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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산동네 <6>
꿈꾸는 산동네 <6>
  • 경남매일
  • 승인 2011.06.2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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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화 악몽 첫째
글 ; 임상현 / 그림 ; 김언미

삼월이 되고도 중순이 지나자 들판에는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며 생기가 돌았다. 양지바른 언덕배기엔 아기 쑥이 쏙 머리를 내밀었다. 제방을 따라 이어진 긴 논둑길을 따라 아침 저녁으로 까만 교복에 모자를 푹 눌러 쓴 한 무리의 학생들이 지나갔다. 그 뒤로 토끼처럼 양 갈래로 땋은 머리를 나풀거리며 하얀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조잘거리며 걸어갔다.

집 마루에서 이런 풍경을 내다보던 민복의 눈동자가 어느새 촉촉이 젖어갔다. 자꾸만 그 무리 속 어딘가에 섞여 있는 자신의 환영이 떠오르고 미래에 대한 부푼 꿈에 젖어보면서 아무런 걱정 없이 다니던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어떡하지? 이러다 시골에 눌러앉아 어쩌면 시골아낙처럼 평생 농사만 지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민복의 눈에 잔뜩 근심이 어렸다.

중학교 졸업 후 집에서 하릴없이 보낸 지가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에 생각을 굴러 봐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여보세요 거기 영진실업 이지예? 사장님 좀 바꾸어 주이소.”

“누고? 동출이라꼬? 그래 나야 잘 지낸다. 그래 딸이 올해 졸업했다고? 그래.”

보다 못한 동출이 발 벗고 나섰다. 심성이 고운 민복이 그럴 리 없겠지만 저러다가 혹시 가출이라도 해버리면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주변에서도 부모가 학교를 보내주지 않자 가출해서는 평생 부모를 원망하며 의절하곤 원수처럼 지내는 사람을 본적도 있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본인이 그렇게 원하던 고등학교를 무리를 해서라도 보내줄 걸 하는 때늦은 후회가 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민복의 장래문제를 놓고 의논을 했는데 민복이 도시로 취직해 가기로 했다. 학교에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민복은 마음 속으로 일단 도시로 취직을 했다 기회가 되면 공부를 계속해야 겠다는 다부진 생각을 했다.

“민복아 부산으로 가면 꼭 찾아뵈어야 할 집이 있데이.”

동출은 민복이 부산으로 막상 취직자리를 알아보러 간다고 했을 때 대번 떠올린 사람이 6촌 형 동호였다.

동호라면 그렇게 썩 가까이 지내오진 않았다 해도 그래도 고향을 찾으면 찾아오는 가까운 친척이었고 자기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으니 그런 쪽으로는 발도 꽤 넓을 거라 생각했다. 민복이 근무할 공장 정도는 관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소개장을 써 주거나 알선해 줄 여력이 있을 것으로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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