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0:21 (금)
연예인 불행마저 돈벌이 수단?
연예인 불행마저 돈벌이 수단?
  • 경남매일
  • 승인 2011.05.27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악플 수준 넘어선 사이버 폭력에 비난

   연애 스캔들에 시달린 아나운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스캔들의 또다른 당사자인 프로야구 선수에게 비난이 집중되면서 유명인 관련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일부 누리꾼의 몰상식한 행동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연예인 등 유명 인사가 언급된 기사에 '악성 댓글'(악플)을 다는 수준을 넘어 최근에는 조직적이고 집요한 방법으로 못살게 구는 등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정상 생활이 불가능하게 만들어 인터넷 문화의 폐해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2007~2008년 탤런트 최진실씨와 정다빈씨, 가수 유니 등 연예인이 잇따라 자살하자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으로 악성 댓글이 지목됐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악의적인 비방을 여과 없이 담은 악플은 당사자에게 심한 정신적 충격을 줘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불러왔다.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타블로의 학력 위조 의혹은 누리꾼들이 힘을 합쳐 미국 명문대를 조기졸업한 '엘리트' 가수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간 사례였다.

   회원 수 18만명이 넘는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모인 누리꾼들은 타블로가 스탠퍼드대를 졸업하지 않았다는 그럴 듯한 근거를 제시했고 경찰이 타블로의 학력을 직접 확인하고서도 '믿지 못하겠으니 FBI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둥 촌극을 벌였다.

   타블로가 학력을 위조했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누리꾼 12명이 올해 초 기소되면서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가족의 신상까지 까발리고 협박에 가까운 막말을 해댄 누리꾼들에게 받은 충격으로 타블로는 아직 무대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가수 서태지씨와 배우 이지아씨가 법적으로 부부였고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질 당시에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사실과 억측을 담은 '이지아닷컴'이라는 사이트가 배너광고를 달아 '연예인의 불행한 개인사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최근 불거진 MBC스포츠플러스 송지선 아나운서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임태훈 선수의 스캔들 논란, 송씨의 투신자살은 유명인의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트위터 등 한층 발달한 인터넷 환경이 결합해 빚어낸 비극이었다는 분석이다.

   송씨는 개인적인 심경을 토로한 트위터 글이 일파만파 퍼진데다 '은밀한 사생활'이 묘사된 미니홈피 게시물이 떠돌며 누리꾼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자 막다른 골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송씨의 자살 이후 누리꾼들은 '이지아닷컴'과 동일 인물이 개설한 것으로 알려진 '임태훈닷컴' 등 사이트에 모여 임 선수에게 마녀사냥식 비난을 퍼부어 또다른 피해자를 낳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처럼 유명인을 향한 누리꾼의 사이버 테러가 점점 악독해지는 이유는 무한에 가까운 파급력을 갖게 된 인터넷 네트워크 서비스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장영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생활이기 때문에 밝힐 필요도 없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채 퍼지는 것은 빠른 정보 공유의 폐단"이라며 "당사자가 변명할 여지나 시간을 주지 않는 SNS의 병폐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유명인의 사생활을 앞장서 파헤치고 인터넷상의 불확실한 정보를 여과 없이 전하는 선정적인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연예인 등 유명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누리꾼에 의해 어떤 이슈가 제기됐을 때 누가 봐도 개인적인 일이라면 언론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