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 기본 진료비에 부가세가 붙어 2만 2천원으로 이달 올랐다. 2천원 인상 반발이 아직까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은 진료비에 부가세까지 붙여내는 게 즐거울 리 없다. “무슨 가족 진료비에 부가세라니.” 하지만 애완동물을 싸고도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은 “그런 호사를 누리니 세금이라도 내야 할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개 팔자가 웬만한 서민들의 삶의 질을 능가하니 ‘인간 질투’가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사람이 사람한테서 위로를 받지 못하니 충성스런 개한테 마음을 쏟는다. 어느 모임에서 개 자랑이 벌어졌다. 한 사람이 자기 집개는 사람 감정까지 읽어줄 알아 퇴근길에 힘든 기색을 하면 온갖 재롱을 떨어 감정변화를 유도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이 받아쳤다. 자기 집개는 거실에 텔레비전 보면 옆에 와서 똑같이 드라마에 빠진다고 했다. 혹 눈물을 흘리면 따라서 눈물을 찍어낸다고도 했다. 또 다른 사람은 그 정도는 약과라며 어느 날 출근하다 잊고 온 물건이 있어 안방에 들어갔더니 자기 개가 침대에 자기와 똑 같은 모습으로 자고 있었다나. 더 기가 찬 것은 사람이나 개나 너무 황당해서 눈이 마주쳤으나 서로 웃을 수도 없고 해서 잠시 할 말을 잊었다고 했다.
애완견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했다. 이제 취약계층 사람들도 개 키우기를 즐겨해, 개를 기르는 것이 일부 돈 있는 사람만이 누리는 호사는 아니다. 진짜 개 팔자가 상팔자가 됐다. 앞으로 개를 기르다 그 개를 호강시킬 자신이 없으면 ‘고려장’을 지내야 한다. 이런 개들이 길거리에 나돌아다녀 벌써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더군다나 정부가 애완동물과 함께하는 400만 가구에 ‘세금 폭탄’을 떨어뜨렸으니 애완견이 버림 받는 팔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개가 나고 죽는 것도 새옹지마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가수 이효리가 지난 4월에 이어 또다시 유기동물을 돕기 위한 노래를 발표했다. 그녀는 17일 멜론 등 주요 음악사이트에 ‘기억해’를 소개하고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촉구했다. ‘순심이’라는 유기견을 입양해 돌보고 있는 이효리는 “내게 끊임없는 애정을 표현해주는 우리 순심이, 제가 주는 사랑보다도 더 많고 큰 사랑을 주는 이 아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평생을 한결같이 곁에서 지켜줘야 할 작고 여린 생명이라는 생각에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고 발표 취지를 설명했다. 이쯤되면 개를 사람의 반열이 올려도 될 듯하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 유기견을 입양해 애정을 쏟는 데, 버림받은 우리 아이들에게 관심이 줄어들면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