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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사랑..'통증'
극단적인 사랑..'통증'
  • 경남매일
  • 승인 2011.08.3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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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사고 후유증으로 고통을 느낄 수 없게 된 남순(권상우). 범노(마동석)와 2인조를 이뤄 빚 독촉에 나선 그는 무턱대고 대드는 채무자 동현(정려원)의 대담한 행동에 호기심을 느낀다.

   남순은 자신과는 달리 조그만 통증조차 몸에 치명적인 동현에게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씩 다가가기 시작한다. 동현에 대한 생각을 키워가던 어느 날, 남순은 집이 없어 이리저리 헤매는 동현에게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라고 제안한다.

   의지할 곳 없이 자신만을 믿으며 살아온 남순과 동현은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마음의 빗장을 풀어놓는다.

   '통증'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와 조그만 통증이라도 인체에 치명적인 여자의 사랑을 그린 멜로물이다. 극단적인 전제에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영화는 이처럼 극단적인 소재와 결말로 구성돼 있지만, 과정은 멜로드라마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간다. 밑바닥을 헤매는 청춘, 불치병,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70-80년대 풍의 '촌스런'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요즘 영화와는 달리 세련되지 않은 화면에 빠른 장면 전환은 영화 초반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뒷 장면이 예측되는 뻔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정형화된 연기는 초반 쌓아놓은 흥미의 동력을 앗아간다.

   마음의 추가 조금씩 흔들리는 남순과 동현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어루만지는 감독의 손길이 다소 투박하게 느껴진다. 세밀한 체로 감정을 거른 게 아니라 구멍이 큰 '인심 좋은' 체로 거른 듯하다. 감정의 진폭이 크고, 그 변화도 신속 정확하다.

   권상우와 정려원의 연기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인물들의 희로애락도 분명하다. 주연 배우들이 조금 더 모호하게 감정을 연기했어도 나쁘지 않았을 듯 싶다.

   코미디에 신경 써 영화 속의 영화장면을 넣었는데 이 부분은 호불호가 엇갈릴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에는 필요없는 군더더기지만 그 장면 자체가 웃음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화가 강풀의 원안을 바탕으로 '친구'(2001), '사랑'(2007)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9월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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