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 상 현 / 그림 : 김 언 미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민복은 태연한 척 했지만 갑자기 앞이 캄캄해지자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입술을 꾹 다물었다. 공장장이 갑자기 자신을 불러 그동안 퇴직금과 한달 치 월급이 입금된 통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민복 양 나는 누구보다도 민복 양이 우리 회사에 들어와 성실하게 살아가는 동안 하나하나 이루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딸같이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거 민복양도 잘 알거야. 나도 이 회사에 들어와 주임에서 부장을 거쳐 공장장이 될 때까지 산전수전 다 겪었고 말이야.”
“공장장님 왜 하필 공장장님이 저에게 이런 설명을 해주죠. 차라리 다른 사람이었다면 대들고 따져보기도 하겠다만.”
“민복아 나는 니가 이 일로 상처를 받을 까봐 그게 가장 걱정이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만은 내가 이렇게 자진해 나선 거고.”
항상 자신에게는 친 딸이나 친 동기처럼 대해줬던 공장장이었다. 학교문제도 공장장이 적극적으로 눈감아줘 성사되었던 부분이었다. 민복은 그런 공장장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느꼈다.
“공장장님 결국 사장님이 절 해고 하라고 하던가요?”
“민복아 그동안 돌아가는 자세한 내막은 내 잘 모른다. 하지만 나도 사장과는 일면식도 없는 기술자로 맨 처음 이 회사로 들어와 30년 가까이 회사덕분으로 생계를 꾸려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나이가 되어보면 너도 절로 알게 되겠지만 사람이 나이가 들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너에게 도움을 주는 일보단 어쩔 수 없이 가족들의 생계와 내 앞길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공장장님 그걸 왜 모르겠어요. 저는 공장장님을 존경해왔고 원망하지 않아요.”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나도 고맙구나. 헌데 민복아 내가 생각하기에도 지금 다니는 이 회사는 이제는 너와는 격이 맞지 않는 것 같구나. 그 말은 너가 그 만큼 수준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말도 되겠지. 세상 사람들은 이 곳에 다니는 여직원들을 공순이라 부르는 것쯤 니도 잘 알 거 아냐?”
“예 공장장님.”
“사람은 항상 자신의 위치에 맞게 살아야 세상을 조화롭게 살 수 있는 법이야. 새옹지마라는 말도 있듯 이번 일을 회사에서 해고 되었니 어쩌니 생각할 게 아니라 더 큰 발전을 위해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 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