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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산동네 <7>
꿈꾸는 산동네 <7>
  • 경남매일
  • 승인 2011.06.2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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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악몽 (2)

글 ; 임상현 / 그림 ; 김언미

민복은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어머니와 함께 모처럼 읍내 장에 들렀다 사 입은 원피스를 입고 간단한 옷가지 등을 가방에 챙겨 넣었다. 부산으로 가선 7촌 아재 집인 동호집을 물어물어 어렵게 찾아갔다.

민복은 동호집에 잠시 머물며 직장 자리를 알아볼 요량 이었다.

“니가 민복이라고? 어이구 많이 컸네.”

밤늦게 회사에서 돌아온 동호는 예쁘고 벌써 성숙한 티가 나는 민복을 대하자 반갑게 인사는 했지만 아직 취직자리는 알아보지 못했다. 동출에게 전화를 받았을 땐 한번 알아보마 하고 대답은 했지만 무관심과 바쁜 경황에 깜빡 잊고 있다가 귀가하여 민복을 대하자 그 때 서야 생각을 떠올릴 정도였다. 하지만 아내의 불쑥 튀어나온 입을 보자 그나마 그런 생각도 가셔 버렸다.

뾰로통한 표정의 아내 연숙이 안방으로 동호를 불렀다.

“당신 쟤 촌닭 어떻게 할 거유?”

“어떻게 하긴. 곧 취직해서 나갈 텐데.”

“아까 들어보니 6촌 동생 딸이라고 하던데, 사람이 아무리 염치가 없기로서니 뭐 그리 가까운 친척이라고 다 큰 딸을 맡기긴 맡겨. 6촌이 뭐 친척 축에 들어가나 뭐.”

“당신도 알텐데. 쟤 아버지가 동출이라고 당신과 동창이잖아.”

“그걸 누가 몰라서 그래요? 동출이도 아무리 도시생활을 모른다 해도 그렇지 어디 눈치도 없이 먼 친척집에다 덜컥 보내길 보내.”

“당신도 그 심보하곤. 그래도 묘사 때나 고향에 볼일이 있을 때 최고로 신세 많이 지는 집이 그 집 아뇨? 하긴 당신이야 참석을 잘 하지 않으니 모른다 하더라도. 너무 야박하게 굴지 말고 며칠만 데리고 있습시다. 내일부터 나도 기숙사가 딸린 회사로 쟤가 있을만한 데가 있는지 알아볼 테니. 정 안되면 내가 경리라도 쓸까?”

“당신 나한테서 무슨 말을 들을 라고 그렇게 무책임한 말을 해요. 촌구석에서 중학교도 겨우 졸업한 애가 경리일을 잘도 보겄다. 며칠 전 해외로 효도 관광 떠나신 어머님은 아예 방문을 걸어 놓으시며 떠나셨고 민경이가 대학 땜에 서울에 올라가 있어 그나마 방이 남아 그렇지 걔만 집에 있었어도 아주 난리가 났을 거요. 걔처럼 까다로운 성격에 저런 촌닭 같은 애하고 친하게 지낼 리 없을 테고.”

“그참 사람 하곤, 촌닭 촌닭이 아예 입에 붙었구만. 당신은 시골 출신 아닌가?”

“아무튼 나는 몰라요. 주말에 민경이도 내려온다고 하던데. 그 때까지 죽이 되든지 밥이 되든지 어떻게 좀 해봐요. ”

그랬던 것이 동호의 무관심과 회사에 바쁜 일이 생겨 이틀이나 아무 진척 없이 지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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