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20:17 (화)
누가 우리 선생님을 울리나
누가 우리 선생님을 울리나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1.07.04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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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 사회부장
 “학교에 출근하는 길이 지옥 가는 길 같다” “이런 모욕을 당하면서 교직에 남아야 하는 지 자괴심이 일어난다” 요즘 선생님들의 마음이 무너지고 있다. ‘교권이 무너진다’고 하지만 이미 교권은 무너졌다고 해도 이의를 달 사람이 별로 없다. 선생님이 학생들의 눈치를 봐야하고 교단에서 아이들의 훈육에 손을 놓았다는 선생님의 말이 일상화됐다.

 창원 T중학교 근무하는 K 여선생님은 10여 년 전 교직에 발을 들여 놓을 때 가슴에 자부심이 가득했다. 지금은 그 자부심이 온데간데없이 자괴심이 들여 차 있다. K 선생은 퇴근 후 남편 앞에서 그 날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쏟아 놓으면 남편은 깜짝 놀란다. 교실에서 한 학생이 휴대폰을 끄라는 말에 눈을 치켜떠 올렸다거나 덤벼들 듯한 거친 행동도 감수해야 했다고 그녀가 말하면 남편은 혹 아내가 학교서 봉변을 당하지 않을까 마음이 싸해진다고 한다. “학교가 웬 폭력집단인가?”

 최근 김해 D중학교에서 일어난 선생님 폭행사건은 충격적이다. 한 학생이 문을 잠가 놓고 선생을 폭행하고, 선생님의 비명소리에 바깥에서 문을 부수고 들어가 말렸다는 믿기 어려운 사건이다. 이 사건은 창원지역 학교 선생님 입에 몇 주 간 오르내렸다. 한 선생님은 선생과 학생 사이가 신뢰와 사랑의 끈으로 묶여 있지는 못할망정 불신하고 서로를 방어하는 원수가 돼가지고 어떤 교육도 이뤄질 수 없다고 혀를 찼다.

 “체벌은 사랑의 매가 아니라 군대식 기합문화일 뿐이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 6명의 시각이다. 맞는 말이다. 누가 누구를 때린단 말인가. 체벌은 야만적인 행동이다. 사람의 인격은 천부적인 것이라 누가 흔들고 빼앗는 물건이 아니다. 하지만 ‘사랑이 매’는 다르다. 사람이 인생 가운데 큰 변화를 겪는 학창 시절에 좋은 스승을 만나는 복은 너무나 크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잘 만나 인생을 바꾸는 기회를 잡는다. 수렁에 빠진 아이를 건지는 일을 선생님들이 맡고 있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손을 놓고 있다. 아이들이 겁난다며 접근조차 꺼리고 있다.

 진보 성향 교육감이 교육계에 던진 참신한 바람은 인정한다. 지난달 30일 취임 1년 만에 처음으로 함께 모인 그들 6명은 ‘교육혁신 공동선언’을 내놓았다.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교육계에 진보적 목소리를 키우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그들은 우리나라 공교육이 붕괴 직전이라 교육현장 민주화를 통해 공교육을 개혁할 적임자라고 자신들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교육현장은 사제 간에 반목이 일어나고 선생님들은 뒷짐을 지고 아이들은 차가운 눈초리를 쏘아대고 있는 데도 그들은 이것을 못 읽고 있다니 한심하다고 할 수밖에 달리….

 요즘은 ‘교육 포퓰리즘’이 많은 사람들이 눈을 가린다. 진보 교육감들이 지난 1년의 공과를 들추면서 무상급식을 자찬한다. 당연히 혜택 받은 공립학교 학부모 대부분이 만족한다. 누군들 감사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들은 교권 추락에 눈을 애써 감는다. 지금도 교단에서 이 아이들이 ‘내 제자인가’라고 하루도 몇 번씩 회의를 품는 선생님들이 마음은 누가 위로해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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