 주저함 없이 말한다.

   올해 나이 51. '만용'이어도 멋진데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그 말이 '사실'일 것이라고 믿는다.
배우 이미숙. 오십 대에도 여전히 주변 모두를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짱짱한 카리스마와 미모를 과시하는 그를 지난 5일 경기 고양 탄현 SBS '천일의 약속' 촬영장에서 만났다.

   그는 "지금부터 할 게 너무 많다. 남들이 살짝 지쳐 쓰러질 때 난 다시 시작하는 거다. 그간은 포기하고 방황하느라 흘려보냈던 것들도 있었지만 이제야말로 정말 거리낌 없이, 걸릴 것 없이 연기에 올인할 때"라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욕심부릴 것이다. 60살에도 멜로를 찍을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화제의 드라마 SBS '천일의 약속'에서 가장 엣지있는 캐릭터로 꼽히는 병원장 사모님 오현아를 연기하고 있고, 지난달부터 케이블채널 올'리브의 토크쇼 '배드신'을 진행하며 뒤늦게 MC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그다.

   그뿐이랴. '웃어요 엄마' '신데렐라 언니' '자명고' '에덴의 동쪽' 등의 드라마를 통해 최근 몇 년간 요부에서 억척 어머니까지 현란한 연기 변신을 해가며 기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인터뷰 역시 임팩트 있고 화끈했다.

  

◇"판에 박힌 캐릭터는 싫다" = 청춘 때 스타였다고 해도 중년에 접어들면 자연스레 '생활 연기자'로 돌아서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이미숙의 행보에서는 여전히 한걸음한걸음 도도한 자존심이 느껴진다. '천일의 약속'의 요란하고 정열적인 현아가 화제를 모으는 것도 같은 맥락.

   이미숙은 "어느 순간부터 엄마 역할이 많이 들어오고 있고 그것을 피할 수 없는 나이가 됐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캐릭터, 판에 박힌 엄마는 하기 싫었다"고 잘라 말했다.

   "지구촌 60억 인구 중 여성이 30억은 될 텐데 그중에 얼마나 다양한 엄마가 있겠어요. 제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특별한 것을 보여줄 수 있느냐입니다. 이미숙이라는 배우를 만나 새로운 엄마를 창조해낼 수 있다면, 그런 명분이 있는 캐릭터라면 도전하고 싶어요. 물론 '에덴의 동쪽'에서의 엄마처럼 전형적인 강인한 엄마도 있죠. 하지만 그 경우도 캐릭터를 이미숙화 시켜서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하나. 그는 늘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한다.

   "대사 한마디를 해도 치열하게 연구하는데 누가 주조연을 나눌 수 있겠어요. 전 늘 제가 주인공이라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고, 작품에 꼭 필요한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작품 선택에 까다로운 그도 '천일의 약속'에는 김수현 작가에 대한 신뢰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데뷔 초였던 1981년 MBC '안녕하세요'에서 김 작가와 호흡을 맞췄다.

   "캐릭터가 뭔지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그냥 김수현 선생님께서 하자고 하시니까 하겠다고 했습니다. 배우들이 김수현 선생님과 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대본에 쓰인 대로만 하면 그것에 대한 보답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캐릭터의 생각과 앞뒤, 생활환경을 다 염두에 두고 집필하시니까 배우가 대본을 잘 이해만 하면 됩니다. 현실에는 현아와 같은 엄마가 의외로 많을 것 같아요. 자식에게 의존하지 않고 멋지게 살면서도 자식과 남편에 대한 애착과 집착이 동시에 있는 엄마잖아요."
◇"남의 이야기 들어줄 여유 생겨" = 쉼 없는 연기 변신 와중에 이미숙은 최근 연기 외적으로 의미있는 변화를 보였다. 데뷔 이래 토크쇼의 게스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만 했던 그가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리스너(listener)'가 됐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다.

"지금껏 살면서 남의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이 없었습니다. 전 연기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동료하고 어울리거나 하질 않고 개인적인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데 나이가 어느 정도 드니까 내가 너무 후배들에게 살갑지 않았던 것 같고 그들과 동떨어져 있었던 것 같아 그 부분을 만회하고 싶었어요. 남의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가 이젠 생긴 것이죠. 게스트들이 편하게 선배, 언니에게 얘기하듯 수다를 떠는 그런 토크쇼라면 맡겠다고 했죠."
최근 SBS 배우 오디션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것 역시 그의 변화의 일환이었으리라.
◇"늘 지금의 내가 가장 멋지다고 생각" = 연예계에서 이미숙은 여배우로서의 화려함과 자유로움을 마음껏 누린 대표적인 배우로 통한다. 늘 솔직했고 당당했고 거침없었기 때문이다.

   "여배우로서의 삶을 누리려고 노력도 많이 했고 실제로 나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용기있고 자신감있게 살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믿어요. 연기를 안했다면 적성에 맞는 게 없었을 것 같아요. 연기는 제 분신입니다. 나 아닌 또다른 나죠. 그런 또다른 나 때문에 연기적으로 늘 힘들어하고 괴로워하기도 하지만, 반면 덕분에 원 없이 누리고 살았던 것 같아요."

1978년 미스롯데 선발대회에서 인기상을 받으며 연예계에 진출한 낭랑 18세 아가씨는 어느새 1남1녀를 둔 중년이 됐다. 보통 사람이라면 추억을 먹고 살 때다.

   하지만 "난 과거에 집착하지 않는다. 미래지향적인 사람이다"는 그는 "그래서 늘 지금의 내가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망설임없이 말했다.

   실제로 그는 20대 부럽지 않게 멋지다. 물론 부단한 자기관리 덕분이다.

   "운동과 건강은 내 생활의 전부입니다. 연기를 하는 시간 외에는 나를 가꾸는 데 모든 시간을 투자합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고 그를 위해 운동이 가장 큰 도움을 준다면 해야죠. 운동을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연기라는 게 워낙 체력적으로 강해야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촬영이 없는 기간에는 오로지 운동에만 집중합니다. 끝까지 활기차게, 에너지 넘치게 살고 싶어요."
◇"솔직히 물러나야 하는 게 아파..하지만 끝까지 날 찾게 할 것" = 당차고 당당하지만 그도 사람이라 아프다.

   "솔직히 아파요. 어느 순간부터 가슴 아파하면서 한발한발 물러나고 있죠. 하지만 어차피 물러나야 한다면 그 한발한발 아픈 만큼 값어치있게 물러나고 싶어요. 제가 자신있는 것은 (제작진들이) 날 끝까지 끊임없이 찾게 만들 거라는 겁니다. 그렇게 늙고 싶어요."
일에서는 칼 같고 철두철미하지만 연기 외적으로는 관심을 두는 게 없어 생활에서는 '허당'이라는 그는 "돈 버는 일, 재테크 등에도 관심이 없다. 내가 번 돈은 죽을 때까지 내가 다 쓰고 죽을 것이다. 자식에게도 안 줄 것"이라며 웃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그에게 너무 이른 질문이지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후배들 앞의 길을 넓혀줘 배우의 생명이 길어질 수 있게 한 그런 선배로 기억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 올바른 생각을 갖고 제대로 관리만 한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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