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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산동네 <13>
꿈꾸는 산동네 <13>
  • 경남매일
  • 승인 2011.07.0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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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화 흔들리는 농촌 띁
글 : 임 상 현 / 그림 : 김 언 미

동네 우물가에 모인 아낙네들도 모였다 하면 도시로 나가 용돈을 부쳐주는 자식자랑이나 도시로 이사 간 친척들의 근황을 늘여놓기에 바빴다.

“아 글쎄 명자 갸는 부산에 있는 방직공장에 취직했다지 않습니꺼?”

“방직공장이라카면 뭐 만드는 뎁니꺼?”

“옷도 만들고 옷감용 실을 뽑아내는 공장이라 카데예.”

“명자 어무이는 인자 옷과 용돈 걱정은 다 잊어뿟네.”

“참 얼마 전에 이사 갔던 종갑이네는 마땅히 할 만한 것이 없어 아부지는 공사장에 나가고 어무이는 식당 식모로 나간다 카던데 도시 간다꼬 일거리가 막 널린 것은 아닌 것 같습디더.”

“아이구마. 그 안들(여편네) 성질 머리에 식당일이나 제대로 하겄나 걱정 이데이. 말이야 바른 말이제 그 집이 알짜배기 논이 열댓 마지기에다 살림이 얼마나 따뜻했습니꺼? 괜히 헛바람만 들어 도시로 가더마 고생길이 보통이 아니겠구마. 호호호.”

“그래도 우리처럼 애들 학비는 걱정 하겠습니꺼? 이거는 농사 지어봤자 맨날 공납금 맞추기도 힘들고. 밤늦도록 가마니틀에 매달려 손등이 거북등처럼 갈라지도록 해봤자 겨우 밥치레 하는 여기 보다는 낫겄제?”

“맞데이. 도시 생활이 아무리 힘들다 캐도 여개처럼 밤늦도록 일하지는 않을 끼라.”

가난과 힘든 삶을 숙명처럼 여기며 살아오던 농촌 사람들에게 도시화는 많은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살던 방식 외에도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발견이 그것 이었다. 하루 종일 뙤약볕에서 고생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직공이 한 달 동안 벌어들인 돈이 쏠쏠하다는 것에 너나나나 매력을 느꼈다. 게다가 농촌에서는 일년 내내 고생한 보람이 가을에 가서야 한꺼번에 수확되지만 도시에서는 넉넉하진 않아도 매달 일정 주기의 월급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이런 형편으로 민석이네도 자연스럽게 도시화의 물결에 합류하게 되었다. 먼저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부산으로 갔던 민복이 수출용 와이셔츠 공장에 취직해 집을 향해 손짓했다. 민복이 객지에서 혼자 생활하게 하는 것을 걱정하던 양례가 걱정을 내비쳤고 평생 꿈쩍 않을 것 같던 동출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도 도시에 가면 할 만한 일이 있겄제?”

어느 날 동출이 그렇게 의사를 타진했고 양례는 그런 그를 안심 시켰다.

“당신은 걱정하지 마소. 내사 시장 통에서 개기를 팔아서라도 생활에 보탤 테니. 아무리 그래 싸도 여개 보다는 낫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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