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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랑에 관한 판타지 '여인의 향기'
삶과 사랑에 관한 판타지 '여인의 향기'
  • 경남매일
  • 승인 2011.08.0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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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만에 수도권 시청률 20% 넘으며 인기몰이
올해 안방극장을 주도하는 로맨틱 드라마의 계보에 SBS 주말극 '여인의 향기'(극본 노지설, 연출 박형기)가 이름을 올렸다.

   '여인의 향기'는 물고 물리는 편성으로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주말 밤 방송 3사의 드라마 대결에서 5회 만인 지난 6일 수도권 시청률이 20.6%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드라마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적는다는 '버킷 리스트'를 소재로 삶과 사랑에 관한 애잔한 판타지를 그리며 호응을 얻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인 김선아가 10㎏가량 감량하는 투혼을 발휘하며 '변신'하고, 갓 제대한 이동욱이 세상만사 냉소적이고 심드렁한 재벌 2세를 매력적으로 소화해낸다.

◇여주인공이 죽는다..시청자 몰입도 키워 = '여인의 향기'가 다른 로맨틱 드라마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지점은 여주인공이 죽는다는 데 있다.

   34세 아가씨 연재(김선아 분)는 첫회에서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고 6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았다.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데 25년 만에 병원에서 의사와 환자로 재회한 초등학교 동창생 은석(엄기준)은 "6개월은 살 수 있다"고 냉정하게 잘라 말한다.

   연재는 그날 이후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하나하나씩 실천해나간다.

   우선 지난 10년 자신을 집요하게 괴롭히던 직장상사 얼굴에 통쾌하게 사표를 던졌고, 안 입고 안 먹고 안 쓰면서 알차게 부은 적금을 확 깨버리고 꿈에 그리던 곳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호화 여행을 다녀왔다.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던 탱고를 배우기 시작했고 일찍 홀로 된 엄마를 날마다 웃게 해주겠다는, 어쩌면 가장 어려운 목표도 세웠다.

   그리고 여성들의 막연하면서도 보편적인 꿈인 '백마탄 왕자'와의 사랑을 어느 날 눈앞에 나타난, 우연과 필연이 뒤섞인 만남 속에 얽혀버린 재벌 2세 지욱(이동욱)을 상대로 조심스럽게 꿈꿔본다.

인터넷에는 연재가 결국 살아날 것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지만 제작진은 이를 부인했다.

   '여인의 향기'의 박형기 PD는 8일 "연재가 암이 오진이었다는 괴담이 돌고 있는데 그것은 아니다. 연재의 암은 사실"이라며 "다만 우리 드라마는 연재가 죽은 후 주변 사람들이 울고불고하는 모습을 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그가 살아가는 모습으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누구나 꿈꾸는 판타지..통쾌한 대리만족 = 연재의 버킷 리스트는 그의 죽음이라는 데드라인 앞에서 절박한 생명력을 얻으며 시청자의 몰입도를 키운다.

   단순한 '객기'에서 벌어진 일탈이 아니라 죽음을 앞둔 상황이라는 설정이 통쾌한 대리만족에 애잔함과 진지함을 불어넣으며 드라마를 강화한다.

   박형기 PD는 "모두가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상황들,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판타지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감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연재의 고민은 보편적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이라며 "살면서 '내가 과연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해보게 되는데 이 드라마가 그런 질문을 던지고 삶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드라마는 또한 연재의 버킷 리스트에 더해, 평범한 고졸 출신 여행사 직원인 연재가 재벌 후계자 세경(서효림)의 오해와 질투 속에 그로부터 멸시받고 괴롭힘을 당하는 또 다른 스토리를 배치해놓아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김선아·이동욱, 캐릭터 구축 성공 = '여인의 향기'가 화제가 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김선아와 이동욱이 성공적으로 캐릭터를 구축한 데 있다.

   탄탄한 연기력을 갖췄고, 무엇보다 코미디에 독보적인 김선아의 실력은 이전부터 검증된 것이지만 그가 체중감량을 하지 않았다면 드라마는 지금처럼 설득력을 얻지 못했을 수 있다.

   김선아 스스로 말기암 환자를 표현하기 위해 독하고 힘들게 다이어트를 했다고 밝혔듯 그는 깜짝 놀랄 정도로 체중을 감량하고 나타나 외모에서 이전 작품과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뼈만 앙상한 김선아의 모습은 그가 지금껏 견지해온 통통하고 밝고 건강한 이미지와 전혀 다른 색깔을 내며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연재의 모습에 동화하게 한다.

   이동욱 역시 그간 익숙하게 보아온 까칠하면서도 능력 있는 재벌 2세가 아니라 매사 냉소적이고 꿈도 의욕도 없는 재벌 2세의 캐릭터에 잘 녹아들었다.

   박형기 PD는 "아직 지욱의 스토리가 구체적으로 안 풀렸지만 지욱은 쭉 잘 살았던 게 아니라 한번 집안이 몰락해 시골에서 유년을 보낸 기억이 있는 인물"이라며 "그러나 시골 생활은 돈이 없어도 행복했던 반면 현재는 돈이 있어도 행복하지 않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티없이 맑고 깨끗한 화면..감정의 순도 높여 = '여인의 향기'는 티없이 맑고 깨끗한 화면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박 PD가 전작인 '닥터 챔프'에 이어 DSLR(디지털 일안반사식)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다른 드라마에 비해 월등히 채도가 높은 화면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

   박 PD는 "실제 방송 촬영용 카메라가 아니라 사용에 불편한 점이 있긴 하지만 불편을 감수할 만큼 만족할만한 화면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는 듯하면서도 낮과 밤에 상관없이 선명한 화면은 피사체뿐만 아니라 그들의 감정의 순도까지 높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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