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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으니까 ‘군발이’다?
맞으니까 ‘군발이’다?
  • 류한열
  • 승인 2011.07.11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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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사회부장
 ‘군발이’는 군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맞으니까 군발이다’는 요즘 꽤 많이 팔리는 김남도 서울대 교수가 쓴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살짝 비튼 제목이다. 해병대 총기사고로 기수열외와 선임들의 가혹행위 등 병영 악ㆍ폐습을 뿌리 뽑자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데, 군인은 맞을 수밖에 없다면 진짜 매 맞을 소리다. 지난 2005년 6월 경기도 연천의 최전방 경계초소 내무반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군이 대대적인 병영문화를 개선운동을 펼쳤다. 그 이후 6년이 지났지만 비슷한 사건이 다시 일어 났다. 몇십 년 전에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도 군대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당나라 군대’ 일 수밖에 없다고 혀를 차고 있다.

 지난 10일 포항 해병부대에서 J(19)일병이 ‘부모님에게 미안하다’는 내용과 함께 군생활이 힘들다며 신변을 비관해 부대내 목욕탕에서 목을 매 숨졌다. ‘젊은 그대’들이 너무 쉽게 목숨을 끊는다. 특히 군대 내에서 가혹행위 등 잘못된 군 악습의 희생이 되기도 하지만 유약한 생각이 닥친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내팽개치는 걸 보면 안타깝다. 청춘이 막막하고 흔들리는 건 당연하다. 불안하고 외로울 수도 있다. 더군다나 답답한 병영생활은 청춘을 미치게 흔들 수도 있다. 하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청춘을 아무 때나 무책임하게 내모는 건 큰 죄악이다.

 필자가 군생활하던 1979년도에는 구타가 빈번했다. 저녁 식사를 먹고 ‘기수별 집합’이 자주 있어서, 선임이 들고 때리는 삽자루를 이겨내야 했다. 그때 ‘집합’만 없으면 그나마 군생활을 견딜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필자가 제대할 무렵 군대에서 구타대신 얼차려로 대신하는 운동이 일어났다. 그후 30년이 흘러도 군대는 여전히 ‘군대’다. 사내들만 모인 곳이라 ‘동물적 본능’이 판칠 수밖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3월 조사한 것을 보면 해병대에서는 청소 불량, 암기 소홀, 군기 유지 등을 구실로 철봉 매달리기, 엎드려뻗쳐 등 얼차려가 있고 상습 구타와 기수열외, ‘악기바리’ 등이 폭넓게 이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감사결과를 들쳐보면 군대에 구타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부터 지난 3월25일까지 해병 2개 사단에서는 고막천공, 늑골골절, 정강이 타박상 등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가 943명에 달했다. 당시 담당 의무관은 “이런 증상은 대부분 구타에 의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젊은 군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군내 자살자는 2005년 65명, 2006년 77명, 2007년 80명, 2008년 75명, 2009년 81명에 이어 작년에는 82명이었다.

 신세대 군인은 약하다. 몰아친다고 강하지는 건 아니다. 신세대 군인이 강해질 수 있게 병영문화의 체질을 변화시켜야 한다. 훈련은 힘들어도 내무반 생활은 신사적이어야 한다. 신세대 군인은 약한만큼 군대 시스템이 강해야 한다. 옛날 군대는 구타로 강해졌다면 요즘 군대는 구타가 ‘사고’로 연결된다. 우리 신세대 군인이 강해지도록 병영생활이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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