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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 악을 몰고 오는 광기
인류에 악을 몰고 오는 광기
  • 류한열
  • 승인 2011.07.25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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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사회부장
 노르웨이 사상 최악의 연쇄 테러사건의 용의자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은 범행 5일 전인 17일 개설한 트위트에 “신념을 가진 한 사람은 이익만을 따르는 사람 10만 명의 힘에 맞먹는다”고 글을 남겼다. 그는 19세기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극단적인 반이슬람 정치 성향을 가진 ‘기독교 근본주의자’이며 ‘극우 내셔널리스트’라고 밝혔다. 이 광인은 2년간 치밀하게 테러를 준비했다. 그는 잘못된 신념을 품고 폭탄트럭을 몰고 나가 노르웨이를 지옥으로 만들었다. 최소 93명을 죽였다.

 인류는 광기 어린 한 사람으로 엄청난 희생을 낸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히틀러는 인종우월주의를 내세워 유태인 550만 명을 가스실에 몰아넣었다.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주장은 한결 같았다. 독일은 유대인,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무너지고 있으며 독일 사회는 그들을 몰아내고 강력한 제국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은 아무도 믿지 않을 것 같았지만 대중은 그의 광기에 넘어갔다. 히틀러의 ‘미친 신념’이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보스니아 내전(1992∼1995) 당시 세르비아계 군사령관이었던 라트코 믈라디치는 세르비아계 정치인 라도반 카라지치와 함께 이슬람계 주민 8천명을 학살하는 ‘인종 청소’를 주도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최악의 잔혹행위를 한 것으로 지탄받는 전범이다. 그의 잔학 행위는 모두 ‘위대한 세르비아’라는 잘못된 신념 아래 자행됐으면 그는 세르비아계 사이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가 오랜 도피생활을 하다 지난 5월에 붙잡혔다. 인류는 악의 탄생과 종말을 보면서 곱이곱이를 지났다.

 성경에 보면 처음 인간인 아담과 하와에게 아들 둘이 있었다. 장남 카인과 차남 아벨이 잘 지냈으면 좋았을 텐데, 카인은 동생 아벨을 잔인하게 죽였다. 카인이 인류의 첫 살인자다. 그것도 피를 나눈 동생을 쳐 죽였다. 카인이 동생을 죽인 건 하나님이 자기의 제사를 받지 않고 동생 것만 받았다는 이유다. 잘못 생각한 게 화근이 되고 그 잘못된 생각이 신념이 되면 못할 짓을 감행한다. 그게 인류 잔혹사의 시작이었다.

 노르웨이는 축복 받아 잘사는 나라다. 조상들은 바이킹 시절 해적질을 하면서 세계를 유랑했다. 1969년 북해(北海)의 노르웨이 수역(水域) 안에 거대한 유전이 발견돼 석유수출 세계 5위, 가스수출 세계 3위이다. 1인당 GDP뿐 아니라 삶의 질, 평화지수, 자유지수, 국가운영 성적 등 거의 모든 국제통계에서 노르웨이는 최상위권이다. 의료비는 전액 무료이다. 출산휴가는 부모가 다 받는데 1년이다. 이 정도는 어느 나라나 꿈꾸는 지상낙원 같은 나라다. 이 천국 같은 나라에 한 명의 ‘카인’이 피를 뿌렸다. 천국을 파괴해 지옥을 건설했다.

 신념을 가진 한 사람이 속된 말로 생각 없이 사는 10만 명을 맞먹을 수 있다면 바꾸어 말해 잘못된 신념을 가진 한 사람이 10만 명에게 해를 가할 수도 있다. 우려되는 것은 ‘제2의 브레이빅’이 도처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광기의 무기를 들면 상상도 못할 피해를 낼 수 있다. 앞으로 인류는 테러단체와 잘못된 신념을 가진 광기자(狂氣者) 한 명과도 더 자주 싸워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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